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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소에 오게 된 동물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한때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던 그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또 구조가 되어 동물보호소에 맡겨지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런 동물들이 1년이면 10만여 마리에 달합니다. 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분을 찾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기획으로 동물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여름, 강원도 동해안 피서지에 버려지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길에 나선 줄로만 알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보호소 케이지에 갇힌 동물들의 눈빛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눈도 마주치고 꼬리도 쳤을 텐데, 일부러 수고스럽게도 먼 데까지 와서 버리고 간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동물들이 버려지는 것은 이번 여름만의 일이 아니다. 비가 들이치는 장마철이든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이든, 도심 한복판, 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지하철 사물함까지, 버려지는 동물들은 넘쳐난다.

버려지는 동물, 1년에 10만 마리

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 보호되어 있는 강아지들.
 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 보호되어 있는 강아지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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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발표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신고되는 유기동물은 1년에  10만여 마리에 달한다. 신고되지 않고 길에서 떠돌다가 죽는 동물, 개인이나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되는 동물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웃돌 것이다. 현행법상 길에서 발견된 동물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0일 동안 보호하게 되고, 그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그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겨져 안락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입양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있다.

'10일 이후에는 안락사'라는 규정은 유기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유실된 동물이 주인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보호 기간 동안 주인을 찾는 동물은 10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불안에 떨다가 차가운 보호소 바닥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동물이 처한 문제는 단순히 안락사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상주하는 수의사도 없는 곳이 많은 데 비해 하루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애초부터 병들어 버려진 동물도 있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질병에 걸렸거나 교통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동물들도 많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으로 이 동물들을 다 치료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다. 좁은 공간에서 전염병이 돌기도 쉽고, 버려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면역력까지 약해지다 보니 열흘도 못 넘기고 보호소에서 병들어 목숨을 잃는 동물들도 많다.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 361개 중 시나 도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25개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입찰이 들어온 민간 시설에 돈을 주고 위탁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입찰가가 싼 시설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고, 동물을 어떤 식으로 보호하는지는 계약 시 선정 기준이 되거나 계약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자체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직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

위탁시설은 보호하는 동물 한 마리 당 대부분 10만 원 내외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는 동물 포획부터 관리, 응급치료, 인건비, 보호소 운영비, 안락사를 하게 된다면 그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비용이다.

이렇게 한정된 예산으로는 파보 바이러스 등 전염성 질병이 걸린 개체가 입소해도 격리 치료나 관리가 힘들고,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면역력이 약해진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옮아 한꺼번에 폐사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보호 기간이 넘은 동물을 계속 보호하게 된다고 해도 그 비용은 따로 지원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은 보호소 관리 문제를 지적하게 되고, 유기동물 보호소는 보호소 대로 고충을 토로한다. 심지어 일부 업체이기는 하지만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법을 쓰거나 동물을 방치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여수시에서 위탁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죽은 개들과 소의 사체가 널린 곳에서 식용으로 팔기 위한 개들까지 사육하고 있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적발되었다. 당연히 시는 계약을 해지했다. 또 그 전 해 성남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위탁받은 보호소에서 거짓 문서로 보조금을 타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위탁업체에게 입찰을 주는 대신 유기동물 보호소를 각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민원처리 형식으로 신고되는 동물들을 열흘간 보호하다가 안락사 하는 시설이 아니라, 입소하는 동물들을 전염병 예방 등으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민들에게는 동물보호 교육과 함께 유기동물 입양을 권장해서 동물의 폐사율을 줄이기 위함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통계를 보면 광주, 대전 등 직영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시에서의 동물 폐사율은 위탁 기관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고, 입양률은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시에서는 부지 매입이 힘들고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예산 마련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아지 공장' 종견장 단속 등 대책 마련도 시급

유기동물 보호소의 환경이 개선된다고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를 줄이려면 번식업, 판매업 등 동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업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쓰레기장같은 시설에서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듯 하루에도 수백, 수천 마리씩 새끼를 빼는 종견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물건처럼 경매에 붙여진다.

이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강아지.
 이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강아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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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숍, 동물병원, 대형마트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개들을 '무이자 할부', '명품애견 초특가 분양' 등의 문구로 선전하며 충동구매를 조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동물을 번식시켜 팔 수 있는 제도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전문 브리더(breeder, 사육자)로 번식업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개와 고양이를 상업적 용도로 번식하려면 농무부에서 허가증을 받도록 연방법인 동물복지법에 규정되어 있다. 적절한 시설, 청결한 위생상태, 물과 사료의 공급, 온도조절, 수의사에 의한 정기적 검진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연방법 외에 26개의 주에서는 주(州) 법으로 케이지의 크기를 명시하고 철사로 된 케이지를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미개가 일생 동안 임신하는 횟수를 5번으로 제한하거나, 야외에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킬 것을 의무화하는 등 번식업 장에서 본질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동물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 반려동물 기르지 말아야

번식업 장에 있는 강아지들.
 번식업 장에 있는 강아지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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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함부로 동물을 기르고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을 갖는 일이다. 동물을 기르는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개, 고양이의 수명은 15년에 달한다. 구충, 예방접종 등 기본적으로 드는 의료비 외에도 언제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날지 모른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을수록 병치레가 잦아지면 치료에 목돈이 들어가기도 한다. 결혼, 출산, 이사 등 살면서 인생에 변화가 생겼을 때에도 책임지고 기를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또 공동주택에서 동물을 키움으로써 이웃 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동물보호정책이나 보호 시설도,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냥 버리고 마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다. 동물을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펫샵에서 동물을 구매함으로써 번식업의 확산에 동조하기보다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번 여름 강원도에 버려진 동물들에게도, 기적처럼 새로운 가족이 나타나길 바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 유기동물과 인연을 맺고 싶다면...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지난 7월 채식전문 잡지 <비건>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유기견 , #유기동물입양 , #반려동물 , #동물자유연대 , #동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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