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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정원수로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열매인 짜밤은 열매 맛이 고소해 꿀밤 나무라고 부른다. 보도블록 밑에서 잠시 주웠더니 한주먹이다.
 아파트 정원수로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열매인 짜밤은 열매 맛이 고소해 꿀밤 나무라고 부른다. 보도블록 밑에서 잠시 주웠더니 한주먹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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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벌써 아침저녁 기온이 차갑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절기가 빠른 탓에 추석이 지난 지 한참이지만 이제야 추수철이 찾아왔다.

결실의 계절이다. 윤달 때문에 추수가 늦은 요즘 시골은 추수철이다. 그래서 일손이 부족하다. 산에 열린 밤을 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감을 딴다. 진짜 가을인데 도시에 살면 가을걷이가 뭔지 잘 모른다. 옷이 바뀌는 패션만으로 계절의 바뀜에 동화될 뿐이다.

추억의 그 맛 '짜밤'을 아시나요?

 아파트 보도블록에 짜밤이 널렸다. 이래저래 발길에 걷어차인 귀한 짜밤은 맛이 차지고 고소하다.
 아파트 보도블록에 짜밤이 널렸다. 이래저래 발길에 걷어차인 귀한 짜밤은 맛이 차지고 고소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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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엑스포힐스테이트 1단지 정원수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에서 짜밤이 열렸다.
 여수 엑스포힐스테이트 1단지 정원수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에서 짜밤이 열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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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을 거닐었다. 평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아파트 단지 정원수가 새롭게 보인다. 정원수가 이렇게 많았나 싶다. 그렇게 보도 블록을 거닐며 발견한 열매가 있다. 바로 '구실잣밤나무'다. 우리 동네에선 어릴적 이 나무를 잣밤, 즉 '짜밤나무'라고 불렀다. 보도 블록엔 도토리처럼 생긴 '짜밤'이 널려있다. 이래저래 사람 발길에 걷어차인 짜밤이 거리에 나뒹군다. 완전 헐이다.

"사람 몸에 참 좋은데, 참 귀한 열맨데 누구 하나 줍는 사람이 없네..."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 주변에 가로수로 심어진 짜밤나무. 놀기 바쁜 요즘 아이들은 짜밤이 뭔지 잘 모른다. 짜밤을 혼자 주웠더니 순식간에 한 움큼이다. 이런 귀한 짜밤을 혼자 줍기엔 아깝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겠다 싶어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불렀다.

"애들이 이 열매가 뭔지 아니?"
"몰라요."
"짜밤이야. 이거 먹으면 정말 맛있어."
"어~ 맛이 죽여줘요. 아저씨 이거 어디서 따요?"

짜밤을 맛본 아이들. 맛있다고 야단이다. 어디가면 있냐고 묻는다. 저 나무 밑에 가면 많다고 가르쳐 주니 후다닥 뛰어간다. 난생 처음 보는 짜밤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 짜밤 줍기에 정신없다. 훗날 이 아이들도 짜밤 줍던 기억이 추억으로 남으려나.

2년에 한 번 맛보는 짜밤... 향수에 젖다

 생으로 먹는 짜밤은 맛이 고소하다. 구실잣밤나무에서 열린 짜밤 그리고 반으로 쪼갠 모습.
 생으로 먹는 짜밤은 맛이 고소하다. 구실잣밤나무에서 열린 짜밤 그리고 반으로 쪼갠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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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맛이 고소해 '꿀밤나무'라고 부르는 짜밤. 제주에선 '재밤나무'라 부른다. 해양성 기후에 잘 자라는 짜밤나무는 주로 바닷가 산기슭에 뿌리를 내린다. 특히 제주도 서귀포시에 가면 가로수로도 흔하다. 키가 크고 수백 년씩 장수한다. 5월쯤 제주도에 가면 나무에서 풍기는 꽃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꽃이 피면 남자의 정액 냄새 비슷한 향기가 퍼진다. 5~6월에 꽃이 피고 이듬해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열매는 꼭 해거리를 해서 2년에 한 번씩 맛볼 수 있다.

어릴 적 짜밤에 얽힌 추억이 있다. 당시 소여물을 먹이러 산에 가면 짜밤을 따먹느라 소 뜯기는 일은 뒷전이다. 소는 내팽개치고 짜밤 따기에만 바쁘다. 그러면 누렁이는 어느새 남의 밭 고구마 순을 다 뜯어먹어 밭주인에게 난리가 났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하지만 나무 높이가 15미터까지 자라 짜밤을 따려면 높은 곳까지 올라야 한다. 나무에 오르는 데는 원숭이띠인 작은 형님이 선수였다. 무서워 나무를 잘 못 타는 동생에게 높은 나무에 올라 짜밤을 따던 형님이 혹시 떨어지면 어쩌나 왜 그렇게 걱정이 돼던지...

꿀밤처럼 맛좋은 짜밤. 꼭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열매는 날로 먹어야 제 맛이다. 먹는 방법은 짜밤을 입으로 깨물면 반 토막이 난다. 겉은 검은데 속을 까보면 하얗고 차진 열매가 나온다. 맛이 생밤 먹는 것보다 달콤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이런 맛에 하나씩 까먹으면 손에 쥔 한 주먹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밤 맛. 요즘 애들은 잘 모를 거다. 이 글 읽고 아파트 정원수에 열린 짜밤을 서로 차지하려 싸움 일어나는 것 아닌지 몰것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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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