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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독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이른바 '사이버 망명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 '뛰는 검찰 위에 나는 국민'이란 생각도 들지만,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하자, 검찰은 즉각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사이버 통신 검열 공포에 휩싸였고, 급기야 외국 모바일 메신저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친구 간 사적 대화도 누군가 감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볼까. 지난 7일 그가 이사로 활동하는 '오픈넷' 사무실을 찾았다. 오픈넷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확장, 국가의 감시·검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박 교수는 "(카카오톡) 친구들의 신상정보를 받는 것은 '압수수색'이 아닌 '통신자료 제공'이라 영장 없이 하고 있다"며 "(이 문제 관련) 오픈넷에서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경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 국가가 '공인'한 진실 어긋나면 선제적 대응하겠다는 것"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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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카카오톡에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카카오톡은 국민들의 소통과 문화생활에 크게 기여하던 국산 프로그램인데, 정부의 시책 때문에 활동이 축소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시책이라고 생각됩니다."

-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있을 수가 없죠. 왜냐면 외국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폐지되거나 사문화되어, 명예훼손 때문에 자기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거라는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이 안전하죠. 이번에 사태가 크게 번진 이유는, 만약 검찰이 연쇄살인전담반, 뇌물전담반, 아동성폭력 전담반을 만들어서 카카오톡도 선제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자기 삶과는 멀거든요.

그러나 명예훼손은 누구나 말 한마디로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글만 보고 허위를 알 수 있는 사안'들을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사안이 얼마나 되겠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박경신은 논문표절을 했다'고 하면 검찰이 그걸 보고 '저건 허위'라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나요? 제가 고소고발을 해야 할 수 있죠. 근데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건 결국 천안함, 4대강, 광우병, 세월호 등등 국가가 '공인'한 진실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 명예훼손 수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요. 그런데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관련된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거죠."

- 외국에는 명예훼손죄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를 두니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은 거예요. 역기능이 뭐냐면, 권력을 잡은 사람이 검찰을 동원해서 자신의 정적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데 남용을 너무 쉽게 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민주주의가 깨지는 역기능이 서민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순기능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해서 UN인권위원회를 비롯해서 국제 인권위원회들이 계속해서 폐지 권고를 해왔습니다."

- 카카오톡 측은 "대화내용 저장은 3~6일 동안 되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은 법률적·기술적으로 모두 불가능하고, 영장이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만들어놓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다음카카오의 해명은 진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 업체에서 감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 수준에서 패킷감청을 하면 카카오톡에 이런 설비가 없어도 실시간 감청이 가능합니다. 통신사엔 패킷감청 설비가 마련되어 있어요. 그러면 어떤 기기를 지나가는 모든 패킷들을 다 볼 수 있어요, 그럼 그중에 다음카카오 것만 아니라 암호화를 하지 않은 모든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 현실적으로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검열한다는 건 불가능 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불가능 하다는 건 제가 한 말이에요. 왜냐면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보려면 영장이 있어야 해요. 그 영장을 받으려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는 영장을 받을 수가 없잖아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황이 되어버려서 영장을 못 받을 거고 검열 못할 거라고 말씀 드린 거예요."

- 그렇다면 카카오톡 유저 스스로 검열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 되는데요.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이 정부가 공인한 사실에 대해 이뤄진다면 이런 것은 현재 대법원 판례상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무죄가 날 것에 대해 선제적 대응하겠다는 것은 실제 처벌하겠다는 것 보다는 자기검열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죠.

카카오톡 대화방에 100명이 참가하는데 친구 중의 한 명이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면 모든 사람의 대화 내용이 검열되는 위험이 있어요. 그러면 나머지 99명이 한 말도 다 볼 수 있죠. 그중에 박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했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들이 가능해지겠죠. 물론 이 같은 위험은 이번 발표 전부터 감수해왔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알게 된 대화 내용을 가지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니 공포가 더 증폭되는 거죠."

- 용혜인씨의 경우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의 개인정보까지 털렸다던데, 이건 불법 아닌가요?(관련 기사 : 경찰은 이렇게 내 카카오톡을 털었다)
"그 친구들의 카카오톡 방을 보려면 영장이 새로 필요해서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고, 친구들의 신상정보를 받는 것은 '압수수색'이 아니라 '통신자료 제공'이라 또 다른 문제인데요. 현재 영장 없이 하고 있어요. 법이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오픈넷에서 헌법소원을 할 겁니다. 현재 불법은 아닙니다."

"국민들, 위축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계속해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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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이렇게까지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때문인데요.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은 너무 전 근대적이고 반민주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국민들의 행복 여탈권을 가지고 있거든요.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위해 30년 고생했던 사람이 갑자기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공무원 연금만 생각하고 몇 십 년 일 해온 사람들의 노후대책이 날아갈 수 있어요.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해 욕이 나올 수 있죠. 그것은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세종대왕 때 임금을 욕한 사람을 세종대왕이 용서했어요. 뭐라고 하냐면 '일이 뜻대로 안될 때 남 탓을 하기 마련인데 왕을 욕했다고 나에게 무슨 해가 되느냐?'며 사람들을 풀어주고, 대신들이 '왕의 권위를  높여야 한다'며 처벌을 요구하면 세종대왕이 버럭 화를 내면서 '나는 현실을 그대로 보려고 하는 건데 네가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려는 것이냐?'며 꾸중했거든요. 그런 모습 박 대통령이 본받으면 좋겠어요."

- 본질적인 문제는 '표현의 자유'인데, 이것은 주관적이잖아요. 일간 베스트(아래 일베) 회원들도 자신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던데.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로 봐야할까요?
"일베들 행동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것이 맞아요. 단, 일베의 행동 중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아요. UN의 인권협약 중 시민정치적 협약 20조에는 인종, 종교, 국적을 사유로 하는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을 금지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물론 일베는 인종, 종교, 국적에 따른 것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UN 인권협약은 유럽 역사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나라는 지역 문제나 이념 문제가 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역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학살이 많이 이뤄졌어요.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모욕죄도 있지만 저는 모욕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지난달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세월호 단식장 앞에서 이른바 '폭식투쟁 퍼포먼스'를 한 것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나요?
"그것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것도 표현이죠. 예를 들어 제가 북을 친다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북을 치는 거잖아요. 때문에 표현의 영역에는 들어갑니다.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하느냐의 문제는 방금 전 말씀드린 것 참조하시고요."

- 일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노알라'라고 한다든지, 왕따란 의미로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세요?
"표현의 자유는 다원주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공적 기준을 통해서 좋은 표현과 안 좋은 표현을 나누고, 좋은 표현을 더 보호하고 안 좋은 표현은 덜 보호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원리에 어긋납니다. 이런 말들은 매우 나쁘다고 보지만 그것도 제 개인 의견일 뿐 그 말을 한 사람들보다 높은 권위를 가질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이런 건 '무시의 장막'을 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 이장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 구성과 관련하여 "무분별하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은 사회갈등과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인권을 훼손하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관계가 없다"라며 "인터넷 건전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팀이 선제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국가가 공인한 사실에 어긋나는 글들에 대해서만 선제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정권 보위적인 움직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죠. 그래서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근거 없는 허위사실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네르바의 전기통신법 위헌 결정이었거든요. 그 부분을 망각하는 것 같아요."

-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뽑은 대표가 정치를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대표를 뽑아 놓아도 다음 선거까지 잘 할지 알 수 없어요. 그러면 잘 하는지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죠."

-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을 때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축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 해야죠. 왜냐면 국민들이 위축될수록 사람들 말의 수위가 낮아져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과격하게 비판하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보복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 같이 위축되지 않고 표현해야만 처벌을 당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경신, #표현의 자유,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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