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6일 오후 4시 50분]

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하는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꾸려졌다.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 40여 명은 인천에 상주하면서 남북공동응원을 이어 나간다. 대회 개회식 전부터 응원을 해온 터라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북한 선수단 응원 후기를 주요 경기별로 정리해 싣는다. - 기자 말

[1일 여자축구 결승] 북 선수들과 함께 외친 '통일 조국'

 남과 북 여자축구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뒤에 아리랑 응원단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하나다'

남과 북 여자축구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뒤에 아리랑 응원단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하나다' ⓒ 겨레하나


"통~일 조국!", "우리는 하나다!"

북측 여자축구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통일 조국'을 외친 줄은 몰랐다. 우리 '아리랑' 응원단의 맞은편에서 응원했던 사람들의 카메라에 이 장면이 잡혔다. 북 선수들은 '통일 조국'을 외치는 관람석 앞으로 뛰어가 함께 이 구호를 외쳤다. 북의 골잡이, 허은별 선수가 눈물 범벅이 된 채로 '통일 조국'을 외치는 모습도 보인다.



현장에서 아리랑 응원단인 우리가 앉은 곳까지 그 소리가 들릴 리는 만무했다. 이미 경기장은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통일 조국', '우리는 하나다' 구호로 메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앞으로 북 선수들이 달려와서 인사를 할 때도 선수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서로에게 인사하고 있었다는 것은 다음 날이 돼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3-1로 일본을 꺾은 북측의 승리,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 시상식이 모두 끝날 때까지 환호와 구호는 끊이질 않았다. 연단에서 남측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시작할 무렵, 구호가 바뀌었다. "같이 찍어! 같이 찍어!" 남과 북 선수들이 사진을 같이 찍으라는 요청이었다. 

 남과 북 여자축구 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남과 북 여자축구 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 겨레하나


남과 북 선수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옷깃을 잡고 서로 어깨를 두르기 시작하자, 관람석에서 다시 환호가 터져나왔다. "와~!", "와와~~" 선수들을 바라보며 목메인 구호가 다시 나왔다. "우리는 하나다!"

동포애라는 낯선 감정이 밀려온 탓인지, 응원단이 오지 못한 북측 선수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대견함이 뒤섞인 것인지, 분단돼 있지만 우리는 원래 하나였음을 이리 확인하는 게 서러운 탓이었는지 응원단은 눈물을 흘리거나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쳤다.

 북측 홍명희 선수와 남측 선수가 시상식 후에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홍명희 선수와 남측 선수가 시상식 후에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고 있다. ⓒ 겨레하나


[1일 여자 복싱] 우리 향해 쉴 새 없이 손 흔든 '역도 세계신' 김은주 

 사진 중간에 김은주 선수가 국기를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중간에 김은주 선수가 국기를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 겨레하나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복싱 여자 미들급(69-75kg) 결승전, 장은희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자 우리 맞은편에 자리한 북 선수와 임원들 사이에서 우리를 향해 인사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5일 여자 역도 75㎏급에서 중국을 꺾고 역전승을 한 김은주 선수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김은주 선수는 용상에서 세계신기록, 합계에서 대회신기록을 세웠는데 우리 응원단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응원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감동에 겨워했기 때문이다.

10월 1일까지 37개의 북측 경기 응원을 책임져온 이원규 아리랑 응원단장도 "우리 응원으로 김은주 선수가 더 힘을 내준 것 같다"며 "서로 교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말 우리 응원 덕분에 더 힘을 냈던 것일까. 김은주 선수는 우릴 바라보며 쉴 새 없이 팔을 흔들었다. 잊지 못할 장면이다. 우리는 팔이 아프도록 손을 흔드는 김은주 선수와 함께 장은희 선수의 복싱 경기를 응원했다. 장은희 선수는 중국의 리 치안 선수를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응원에 화답하듯이 관람석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들었다.

 오른쪽 하단에 우리를 가리키는 북측 관계자가 보인다.

오른쪽 하단에 우리를 가리키는 북측 관계자가 보인다. ⓒ 겨레하나


 장은희 선수에게 우리 위치를 설명하는 북측 관계자의 모습

장은희 선수에게 우리 위치를 설명하는 북측 관계자의 모습 ⓒ 겨레하나


그 순간 북 선수와 임원이 앉은 2층 관람석에서 1층에 있는 장은희 선수에게 손짓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은희 선수에게 우리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라고 말하는 모양새였다. 난간을 잡고 장은희 선수에게 우리를 가리키며 설명했는데, 장은희 선수는 결국 취재진에 휩싸여 우리 응원단을 향해 다시 다가오진 못했다.

[9월 30일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북한 심판이 치켜든 '우리는 하나'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다이빙 여자싱크로나이즈 10m 플랫폼 결승전. 관람석의 시민들도 우리 응원단과 함께 단일기를 흔들며 김운향-송남향 조를 응원했는데, 말레이시아에 역전하며 은메달이 확실시되자 더욱 신명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싱크로나이드 북측 감독과 심판이 '우리는 하나'라며 응원단에게 인사하는 모습

싱크로나이드 북측 감독과 심판이 '우리는 하나'라며 응원단에게 인사하는 모습 ⓒ 겨레하나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경기장을 나서려는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북측 감독과 심판이었다. 깜짝 놀란 우리들은 나서던 길을 멈춰서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북측 심판이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다. 아리랑 응원단에 환호 소리 같은 웃음이 번졌다.

우리는 진정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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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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