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이트백 류은희가 기습적인 스텝슛을 시도하는 순간

한국 라이트백 류은희가 기습적인 스텝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역시 한일전 현장은 뜨거웠다. 관중석은 더는 앉을 자리가 없었고 일부 언론사 기자들도 노트북 컴퓨터를 통로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고 경기 상황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였다.

임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지난 1일 저녁 6시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핸드볼 금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29-19로 물리치고 당당히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우선희, 그 감동 잊지 않겠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플래카드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쳐다보니 한국 대표팀의 세계적인 오른쪽 날개 공격수 우선희 선수의 팬클럽이 붙인 글이었다.

 우선희 팬클럽에서 붙인 감사의 플래카드

우선희 팬클럽에서 붙인 감사의 플래카드 ⓒ 심재철


우선희의 또 다른 금빛 미래를 꿈꿔본다

어쩌면 이 경기가 우선희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반전 끝 무렵 우선희는 몸을 날리며 멋진 이동 공격을 성공시킨 라이트백 류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길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마지막 경기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팀 부동의 오른쪽 날개 우선희의 빠른 공격은 이 경기에서도 빛났다. 많은 골은 아니었지만 5개의 슛을 모두 성공하는 순도 높은 결정력을 자랑했다. 우선희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속공이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지만 오른쪽 날개 공격으로 3득점, 6미터 라인 근접 공격으로 2득점을 실수 없이 성공한 것이다.

오히려 속공은 아우들의 몫이었다. 우선희가 오른쪽 측면으로 속공을 시도한 것처럼 후배들이 내달리니 일본 수비수 두 명 이상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여러 번 나왔다. 그러다 보니 반대쪽에서 류은희가 속공으로 4득점, 이은비가 속공으로 2득점을 쉽게 올릴 수 있었다.

 한국의 오른쪽 날개 우선희가 공을 들고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한국의 오른쪽 날개 우선희가 공을 들고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심재철


이처럼 신-구 조화가 아름답게 이뤄진 우리 여자 대표팀은 4년 전 광저우에서 일본에게 내준 29점을 거짓말처럼 그대로 뒤집어 총 29골을 일본의 골문에 퍼부었다. 일본의 총 득점은 우리보다 10골이나 적은 19점이었다.

전반전에 다섯 골만 내주고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자랑한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한결 여유 있게 경기를 펼쳤는데 혼다 메구미의 연속골로 19-28까지 따라 붙은 일본을 상대로 종료 직전에 최수민이 마무리 골을 터뜨려 뜻깊은 29점을 완성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자회견에 응한 우선희는 당장 은퇴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는 후배들이 뛰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삼척시청 핸드볼 팀의 오른쪽 날개로 돌아가 평범한 아이 엄마를 꿈꾸는 그녀. 출산 후 다시 핸드볼 코트로 돌아올 수 있을진 모르지만 임영철 감독의 바람처럼 40대를 훌쩍 넘겨서도 핸드볼 코트의 아름다운 오른쪽 날개로 훨훨 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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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핸드볼 금메달 결정전 결과(10월 1일 18시 선학핸드볼경기장)

★ 한국 29-19 일본
- 한국 선수들의 득점 기록 : 류은희 8골, 우선희 5골, 김온아 5골, 이은비 5골, 정지해 2골, 권한나 1골, 최수민 1골, 유현지 1골, 김선화 1골
핸드볼 우선희 임영철 금메달 인천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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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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