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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 모자랐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새를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올해는 일이 많다는 핑계로 탐조를 하지 못하다 10월 1일 오전에 잠깐 시간이 남아 무작정 금강하구를 찾았다. 시기상으로 다양한 도요새들이 찾아올 것을 직감하고 무작정 갯벌로 발길을 옮겼다.

마도요가 게를 잡아 먹고 있다.
▲ 마도요 마도요가 게를 잡아 먹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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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도 계산하지 않고 찾은 금강하구(서천군 장항읍)는 다행히 물이 빠져 갯벌이 형성되어 있었다. 갯벌이 넓게 드러나면서 가까이에서 도요새들을 보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탐조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게를 잡아 먹는 중부리도요
▲ 중부리도요 게를 잡아 먹는 중부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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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 청다리도요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청다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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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도요새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종류별로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뒷부리도요, 흑꼬리도요 등등 도요새들은 호주로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해 정신없이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칠게들이 갯벌에서 새들의 먹이가 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칠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마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의 먹이가 되어 호주로 무사히 갈 수 있기를 잠깐 바라기도 했다.

칠게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 하구 갯벌에서 만난 칠개 칠게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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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의 상징새인 검은머리물떼새도 멀리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우 귀한 새이지만 매번 금강을 찾을 때마다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내게는 금강의 터줏대감처럼 매번 오면 만날 수 있는 행운의 새이기도 하다.

이렇게 갯벌을 돌아다니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정신없이 보다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갯벌에서 한 쌍으로 보이는 새 두 마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개리'이다. 기러기 무리가 서산 등지에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개리가 벌써 찾아 왔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겨울 철새로 금강하구에 머무는 개리가 10월 초 벌써 월동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 철새가 도래하는 것이 11월~12월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금강하구에 찾아온 개리
▲ 개리 금강하구에 찾아온 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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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매년 겨울 금강하구를 찾을 때마다 개리를 찾았지만 벌써 4년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실망을 하고 있던 터라 더욱 놀랐다. 예전에는 금강하구언덕에서 하류로 약 1km 내려오면 매년 10~20여 마리의 개리를 만나곤 했다. 그런데 4년 전부터 때를 잘못 맞춘 탓인지 관찰을 하지 못해서 애를 태워왔다.

천연기념물 325호로 지정되었고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개리는 거위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기러기와는 다르게 부리와 머리가 반듯하고 날렵하게 생겼으며, 머리부터 목 뒤편으로 갈색의 줄무늬가 길게 늘어져 있다. 개리는 개흙에 머리를 넣어 식물의 뿌리나 저서생물, 물고기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개리를 나는 한 시간 넘게 넋을 놓고 바라봤다. 내가 바라보는 것을 아는 것인지 개리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좀 더 관찰하지 못하고 금강하구를 떠나온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금강하구에서 개리를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겨울을 기다려본다.


태그:#개리, #금강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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