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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참 놀랍습니다. 10월을 시작하면서 내린 비는 서늘함으로 가을을 재촉하고 그에 맞춰 길옆 가로수의 잎들도 분주히 가을채비를 시작하려는듯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합니다.이가을, 여름과 동시에 시작했던 육아휴직도 만 3개월을 꽉채우고 4개월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준 힘일까요? 아이들에게서 엄마만 아는 작은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부모 회사 때문에 잦은 이사와 전학을 다닌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워했고 특히 유치원생인 둘째는 대부분의 신체활동을 거부했었습니다. 노래하면서 춤추는 활동이 많은 날이나, 발표회등에는 아예 등원을 안하겠다고 울며 할머니와 씨름하다가 아침일찍부터 지방근무로 얼굴도 보지 못하는 엄마에게 전화하곤했습니다. 그래도 겨우 달래 유치원에 보내면 '그냥 서 있었다'는 선생님의 피드백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곤 그녀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 '안한다니까..'였습니다.

아무리 좋은거라도 안하다면 안하는거랍니다
▲ 안한다니까! 아무리 좋은거라도 안하다면 안하는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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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녀, 맘이 변했나 봅니다.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병설유치원이라 초등학교 운동회날 형님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무용도 하고 또 엄마와 함께 달리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고집이 장난이 아니였고, 또 올초 이사후 부쩍 심해진 부적응사태를 지켜본 후라 그리 기대도 안하고 운동회에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달라졌습니다. 그녀 달리기에서도 씩씩하게 달리고, 아이들과 움직이는 순간에도 재미나게 떠들고 있었으며, 그리고 '어머, 어머 쟤가 우리딸 맞어?' 싶을 정도의 표정으로 신나게 율동을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엉덩이도 신나게 흔들고 말입니다.  오, 회사에 출근했다가 잠깐 시간을 내서 나온 남편과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남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많이 컸네, 우리딸..."

헉, 역시 회사까지 쉬어가며 두딸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아내의 공은 생각도 못합니다. 유치원에 새로 입학한 3월과 9월사이 6개월동안 아이가 크기야 컸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보이고, 아내의 육아휴직이 준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지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연신 따님을 향한 놀라움과 감동의 표정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가 보여준 달리기 등수 도장에 감동의 리액션은 더욱 커졌습니다.

빼기만 하던 그녀의 달리기 성적표
▲ 영광의 도장 빼기만 하던 그녀의 달리기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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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가 알던 모르던 상관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변할것 같지 않았던 그녀가 맘 돌리고 열심히 뛰고, 허리도 엉덩이도 돌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 3개월을 채우면서 스그머니 찾아들고 있었던 '나만 뒤처지는 건가'라는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려준 그녀의 변심,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너, 혹시 맘이 변한거니? 고마워 우리 딸! 그렇게 천천히 마음이 편해지면 되는거야. 엄마도 앞으로는 딴생각 안하고 너희들과 즐겁게 지낼꺼다, 암 그럴꺼고 말고~

덧붙이는 글 | '기다려주라'는 육아지침서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생활에서는 바쁘다느 핑계로 아이에게 많이 재촉하고 끌어당겼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뒤에서 천천히 지켜보면서 따라가렵니다.



태그:#운동회, #떼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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