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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을 하며 가장 슬플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모두 숨죽였다. 경찰에 연행됐을 때라든가, 폭력을 마주할 때 정도가 아닐까, 우리는 짐작했다. 그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건 바로 한 명의 평범한 시민이 투사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때입니다."

오늘 만났던 인권활동가의 말이 한참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에 불려진, 그리고 앞으로 불려질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가를 지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참담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문제가 가려지고 왜곡되는 과정이 너무 노골적이고 적나라해서 차라리 한 편의 막장 드라마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 지경이다.

사건의 원인은 호도되고 본질은 변질되었다. 진실은 실종되고 대통령은 도망쳤다. 유가족들은 손가락질 받고 사회는 침묵한다. 서북청년단 준비모임의 등장은 관련 기사를 보는 눈 을 의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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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었다.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무슨 투쟁하듯 하는가"라는 비판도 들렸다. 그렇게 '나'와 '저 사람들'의 소란을 나누고 구분짓고 있었다.

인간의 불가침한 존엄 따위를 말하지만 사실 속을 까보면 불완전함과 허점 투성이인 인권. 그럼에도 그 안에서 겨우 분명한 명제 중 하나는, 나도 당신도 세상에 그 아무리 잘난 누구라도 언제든 소수자가 될 수 있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어느 때라도 그 자리에 세워질 수 있다. '저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그 슬픈 자리에 서게 될것이라 처음부터 예측했던 사람은 맹세코 단 한 명도없다.

대한민국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채 8%가 되지 않는 국가에 살고있다. 자신과 친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저것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느 날 가장 아프고 외로운 자리로 강제로 세워진사람들이 그 이유를 요구하는 소리인 동시에, 나와 당신을 대신해서 시대를 고발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저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외침인 동시에 인간이 놓일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슬픔 앞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릴 수많은 우리를 변호하는 외침이기도하다.

그래서 더 크게 더 멀리 들려야 하는 소리일 수밖에 없고 또 반드시 그러해야만 한다. 과거부터 한번도 멈춘 적 없는 소리이고, '저들의 소리'가 아니라 '우리'를 호명하는 소리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세월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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