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8월 8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윤일병을 비롯한 군대 내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 모습
 8월 8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윤일병을 비롯한 군대 내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 모습
ⓒ 한국NGO신문

관련사진보기


실로 끊이지 않는 죽음의 연속이다. 지난 6월 21일, GOP총기난사사건 이후 확인되고 있는 군대 내 사고, 자살로 인한 일련의 죽음들은 우리의 군대가 더 이상 상식적이지 않은 곳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31일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밝혀진 28사단 윤일병의 참혹한 죽음은 국민들에게 경악과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12월 입대해 올 2월 중순 경기도 연천의 28사단 포병연대 본부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된 윤일병은 신병 대기기간이 끝난 3월 초부터 숨지게 된 사건이 벌어진 4월 6일까지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려 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때까지 지속된 폭행, 2~3시간 동안의 기마자세 강요, 치약 짜먹이기,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먹게 하는 등 부대고참을 중심으로 자행된 가혹행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윤일병을 죽음에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부터는 잠도 안재우고, 식사도 하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수액을 주사하면서까지 계속된 폭행과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한 윤일병은 선임병들이 주는 냉동만두를 먹다 다시 시작된 폭행에 쓰러졌고 군당국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에 뇌에 공급되지 않아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그 죽음의 원인조차 아직 논란 중에 있다.

국방부의 거짓과 은폐는 현재진행형

윤일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군당국의 거짓과 은폐의 행동들이다. 윤일병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당시 군당국은 윤일병의 죽음에 대해 단순구타로 인한 사망으로 발표하면서 "윤일병은 관심병사도 아니었으며 부대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까지 언급하였다. ('선임병들과 간식 먹다 구타 당해, 육군 일병 하루만에 숨져' - 동아일보 4월 8일자) 하지만, 윤일병의 죽음이 최종 확인된 4월 7일, 28사단 헌병대가 이미 윤일병에게 가해진 폭력과 가혹행위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당국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번 시작된 거짓과 은폐는 계속 이어진다. 군수사당국은 사건당사자에게 당연히 공개하게 되어 있는 수사자료를 감췄으며, 사건 조사를 마무리할 때 진행된 현장검증에서도 유가족의 입회요구를 거부했다. 군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28사단 장교들의 휴대폰을 일제히 수거해 이 사건의 외부유출을 통제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 사건의 군 보고상황과 관련하여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에게는 가혹행위의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최종 발표했다. 과연 그럴까? 윤일병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5일 뒤인 4월 11일 국방부는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 주재로 긴급히 전군 지휘관을 소집해 특별 군기강 확립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 기초해 육군은 4월 11일부터 28일까지 '특별 군기강 확립 및 사고예방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육군 전부대를 상대로 가혹행위 여부를 긴급 조사한다.

이 조사에서 3919건의 부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가 확인되고 6월 9일에는 창군 이래 두 번째이자 35년 만에 육군 전 부대에 '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발본색원명령'(일반명령 제14-156호)이 하달된다. 그보다 앞선 5월 1일에는 당시 권오성육참총장이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지휘관들의 자성을 촉구하며 고질적인 적폐를 척결할 것을 명령한다. 윤일병 사건의 참혹함과 중대함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과 판단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신속하고 이례적인 조치들이 사건이 세상에 밝혀지기 전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드러나는 또 다른 윤일병들의 죽음

윤일병 사건이 폭로되고 나서 마치 봇물처럼 숨겨져 있던 군대 내의 가혹행위와 죽음의 사실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3월, GOP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서 고참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화장실에서 목을 메 자살한 정아무개 일병 사례, 지난 7월, 경북의 탄약창 경비중대에서 근무하다 관심병사로 지정되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던 이아무개 상병이 불명예 제대한 날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사례, 3사단에서 후임병들 입에 곤충을 넣고 해충퇴치기에 손을 넣게 하고, 혀로 땅바닥을 핥게 한 사례, 해병대에서 신병에게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며 변기를 핥도록 한 사례 등... 윤일병 사건으로 군대 내의 폭력과 가혹행위가 공론화 된 이후에도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2일에는 윤일병과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관심병사 2명이 자택에서 부대 내 생활을 견딜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동반자살 했으며, 같은 날 경기도 광주 제3군사령부에서도 윤모일병이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가혹행위와 죽음의 사례들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군대 내의 인권상황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국회 국방위윈회가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 3800여명 수준이던 구타·가혹행위자에 대한 군당국 자체 징계는 2008년에는 5800여명 수준으로 치솟았고 2011년에는 6400여명으로 계속 증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군대 내 가혹행위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의 수준은 미약하다.

지난 8월 11일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내 폭행, 가혹행위 등에 대한 형사처벌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010~2013년) 군내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형사처벌 2815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건수는 51건으로 2%에도 못 미치며 이 중에서 간부들에 대한 실형선고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가혹행위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주로 지휘관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처벌이나 관용의 대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군대 내 인권상황 파악의 주요한 근거로 판단되는 자살율 역시 2006년 64명 수준에서 2011년 97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후 진행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퇴보와 맞물려 군대 내에서는 더욱 급격한 속도로 인권상황과 민주주의의 악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국방부는 지난 8월 6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방부 내에 국방인권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군내 인권상황의 개선을 위한 일련의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 진정성과 효과성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병영문화혁신위의 경우, 윤일병 사건의 책임당사자이기도 한 전 권오성 육참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으려다 여론에 밀려 물러난 뒤 한민구 현 국방장관이 그 자리에 앉았으며, 위원회의 실질 업무를 총괄하는 류아무개 소장은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결과 윤일병 사건 보고누락을 이유로 징계대상인 자로 드러났다. 혁신의 대상인 당사자들이 혁신을 주도하는 앞뒤가 뒤바뀐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 국방부는 지난 8월 13일 대통령에게 '병영문화 혁신 3개 항목 20대 과제'라는 병영문화혁신안을 보고했는데 이는 위원들과 협의조차 없었던 내용들이어서 민간측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며 국방부가 혁신위를 들러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방인권협의회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민간인 전문가를 참여시킨다고는 하지만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의장을 맡고 육·해·공군 법무실장이 인권담당관이 되어있어 사실상의 주도권은 군에서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사실 이러한 국방부의 대응방식은 조금 주의깊게 살펴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다.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2000년), '병영생활행동강령 선포'(2003년), '선진병영문화비젼'(2005년), '병영문화개선운동 100일 작전'(2011년) 등등... 사건만 발생하면 그럴듯한 민간단체 또는 전문가를 포함시켜 혁신과 개혁의 이름을 붙인 위원회들을 만들고 몇 개월이 지나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 즈음 위원회에서 대책을 제안하면 군의 특수성을 강변하며 거부하거나 유명무실화 시켜 온 것이 그간의 국방부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현역 국방장관이 위원장인데다 전문위원 65명 중 과반이상인 37명이 군과 관 출신으로 구성된 혁신위에서 말 글대로 '혁신'적인 방안이 채택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 위원회에서 연구와 토론을 거쳐 방안을 내놓는다는 시점은 올 12월이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인 것이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살펴본대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당국이 내놓은 임기응변식의 대응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을 우리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대 내의 인권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나 문민통제에 대해서 국방부는 '군대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거부해왔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친화적 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한 권고안으로 군인권법의 제정, 군인권교육 의무과목 지정, 병사계급별 대표로 구성된 협의체 구성, 부대 진단 시 외부전문가의 참여 보장 등을 제안했으나 국방부는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명령체계를 흔들고 군기강을 헤이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일부 야당의원들이 병사 개인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폭언·폭행·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 군사옴부즈맨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을 발의했으나 역시 국방부와 여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이들 법안의 제도화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으나 국회에 의한 군의 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사옴부즈맨제도 등에 대해 군은 여전히 부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군은 이제 정말 바뀌어야 한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터져나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곳에 어떻게 내 자식을 보낼 수 있는가 라는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군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군입대를 거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군은 이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때다. 군은 물론 사회의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들, 국회, 정부 나라의 모든 부분이 모여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군은 이제 닫힌 문을 열고 많은 제언과 대안들을 수용해야 하며 군인 한명, 한명의 생명과 인권이 존중되고 지켜지는 군대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의 젊음들이 군대에서 참혹하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홈페이지 : cathrights.or.kr 주소 : 서울시 중구 명동길80 (명동2가 1-19) (우)04537 전화 : 02-777-0641 팩스 : 02-775-6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