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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국경절에 새롭게 그려 내건다. 언제까지 저곳에 마오쩌둥이 사진이 걸릴지 지켜볼 일이다.
▲ 천안문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 해마다 국경절에 새롭게 그려 내건다. 언제까지 저곳에 마오쩌둥이 사진이 걸릴지 지켜볼 일이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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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0월 1일, 천안문의 망루에 올라선 마오쩌둥은 광장에 모인 인민들을 향해 후난성 사투리 억양의 격앙된 목소리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다. 65년이 지난 천안문에는 죽은 마오쩌둥을 대신해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해마다 국경절이 되면 중국 최고 초상화 화가인 꺼샤오광이 새롭게 그려 몰려든 관광객들을 산뜻하게 맞이한다.

중국공산당은 서양언론이 '우상화'라고 비판해도 마오쩌둥의 초상을 천안문에 걸겠다고 공언한다. 식당은 물론 버스, 택시, 주유소에도 마오쩌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많은 중국인dl 숱한 고비와 위험을 넘어 건국에 성공한 마오쩌둥의 기가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골동품 가게에는 불상들과 함께 마오쩌둥 동상이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다. 마오를 추앙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일사분란한 열병식, 중국공산당의 존재감

대학생들도 모두 학문 추구나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이데올로기가 먼저라는 생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 린이대학교 신입생 열병식 모습 대학생들도 모두 학문 추구나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이데올로기가 먼저라는 생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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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린이(臨沂)대학교에서 신학년 개학식과 군사훈련 수료식 그리고 체육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하고 드는 생각은 "중국은 정말 사회주의국가구나" 하는 것이었다. 군복을 입은 1학년 학생들은 물론 전원 참석하고, 2~4학년도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4만 명을 수용하는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공산당이 없으면 새로운 중국이 없다(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는 등 사회주의와 공산당을 지지하는 학과별 합창대회가 열렸고, 곧이어 막 군사훈련을 마친 1학년 학생들의 열병식이 진행됐다. 그리고 린이시 부시장과 린이대학교 당서기의 긴 연설이 있었다. 보통 대학에서 제일 높은 지위는 총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총장 위에 중국공산당이 임명한 당서기가 있다. 모든 조직을 중국공산당이 장악하고 그들의 지도노선에 따라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단과대학으로 마르크스주의 대학이 있을 정도로 아직 중국사회는 공산주의 사상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 마르크스주의 대학 단과대학으로 마르크스주의 대학이 있을 정도로 아직 중국사회는 공산주의 사상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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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원의 수가 8750만 명(2014), 중국공산청년단(共靑團) 수는 8990만 명(2012)으로 두 조직 모두 1억에 가깝다. 그리고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공산당이 그리는 권력의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심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는 말 그대로 붉은색 바탕에 다섯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색은 혁명의 열정을, 다섯 별 중 큰 별은 중국공산당, 나머지 네 개는 프롤레타리아계급 즉 노동자, 농민, 소자산계급, 민족자산계급을 나타낸다. 중국이 지향하는 국가이념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1987년에 제시된 중국공산당의 '기본노선'은 변함없이 견지되어 오고 있다. 바로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一個中心, 兩個基本點)이다. 하나의 중심은 사회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건설'이며, 두 개의 기본점은 네 개의 견지(四個堅持)와 개혁개방이다. 경제건설이나 개혁개방이 자본주의적 요소를 수용한 오른쪽 날개라면, 네 개의 견지는 사회주의 노선을 견고하게 유지하려는 왼쪽 날개이다.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 독재, 중국공산당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사상 견지가 바로 네 개의 견지이다.

사회주의 표방하면서도 자본주의 요소 적용하는 중국

자본주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시장의 논리에 맡기지 않는다. 때로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계획경제의 일면도 갖고 있다. 사회주의 중국에도 부분적으로 사유제가 인정되고, 주식시장의 운영도 가능하다는 것이 중국식 사회주의의 논리다.

"공산당 좋아, 사회주의 좋아, 개혁개방 좋아!"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 길거리에 넘쳐나는 중국공산당 홍보 벽보 "공산당 좋아, 사회주의 좋아, 개혁개방 좋아!"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 중국인터넷TV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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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리 곳곳에 중국공산당이 대중 계몽과 공산당 홍보 전단을 붙여 놓았다. 공칭둥(孔慶東) 베이징대학교 교수가 <구호만세(口號萬歲)> 라는 책에서 지적하듯이, 중국 사회는 수많은 구호로 대중을 계몽하고 선도하는 전략에 능하다. '중국몽(中國夢)' 시리즈 홍보 중 하나를 보면, "공산당 좋아, 사회주의 좋아, 개혁개방 좋아"로 되어 있다.

수박처럼 중국의 겉모습은 파랗지만, 그 속은 붉은 사회주의 이념이 자리 잡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상(商)나라에서 유래한 '상인(商人)'이라는 말처럼 중국인은 돈을 잘 다루고, 경제논리에 빠르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를 통해 분열이 얼마나 자신들을 피폐한 혼란으로 이끌었는지를 잘 안다. 그래서 언제든 국가라는 제도를 위해 자유와 민주를 다소간 포기할 줄도 안다. 사회주의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주길 바라며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그:#국경일, #마오쩌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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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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