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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잃어버려도 아무도 안 가져간다."

한 국정원 직원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손전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4000만 대를 돌파한 시대에 '2G폰'이라는 구형 손전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자조하는 듯한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정원이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공식허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으로 떠오른 '국정원과 스마트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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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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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의 스마트폰이 언론의 관심권에 들어온 계기는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때 터진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댓글공작을 벌였다고 의심받았던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2G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썼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국정원에서 지급한 스마트폰이 인터넷 댓글공작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뒤따랐다. 

당시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 직원은 스마트폰을 휴대할 수 없는데도 심리정보국 직원 70여 명에게 다 스마트폰을 지급했다"라며 "보안에 저촉됨에도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은 그에 부합되는 용도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의 한 간부는 "심리전 업무를 하다 보면 장소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노트북은 지급했지만, 김(하영)씨의 스마트폰은 우리가 지급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다"라고 스마트폰 지급 의혹을 부인했다. 다른 간부는 "국정원에서는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급할 수도 없다"라며 "카메라 기능이 없거나 그 기능을 없앤 2G 핸드폰만 원내에 반입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관련기사 : 오피스텔 국정원 직원의 스마트폰은 어디로 갔나?).

국정원 간부들의 해명과 부인에도 스마트폰 지급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스마트폰은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면 추적이 어렵고,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댓글달기가 편리하고, 이동성에서 큰 장점이 있다는 점 등을 헤아릴 때 국정원 직원들이 커피숍 등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인터넷 댓글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스마트폰으로 의무적 교체?... 국정원 "자율적 사용 허용"

기자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국내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 직원들이 '벽돌폰'으로도 불리는 2G폰 외에 스마트폰을 사용한 때는 2011년 전후다. 일부 직원들은 2G폰과 함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뉴스를 검색했고, 자신이 맡고 있던 언론사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following, 친구맺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서 판매되면서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크게 늘고, 그에 비례해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영향이 커져가던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벽돌폰족'에 머물러 있던 국정원 직원들이 '시대흐름' 때문이든 '특별한 임무수행'을 위해서든 '스마트폰족'으로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정원이 직원들에게 직접 스마트폰을 지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을 전후로 국정원 직원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국정원의 대변인조차 "원내에 가지고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직원이 상당수 있다"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다만 스마트폰 구입비나 요금은 모두 개인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이 최근 직원들의 업무용 손전화를 스마트폰으로 의무적으로 교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0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이병기 신임 원장이 지난 7월 임명되고 나서 직원들 휴대폰을 의무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바꾸도록 했다고 들었다"라면서 "삼성 등 3~4가지 기종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의 공식질의에 "<경향신문> 보도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내부사항이라 따로 확인해줄 수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국정원 직원 A씨는 "의무적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직원들에게 필요하면 쓰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 아니다" 일축

국정원의 공식 답변과 직원들의 전언을 종합했을 때 국정원이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공식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전임 원장(남재준) 시절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검토해왔다"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국정원 직원 B씨는 "그 사건(기자주- 댓글 공작 사건을 가리킴)을 계기로 스마트폰 사용이 크게 문제됐다"라며 "개선점을 검토했는데 직원들의 요구가 많아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은 많이 바꾸고 있고, 나이든 직원은 버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전에도 논란이 일었던 '국정원 지급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A씨나 B씨모두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산다", "국정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없다"라며 국정원 지급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원이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공식허용한 것은 '스마트폰의 보편화'라는 시대흐름과 맞닿아 있다.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 A씨는 "그동안 보안문제가 있어서 핸드폰 사용에 제약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지금 밖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추세에 맞추어 우리도 스마트폰을 쓰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직원들을 더욱 광범위하게 감시하기 위해 허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향신문>은 "위치검색 등 개인자료 열람이 상대적으로 쉬운 스마트폰을 사용토록 함으로써 직원들에 대한 '감시망'을 넓히고, 사생활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라며 "실제 국정원 직원들의 스마트폰에는 원격조종으로 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모바일기기관리(MDM) 솔루션이 깔려 있다"라고 보도했다.

국정원 직원 B씨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별도의 보안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라며 "다만 무엇이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반면 A씨는 "국정원이 직원들을 감시할 이유는 없다"라며 "직원 감시용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 군 등 국가기관의 인터넷 감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헤아릴 때 국정원의 스마트폰 허용을 단순히 시대흐름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특히 국정원 예산이 비공개라는 점을 이용해 '특별임무 수행용'으로 스마트폰을 공식 지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그:#국정원, #스마트폰, #이병기,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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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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