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한 장면

<고양이를 부탁해> 한 장면 ⓒ 마술피리


학교라는 '한정적인 둘레'에 보호받으며 아무런 고민업고 상처하나 모르던 여고생 5명. 이들의 웃음소리는 영화의 첫 장면 이후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 시대의 사회가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한지를 잘 그려주고 있다.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5명의 여고생들은 20살, 20대가 되면서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미래와 길을 만들어 간다. 19살이라는 나이에서 숫자 하나가 늘어났을 뿐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20살의 무게와 거리감은 무엇보다도 무겁고 멀게만 느낄 수밖에 없다. 인맥, 재산은 물론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들이기에 각박한 사회에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지만, 이런 시대의 사회와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물려주고만 있는 윗세대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비난도 받지 않고 있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1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아주 어중간하고 힘없는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역시 영화 속 5명의 주인공들과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내 주변을 둘러봐도 누구하나 확고한 목표나 확실한 미래 없이 시대의 흐름에 대중의 선택을 따르며 나만의 색깔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구직난 속에 취업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리는 지금의 20대들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애칭까지 지어준 386세대는 지금의 20대는 철학이 없고 사회에 대한 인식,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20대 개새끼론'을 펼치기까지 한다.

극 중 혜주(이요원)는 "평생 잔심부름만 하는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 수는 없어. 코도 높이고 영어공부도 하고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며 물질적인 성공만을 위한 삶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태희(배두나)는 지영(옥지영)과 함께 아주 막연하지만 그들이 느낄 행복만을 위해 계획 없이 떠나기 시작한다.

아주 어중간하고 불안한 20대이지만 정말로 아름다울 수 있는 시절은 20대임이 틀림없다. 영화 속 주인공 5명과 같이 다가올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넓고 하얀 도화지에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칠하며 서툴지만 나만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유일한 시절인 20대, 누구는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청춘은 아파야할 이유도 없고 상처 입을 필요도 없다. 어른이 되기 위해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고 세상을 계산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아도 될 시기가 아닐까.

극 중 고양이는 영화에서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독립하지 못한 아이를 상징한다. 같이 살던 가족의 가난으로 인한 죽음으로 독립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지영으로부터 고양이가 떠나고 혼자 성공이라는 목표에 안간힘을 쓰는 혜주에게 고양이는 잠시 머물렀고, 태희가 아버지와 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탈출하고자 고양이는 마지막으로 미루와 온조에게 가게 된다.

우리도 아직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고양이와 같이 보살핌을 받아야 할 불안정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곳에서만 편안함을 위해 고착해있고 정착한 삶만을 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게 된다. 우리는 집고양이가 아닌 들고양이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안주해 있지 않고 내 삶을 직접 그리며 꿈을 키워가야 된다.

고양이를 부탁해 청춘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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