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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최소 서너가지 이상의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갖가지 인연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관습상 그러한 모임들은 단순한 친교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기 마련이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자발적인 의지 보다는 눈치보기에 의해 억지스럽게 참여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번에 내가 얘기하고자 게스트 이야기도 바로 그 모임이었다.

그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찾게된 연유는 네명의 중학교 동창 20주년 기념여행이었다. 20년이라니... 강산이 한번 바뀐것도 모자라 한번더 바뀌고, 몸도 못가누던 어린 아기가 어엿한 성인이 되는 세월이다. 자연히 나이도 적지 않을 것인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손님들은 사실 신경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게스트들의 입장보다는 자신들의 모임이 가진 특별성에 의미를 두느라 한껏 흥에 취하고 자연히 술에 취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들은 도착과 동시에 다량의 술과 음식들을 풀어 놓았고, 내 마음에는 그 순간 태풍이 오기전의 강한 바람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파티가 시작되고 또 자연스레 술잔이 오갔다. 그들은 한결같이 싱글벙글이었다. 다른 게스트들에게 억지스럽게 술을 권하지도 않고, 가능한한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소한 말장난에도 박장대소로 응답했고,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자 했다. 알고보니 나와 같은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동네 형이었음이 드러나고, 또 다른 한 게스트는 그들과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선배였음이 드러나고. 이 기막힌 인연에 다들 탄성을 금치 못하며 술잔을 이어갔다.

그리고 파티 말미에는 너나할것 없이 하나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것은 자신들의 20주년을 기념하는데에만 있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20주년을 함께 보낼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바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말이다. 같은 학교를 다닌것도, 같은 동네에 살던 것도,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연히 어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친구 말이다. 거기에는 나이도, 성별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친구다
▲ 폭풍같던 그날의 밤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친구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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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그 열려있는 마인드가 너무도 멋있어 보였다. 한국사회에서의 모임이란 어느 정도 폐쇄성을 갖기 마련이다. 우리끼리. 내식구. 내친구. 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날 내가 만난, 그리고 내가 새롭게 가입하게 된 모임은 그와 다르게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인드. 또 함께 모이면 더 재밌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후에도 그들은 몇차례 더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고, 그때마다 늘 셀 수 없을 만큼의 수북한 술병들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자리를 치우면서 묘한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이렇게 친구가 생기는구나. 또 이것은 내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게스트들은 여간해서 내가 외롭게 되는 것을 가만 두지 않으니까 헤헤.'

언제 다시 만날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
▲ 언제나 마무리는 미소 언제 다시 만날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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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간실격패, #강드림, #게스트하우스, #동창모임, #대안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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