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 중인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 중인 세월호 ⓒ 시네마달


2014년 4월 16일 오전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대형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다. 304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초대형 참사. 아직도 10명은 시신조차 못 찾고 있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권력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사고의 현장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마디로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기본적인 체계가 존재한지 의문이 들 만큼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사고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잘못된 발표를 일삼았고, 언론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아쓰기만 했고, 그 사이 채 꽃피지 못한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아까운 생명들은 모조리 수장됐다. 배 안에 갇혀있던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할 만큼 국가기관이 보인 모습은 무능과 기만의 연속이었다.

구조 방법 중 하나로 제시했던 '다이빙벨'을 놓고 벌어지는 오락가락한 자세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결정이 거부와 수용, 번복과 재번복을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려버리고 만다. 마치 무질서한 곳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듯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국가기관의 구조 작업은 사실 구조라고 말하기도 우스울 만큼 그저 형식적인 면이 다분하게 보일 정도였다.

세월호 참사를 담은 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런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다. 사고 현장에서의 보인 정부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지금 정부나 집권세력의 태도가 신뢰할만한지에 대해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며 의문을 던진다.

사고 현장 도착 전에 실패부터 보도하는 언론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 시네마달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부상한 영화 <다이빙벨>이 6일 오전 11시 안팎의 높은 관심 속에 첫 상영이 이뤄졌다. 상영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외부의 수많은 압박이 영화제에 가해졌고, 상영 취소 논란이 있던 탓에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나 관객들이 이 영화에 큰 관심을 나타냈고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다이빙벨>은 주로 <고발뉴스> 등을 통해 보도된 화면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안해룡 감독과 함께 이 작품을 공동으로 연출한 이상호 기자가 인터뷰이로도 나와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보충 설명한다.

'다이빙벨' 논란의 주역이었던 알파잠수종합기술공사 이종인 대표 역시 카메라와 기자들이 없었던 사고해역의 구조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증언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의 초반이 순차적으로 나열돼 있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피해자 가족들은 울부짖고 아우성인데 현장을 지휘하는 체계는 보이지 않는 팽목항 등 사건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언론의 허위보도가 이런 희생의 공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문제의식 중 하나다. 끊임없이 진실과 거리가 먼 보도를 하는 한국 언론의 모습은 그 존재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최대의 함정과 잠수부가 동원됐다고 보도했지만, 실상은 전혀 사실과 달랐다. 유가족들이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이 컸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초기는 내내 그런 보도의 연속이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다이빙벨 논란도 마찬가지다. 다이빙벨이 아직 사고 현장에 도착도 안 했는데, 이미 다이빙벨 실패를 보도하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는 현실은 가볍게 웃기에는 너무 참담할 정도다. 

기자들 떠난 후...다이빙벨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세뤌호 참사 초기 혼란의 팽목항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세뤌호 참사 초기 혼란의 팽목항 ⓒ 시네마달


다이빙벨이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대한 해경의 모습 역시 수많은 의문을 양산한다. 온갖 이유를 대면서 다이빙벨 투입에 불가를 나타내지만, 나중에 다이빙벨이 구조작업에 참여하면서 그 이유가 단순한 핑계에 불과함이 드러난다. 오락가락 입장 변화가 자주 보이는 해경에게 다이빙벨 자체가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에 불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이다.  

결국 마지못해 구조 작업 참여를 용인했기 때문인지 다이빙벨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해경의 시선은 구조 현장 곳곳에서 엿보인다. 수색해야 할 구역으로 해경이 알려준 곳이 사실은 해경의 설명과는 다른 곳이었고, 다이빙벨 작업을 벌이고 있는 배에 거칠게 경비정을 들이대는 모습 등이다.

특히 경비정의 경우, 해경 간부를 데리고 가기 위해 접안한 것이지만 작업 중인 배에 접근할 때 반드시 취해야 할 기본 수칙을 무시한 것이었다. 당시 다이빙벨 작업자들은 사실상 공개적인 위협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한다.

기자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도 크다. 기자들의 탑승이 불허됐을 때 다이빙벨이 작업에 투입될 수 없었고, 나중에 기자들의 현장 취재가 허용된 상태에서 겨우 작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1차 작업을 취재하고 돌아간 이후 다이빙벨 작업은 끝내 실패로 귀결된다.

영화 <다이빙벨>에서 이종인 대표는 기자들이 배를 떠난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담담히 설명한다. 그가 왜 다이빙벨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실패했다고 밝혔는지, 이유도 드러난다.

1차 작업 이후 바지선에 와서 다이빙벨 철수를 요구한 해군장성,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으니 실패한 것 아니냐며 구조작업에 지장을 주지 말라고 압박한 유가족이 누군지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만든다. 다이빙벨 투입 논란이 있었던 초기,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다이빙벨을 실은 배에  탑승하려고 했을 때 내리라고 했던 유가족은 누구였는지도 함께.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제기한 여러 의문점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담겨져 있지는 않다. 다만 '실패'라는 주장에 대해 영화 <다이빙벨>은 이런 물음을 던진다. 한번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20분 정도인 방법과 교대로 2시간 이상 작업이 가능할 수 있던 방법 중 어떤 것이 더 효용성이 높은가? 그렇다면 과연 다이빙벨만 실패한 것일까? 실패 자인을 강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항변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영화의 부제 또한 같은 의미다.

잊지 말자 강조한 <다이빙벨>, 왜 상영 반대한 것일까?

 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을 한 영화인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을 한 영화인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2014년 4월 진도의 현장은 무능한 대한민국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부끄러움이었다.  초대형 해상 참사였지만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속수무책이었던 정부의 모습에 학살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슬프게도 4월 16일에 멈춰버린 대한민국은 여전히 그 모습을 벗어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피로감을 이야기하고 유가족들에게 악담을 퍼붓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등 일부에서는 서서히 '잊기'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사고 시작부터 제대로 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두려워하는 모습이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은 사고 당일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영화 <다이빙벨>은 다이빙벨을 놓고 벌이는 논란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무능한 국가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항의이다. 허무하게 보내버린 골든타임에 대한 자성과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바탕에 깔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초반의 상황을 복기시킨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기자와 만난 이상호 감독은 "해경뿐만 아니라 유가족들도 불편해 할 사람이 많은 영화"라고 말했다. 사전에 기술 시사를 통해 영화를 봤다는 한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은 "도대체 이 영화를 왜 못 보게 하려는 건지, 어떤 장면에 문제가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다이빙벨 세월호 이상호 이종인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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