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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아래 단통법) 시행으로 전국이 시끌벅적하다. 스마트 폰이라면 기어 다니는 아기들도 만지작거리는 물건이다. 파급력이 큰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통법은 애초의 의도와 달리 가정 경제에 힘을 보태줄 것 같지 않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가 '경쟁'이다. 단통법은 자유와 경쟁보다는 평등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 모양새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한함으로써 핸드폰 제조사의 가격 결정권을 빼앗았다. 시골에서 좌판을 벌이고 배추와 무를 파는 촌로에게도 가격 결정권이 있는데 하물며 수 만 명의 생계가 걸려 있는 대기업의 가격 결정권이 훼손당했다. 보조금은 제한을 당해야 할 만큼 악습이었나?

단통법을 거꾸로 뒤집어 봄으로써 답을 찾고자 한다. 기업이 보조금을 무한대로 지급하면 소비자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나? 0원짜리 핸드폰을 판다고 해서 소비자가 시민이 손해를 볼 까닭이 있을까? 자유 의지로 기업이 정한 가격이라면 기업은 손해를 볼 리 없다. 하물며 핸드폰을 싼값에 구매하는 시민은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단통법에 크게 저항하지 않고 있다. 보조금이 핸드폰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정부의 말을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건을 살 때 사는 곳에 따라, 흥정기술에 따라 같은 물건도 다른 값에 사기 마련 아닌가? 같은 물건이라도 인터넷 쇼핑몰, 마트, 편의점, 동네 슈퍼의 가격이 각각 다르다. 또 그걸 문제 삼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옆집 아저씨가 놀라운 협상력으로 내 노트북과 같은 모델을 같은 매장에서 10만 원쯤 싸게 사기도 한다. 배는 아플 거다. 그렇다고 정부에 진정을 넣어 매장 주인이 왜 가격을 달리 팔았는지 알아보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좋은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

팬티 한 장을 사도 흥정을 하고 가격을 깎는 게 우리네 살림살이다.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 가격을 고정하지 말고 그 결정권은 기업에 돌려주는 게 맞다. 그리고 그 기업이 최대한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기업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하는 게 순리다.

높은 보조금 탓에 통신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동의할 수 없다. 통신비가 터무니 없이 높으면 그것을 상쇄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터무니 없이 내리면 된다. 내리고 내려 마이너스 핸드폰이 나오면 된다. 문제는 핸드폰 가격과 통신비의 합이 어떤 가격을 형성하는가이고 그 가격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가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자와 기업의 문제이지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정부가 공공재인 전파 사용료 즉, 통신비를 규제하는 것이다.

통신비가 높아 가정경제를 위협한다면 정부가 이동 통신사에게 통신비를 낮추라고 하면 된다. 정부는 그럴 권한이 있다. 이동통신사가 점유한 전파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통신을 하는데 이 때 전파를 이용한다. 이동통신사가 이 전파를 사용할 권리를 정부에게서 할당받고 사용권을 위임받는다. 이동 통신사가 전파를 소유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통신관련 법을 어기거나 시민의 권리에 반한다면 전파 사용권을 회수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역학관계 속에서 전파 사용료라고 할 수 있는 통신비를 조절 할 권한이 정부에 있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자신의 권한인 통신비 규제는 하지 않고 엉뚱하게 기업의 권리인 보조금을 제한했다. 의미심장한 건 기업의 반응이다. 자신들의 당연 권리인 가격 결정권을 박탈한 단통법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정부 눈치 보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기업이 정부 눈치를 보나. 단통법이 자신들의 이익을 높여주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거다. 써야 할 돈(보조금)이 줄었고 받을 돈(통신비)은 내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데 싫을 까닭이 없다.

그럼 소비자는 어떻게 되나? 대리점의 자발적인 편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생각해 본다. 세일폭이 균일해진 것일 뿐 세일폭이 현저히 줄어든 핸드폰을 과거에 비해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 반면 과거와 다름없는 높은 통신비를 내거나 쥐꼬리 보조금을 받기 위해 좀 더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할 판이다. 단통법은 시민의 가정경제를 알뜰하게 살펴주려고 만들었다는 데 시민은 더 고통을 받는 구조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외면하고 월권을 행사하는 정부, 자신의 권리를 잃고도 울지 않는 기업. 그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소비자 시민이다. 그럼 이 단통법은 애초에 소비자 시민을 위한 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태그:#단통법, #통신비, #휴대폰,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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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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