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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게스트하우스 손님으로 오기 전에 이미 내 페이스북 친구였다. 처음 그의 사진을 봤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의 외모는 나이, 직업, 취미, 특기 등 그 무엇하나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또한 그것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몇가지 스릴 중 하나다. 오늘은 또 어떤 바보가 이 공간을 찾아줄까 하는.

놀랍게도 그는 20대였다. 올곧은 성격을 반영한 듯 반듯한 2:8 가르마, 당시에는 부의 상징이었을 지도 모를 금테 안경, 학부모총회에서 아빠가 입고 온다면 친구들 보기 창피할 것 같은 낡은 수트까지. 그의 스타일에선 감히 21세기를 사는 한국의 20대를 읽을 수 없었다. 사회는 언제나 청년들에게 시대를 앞서갈 것을 주문하지만 그는 도리어 시대를 역행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몹시 궁금했다.

그의 스타일에는 어버이 세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배어있다
▲ 한국의 자랑스러운 20대청년 타이거디스코 그의 스타일에는 어버이 세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배어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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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놀랍게도 그는 DJ였다. 풍모로만 본다면 고 김대중 대통령을 뜻하는 DJ에 더 친숙할 것 같은 그가 디스크자키였다니. 과연 음이나 제대로 알까 싶었지만 그는 그날 우리들의 별밤지기였고 김기덕이었고 황인용이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음악들과 그 뒷이야기들을 줄줄 꿰고 있었다. 마치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이곳이 21세기 게스트하우스인지 1980년대 세시봉인지 모를 만큼 우린 시대를 넘어서는 문화와 조우할 수 있었다.

지난간 시대를 재조명함으로써 도리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 7080 전문 DJ 지난간 시대를 재조명함으로써 도리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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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놀랍게도 그의 진짜 직업은 한식조리사였다. 현재 서울의 유명호텔 조리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중학생 때부터 이미 요리를 시작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가 요리에 대한 식견과 마인드는 달랑 1, 2년 경력의 요리사 출신인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저는 리듬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요리에도 리듬이 존재합니다. 강한요리와 부드러운 요리가 조화될 때 사람들은 최고의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제잉과 요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과 거기에 합치시킨다.
▲ 요리하는 디제이 타이거디스코 어떤 환경에서도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과 거기에 합치시킨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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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놀랍게도 그 바쁜 와중에 팝아트 미술가이기도 했고, 모델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게스트하우스 업주이기 전에 음악치료사였고, 소설가 지망생이고, 문화기획가로 활동하니 말이다. 내가 이 일 저 일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주변사람들은 내게 한우물만 팔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한우물만 파다보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 자명했다.

또, 우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호수를 팔 생각이라면, 당연히 이곳 저곳에 우물을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사회가 팍팍해져 간다. 나는 타이거디스코와 같은 재밌는 친구들과 함께 호수를 만들 생각이다. 개성 넘치는 각자가 서로의 우물을 파면서 때로는 같은 호수에서 만나 신나게 헤엄치는 그런 삶을 나는 꿈꾼다.

타이거디스코,  당신이 있어서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린 보다 더 세상을 재밌게 만드는데 이바지해야겠습니다.
▲ 강드림 사장과 타이거디스코 우린 보다 더 세상을 재밌게 만드는데 이바지해야겠습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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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간실격패, #게스트하우스, #강드림, #타이거디스코, #레트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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