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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일. 오늘은 단기 4347년 개천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개천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나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 내 단군성전에서 한복소녀단의 활동을 일일 동행취재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한복소녀단을 만나다

숙명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한복소녀단은 숙명여대에서 최근 만들어진 동아리로,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쳐진 소녀들이다. 이 한복소녀단을 처음으로 창설하게 된 곽현지양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복을 알릴 수 있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개천절 대제전에서 한복소녀단이 안내를 하고 있다.
▲ 안내중인 한복소녀단 개천절 대제전에서 한복소녀단이 안내를 하고 있다.
ⓒ 배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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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현정회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의회, 그리고 종로구에서 후원하는 행사이다. 이 한복소녀단은 현정회에서 주관하는 개천절대제전에서 한복체험을 통해 한복을 널리 알리고자 직접 현정회 김종익 이사에게 연락을 해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복체험행사는 오후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나와 한복을 입고 안내 봉사를 하였다.

한복소녀단들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개천절 기념 뱃지를 달아주고 있다.
▲ 개천절 뱃지를 달아주는 한복소녀단 한복소녀단들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개천절 기념 뱃지를 달아주고 있다.
ⓒ 배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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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를 주최한 현정회 김종익 이사는 직접 한복소녀단이 체험을 준비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 행사는 사실 국가주도 개천절 행사에 비하면 사소한 행사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뜨거워져 올해는 특히 앉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이 넘쳐 안내책자가 부족하고, 개천절 배지가 모두 동나 조금 늦게 온 시민들은 식순도 모르고, 언제 끝나는지 모르는 채 행사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한복소녀단이 안내 봉사를 하면서 구두로 식순을 안내하였지만 모두에게 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이번 행사에서 준비한 점심이 모자라 대량의 인원이 식사를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국가 기관이 후원하는 행사임에도, 예산지원의 부족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돌아간 것이 마음아팠던 김 이사는 "이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 다음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행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복소녀단을 향한 많은 관심

한복소녀단과 정세균 의원이 축사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념촬영하는 정세균 의원 한복소녀단과 정세균 의원이 축사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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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홍콩에서 기자 분이 또 온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번에도 인사동에서 홍콩 기자 분이랑 인터뷰했었는데…."

한복을 입고 안내를 하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화려한 한복에 눈길을 준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 행사에서 축사를 하게 된 새정치민주연합 종로구 정세균 의원은 행사 방문을 해 활짝웃으며 한복소녀단과 인사를 나누었고, 많은 아이들이 이 소녀단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그리고 홍콩에서 온 한 기자도 이 소녀들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

한복소녀를 촬영하기 위해 온 홍콩기자가 촬영중이다.
▲ 취재를 하고 있는 홍콩기자 한복소녀를 촬영하기 위해 온 홍콩기자가 촬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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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체험행사는? 대성공

오전 대제전 행사가 끝난 후 한복체험행사는 오후 3시로 예정되었지만, 조금 이른시간인 오후 1시 30분부터 체험행사를 시작했다. 현정회에서 제례복까지 후원해주어 한복, 제례복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참여자 수가 너무적어 걱정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늘어났다. 한복소녀단이 준비한 한복은 문관복, 왕비가 입던 당의로, 남여 각각 한 벌씩이었다. 특히, 어린이 참여자 수가 우세했다.

한복소녀단이 어린이들에게 한복을 입혀주고 있다.
▲ 한복 체험행사 하는 어린이들 한복소녀단이 어린이들에게 한복을 입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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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소녀단과 참여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복체험 한복소녀단과 참여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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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설날, 추석에만 입는 게 아니라는 편견을 깨어주었을까? 몇몇 어린이들은 입은 한복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벗자마자 다른 한복도 입겠다며 아우성이었다.

행사는 오후 4시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호응에 20분 이상 체험행사를 연장했다. 새벽 일찍부터 나와 오후 한복체험행사까지 지칠만도 했지만,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소와 어른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이들의 힘이 되어 주었다.

한 어린이 참여자가 제례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다.
▲ 나도 멋쟁이 한 어린이 참여자가 제례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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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복을 입은 아이들과 한복소녀단들
▲ 모두 고맙습니다 제례복을 입은 아이들과 한복소녀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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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숙명여대 한복소녀단입니다"

(왼쪽부터)윤지영,곽현지,이소진
▲ 숙명여대 한복소녀단 (왼쪽부터)윤지영,곽현지,이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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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숙명여대 한복소녀단입니다. 저(곽현지)와 윤지영은 같은 과에서 공부하고 있고, 이소진은 한 살 어린 동생으로 같은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요."

- 한복체험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 최근에 언제 한복을 입었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렇다면 한복소녀단은 언제 처음 한복을 접하게 되었는지?

윤지영 "저는 초등학교 때 한복입는 날이 있어서 초등학교 때 접했는데,두 달에 한 번씩 마지막 주 토요일에 항상 입었어요."

이소진 "드라마에서만 입는 줄 알았던 한복을 초등학교 때 다도체험 할 때 처음 입었어요."

- 왜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나요?
곽현지 "제가 한복에 빠지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잘 입고 다니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제가 '한복을 알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였어요. 그래서 한복소녀라는 이름으로 혼자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요. 활동하다 보니 혼자서 하기엔 무리가 있고 조금 더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해서 숙명여대에 한복소녀단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를 창설,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한복을 좋아하는 같은과 친구랑 다른과 후배랑 같이 활동하고 있죠."

- 그럼 처음 멤버로 들어왔을 때 선뜻받아들였나요? 사람들의 시선은...
윤지영 "처음엔 선뜻 들어왔었는데 막상 한복을 처음입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계속입고 다니다 보니 어른들이 어디 학교 다니는지, 너무 예쁘다고 칭찬도해주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그래서 그게 너무 즐거워서 이번에 두 번째로 자발적 참여를 하게 되었구요."

이소진 "막상 동아리에 들어가 꾸준히 하는 게 부끄러웠는데 계속하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계속 하고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두 번째 활동이에요."

- 그럼 어떨 때 가장 보람차나요?
곽현지 "어른들이 칭찬해주실 때요. 너희같은 아이들이 있어 너무 다행이다, 그리고 한복이 너무 예쁘다. 이런 칭찬을 해주실 때 너무 보람차요. 이렇게 잘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찬은 많이 받을수록 뿌듯하죠."

- 하지만 일반사람들은 평소에 입을 수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반인들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나요? 
윤지영 "한복의 편견이 많은 거 같아요. 여러 겹을 입거나 덥고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게 상대적으로 흔하잖아요. 그러한 선입견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활동하면서 두 번 다 화려한 색을 입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였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한복을 입었구나, 예쁘구나'라는 긍정적인 눈빛을 보내주시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이러한 사소한 점이 너무 고마웠어요. 처음엔 창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막상 입으면 그 생각이 뒤집어져 예쁘다고 생각하게 될거에요."

곽현지 "불편하다구요? 아니요 너무 편해요. (그렇지 애들아?) 사실 전통한복을 입고 다니기엔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생활한복을 입고 다녀요. 조금 더 대중적이니까요. 사실 가격이 높다는 점도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한복 악세사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한복사랑에 동참할 수 있고,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곽현지 "아직 숙명여대 한복소녀단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규모가 작아요. 하지만 점점 사람들이 많아져 숙명여대 정식동아리가 되는 게 1차적인 목표에요.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학교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표지로 저희가 뜨는 게 꿈입니다. 그리고 '한복'하면 곽현지라는 이름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을, 겨울 한복도 디자인 하고 있는데요. 디자인이 완성된다면 그 옷을 입고 활동하는 게 이번 겨울의 목표입니다."

이소진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는데, 한복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에요. 한복을 직접 입으면서 한복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어요." 

활동을 하게 된 약 두 달간 동대문DDP, 서대문, 인사동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한복소녀단과 사진촬영을 하거나, 직접입을 수 있도록 한복체험을 하는 등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숙명여대 한복소녀단.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혹시 이 부근을 지나가면서 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아름답다고 한마디씩 건네주거나 응원을 보내는 건 어떨까?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만들어내는 '나비효과'처럼 이들도 조만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복소녀를 만났다. 한국을 알리고, 한복을 알리고 싶은 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카메라에 그리고 이 글에 담았다. 이를 계기로 한복을 더 사랑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란다.



태그:#숙명여대 한복소녀단, #개천절대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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