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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의 공과를 논할 때, 대표적인 공으로는 서원철폐를 들 수 있겠다. 양반 사대부층의 기득권 유지 도구로, 민폐의 진원지였던 전국 1700여 개의 서원을 47곳만 남기고 훼철한 업적은 실로 빛나는 개혁이었다. 150년이 흐른 지금은 대학을 철폐할 때다. 뭐?

출산율 220위, 자살률 3위(2위 북한, 1위 가이아나). 순위를 말할 때 OECD 타령은 하지 말자. 놀랄 것도 없다. 이미 고착되고 있다. 이 나라는 강력한 적신호가 경고를 지속하는 와중에도 모두가 눈앞의 사익에 여념이 없다. 세월호 이후 국가 대개조는 늘 그랬듯 빠르게 잊어간다.

우리 사회를 민주 시민 개인이 한번 생각해 보자.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한국 사회문제가 구조적으로 착종된 괴물이 '교육'이다. 대학은 그 정점에 서있다. 독일 35%, 프랑스 41%, 스위스 29%, 한국 71%. 그악스러운 대학진학률이다.

유독 한국인들이 공부를 좋아해서? 세계 최저 수준인 독서 시간만 보더라도 결코 그 때문은 아닐 터. 이유는 한국인의 집단 최면 탓이다. 대학 간판으로 남과 견주려는 체면,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남 못지않은 삶을 누릴 거란 환상 말이다. 이제는 허식을 벗자. 대졸 학위는 더 이상 체면치레가 될 수 없고, 경제적 부를 결코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공부로 성공하는 아이는 극소수다. 우리나라 교육은 모질게도 극소수만을 바라보며 실제로는 대다수 실패자만 양산해내고 있을 뿐 소모전만 답습하고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학교 수는 대학원을 제외하여 400여 개다. 인구 대비 단연 세계 1위다.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재산 증식이나 상속 등의 수단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랐을 뿐. 대학(大學)다운, 큰 배움이 있는 대학은 참으로 몇 개나 될까? 대학이 대학답지 못하다는 것은 대학 졸업자가 대학 졸업자답지 못하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주변을 떠올려보라.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이 모두는 졸업장이라는 덫을 만들어 놓은 대학의 희생양인 것이다.

대학 진학률에서 보듯 앞선 나라에서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대학은 모두 갈 필요가 없는 사회인 것이다. 상상해보자. 대학이 선택인 세상을.

우선 초·중등 교육이 상당 부분 정상화가 이루어져 경쟁에 병든 우리 아이들의 숨통이 좀 트이겠다.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정책 방향과 관심이 온통 대학 입시에 집중돼 있기에 입시지옥만 해소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도한 교육비 부담을 덜어내 가계경제에도 큰 보탬이 된다. 자연히 장기적으로도 국가 경제에 긍정적일 것이고, 아이 키우는 부담이 줄어들게 되니 출산율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묻지마 진학'만 버린다면 한 번뿐인 20대를 찾게 되고, 적성과 끼를 살려 스스로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건강한 개성과 다양성이 살아 숨 쉬게 된다. 주체적으로 자기 공부가 가능한 사람에게 대학이란 졸업장 공장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니트족은 줄어들고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도 사라진다. 대학에 낭비됐던 막대한 혈세를 영유아·노인 복지 등에 투입하여 국가의 미래를 대비한다.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정말 많을 테지만 얼른 떠올려 봐도 이 정도다. 대학을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 본다면 과한 걸까.

강요된 낭비성 진학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 본다면 얼마나 될까? 만시지탄이나 그 천문학적인 낭비를 막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국가 개조차원에서 취직이나 임금에 학벌을 기준으로 하는 차별 행위를 제도로써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학력(學歷)은 결코 학력(學力)과 같지 않기에 '~년제 대학 졸업 이상' 따위의 관습적인 문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적어도 지금의 한국에서는 대졸 학위가 인간을 차별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으므로 당위성은 충분하며 다만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실현된다면 앞이 캄캄한 이 나라에 한줄기 빛이 되겠지만 '교피아'나 숱한 학교 비리에도 수수방관인 당국이 대학을 제대로 정리할 리 만무하고, 대학의 기득권 유지본능과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위정자를 고려해보면 비관적이기만 하다.

그러니 시민이 할 수밖에. 대원군처럼 철폐를 할 수 없다면 자연사를 돕자. 영화관에서 앞사람이 앉아야 뒷사람도 앉듯 실천은 나와 내 가족부터. 본인도 고졸이다.


태그:#반값등록금, #등록금 , #복지, #사회문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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