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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강좌에 출연해 '국정원법은 유죄, 공직선거법은 무죄'라는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사건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했던 이광철 변호사(법무법인 동안)가 글을 보내왔다. 일명 '방송 이후 애프터 서비스'다. 이 글은 동영상 강좌와 함께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르다. 강좌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 편집자 주

1. 애프터 서비스를 하는 이유

<오마이TV>를 통해 원세훈 판결의 내용과 문제점을 방송한 이광철 변호사입니다. 지난 9월 22일 방송을 녹화하였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 녹화를 한 것 같습니다. 비전문가들이 대개 그렇듯이 저도 방송을 마치고 보니 여러 가지로 방송내용의 완성도나 내용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이것 저것 복기해보니 '그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곳곳에서 들었습니다. 특히 원세훈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본질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변두리만 두리번 두리번 했다는 후회와 자책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관계자에게 연락해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미 편집작업이 상당히 진척되었고, 시간도 많이 지나 재녹화는 조금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금요일인 지난 9월 26일, 제가 녹화한 내용이 마침내 <오마이뉴스>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두서없는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편집작업을 하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제가 변두리만 두리번거린 국정원 정치개입의 본질 문제와 이를 의도적으로 착시, 간과한 이범균 재판부의 잘못 문제는 편집으로 해결되기에는 처음부터 저의 원초적 잘못이 있었던지라, 저로서는 낯이 뜨거워지는 부끄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 내용의 잘못을 바로잡는,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던 방송내용의 불명료함을 시정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입니다.

2. 애프터 서비스 ① -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본질

이미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인정하면서 선거개입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술 마시고 운전은 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궤변적 논리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범균 재판부가 이렇게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해 궤변적 결론을 도출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바로 이범균 재판부가 바라본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습니다.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보겠습니다. 방송내용에서 제가 변두리만 두리번거린 대표적 대목입니다.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인식하였습니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국정홍보, 둘째, 국정홍보의 연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시책에 사사껀껀 반대하고 비난하는 반대세력에 대한 공격입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시혜자를 '이명박 정부'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격대상인 정치적 반대파를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으로 국한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을 '이명박 정부'를 위하여 '이명박 정부의 국정시책을 반대하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공격'으로만 국한시키면 '박근혜'를 위한 정치개입과 '진보·개혁진영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개입'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됩니다. 요컨대, 이범균 재판부는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을 이렇게만 인식한 결과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의 결론을 도출해낸 것입니다.

이러한 재판부의 인식은 타당한 것일까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느냐, 박근혜를 지지했느냐를 떠나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에 관한 이범균 재판부의 인식은 실제 일어난 일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원세훈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종북척결'이었습니다. 이것이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 본질이었습니다. 이 상위의 카테고리가 평상시에는 '국정홍보 및 반대파 비난'의 작업으로 발현되었고, 선거시에는 '종북좌파의 집권저지' 작업으로 발현된 것이었습니다.

선거시기에 국정원 심리전단이 트윗·리트윗한 무수한 표현들 중 대선에 관하여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미화 찬양하고, 민주당 등 야당과 문재인·안철수 등 야당의 대선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저주에 가까운 조롱을 퍼부어댄 것은 이범균 재판부의 인식대로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본질을 '이명박 정부'를 위하여 '이명박 정부의 국정시책을 반대하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하면 도저히 설명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제가 방송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거시기에 국정원 심리전단이 트윗·리트윗한 ①박근혜 지지 찬양형 ②박근혜 공약 선전형 ③박근혜 지지자 결집 소개형 ④야당비난형 ⑤야당후보 비난형 ⑥박근혜 후보 또는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 업적 홍보형 ⑦새누리당 또는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 발표형의 수십만 건의 자료들은 이범균 재판부도 모두 알고 있는 자료들입니다.

이 자료들이 증거로 채택되었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으나, 적어도 재판부가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으로 인정한 트윗·리트윗 중 선거개입 증거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이 아니라면,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애프터 서비스 ② - 판례법리를 왜곡하여 결론을 정당화

이렇게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실상을 확인하고도 공직선거법 무죄라는 결론을 세워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논리를 짜냅니다. 그 내용에 관하여는 이미 방송에서 말씀드린 바 있는데, 그 중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한 대목이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도9243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대표인 피고인이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쟁점으로 부각된 '학교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였다고 하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법리가 들어 있습니다.

"단체가 선거 이전부터 지지·반대하여 온 특정 정책이, 각 정당 및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입후보예정자들이 공약으로 채택하거나 정당·후보자 간 쟁점으로 부각된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말하는 이른바 '선거쟁점'에 해당하게 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단체의 지지·반대활동이 전부 공직선거법에 의한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즉 무상급식을 관철하는 입장을 가진 단체가 선거운동 시기에 후보자들에게 무상급식에 관한 입장을 묻고, 이에 관한 지지, 반대활동을 한다고 하여 그것을 바로 선거운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범균 재판부는 이 판결의 판시를 가져다가 다음과 같이 원세훈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무죄로 결론짓는데 활용합니다.

"국가정보원의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반대활동이 국가정보원법상 금지된 정치관여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 이를 국가정보원법 위반죄로 처벌하면 족한 것이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정보원의 정치관여행위가 모두 선거운동이 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 법리(필자 주 -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도9243 판결의 위 판시)는 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 판결문 183쪽

이범균 재판부의 이 판시 속에서도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본질을 "국가정보원의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반대활동"으로 보고 있음이 드러나지만, 어쨌든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선거운동은 아니라는데 있어서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도9243 판결의 위 판시가 원용되었음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범균 재판부의 이 판시를 원용한 것이 왜 문제인가 하면, 위 대법원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판시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소사실 중 무상급식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지지·비판한 행위에 대하여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 또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의지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반면, 종전부터 주장하여 왔던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의 행사일 뿐 선거나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와의 관련성을 나타내면서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나머지 각 행위에 대하여는 선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

즉 대법원은 어떤 단체가 평상시의 정책을 선거시에 관철하고자 하는 활동을 한다고 하여 무조건 선거운동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런 정책에 관한 활동이라도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지지·비판한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본질을 '국정홍보 및 반대파 비난작업'으로 국한하여 본다고 하여도 그 정치개입 활동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행위로 이어진 경우는 선거운동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즉 이범균 재판부는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도9243 판결을 전부 끝까지 읽지 않았거나, 그 판시 중 일부만 자기 입맛에 맞는 부분만 가져다가 악용한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것입니다. 전부 다 읽지 않았다면 판사로서의 불성실, 불철저가 문제일 뿐만 아니라 판례도 모르는 법관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전부 읽고도 그랬다면, 법리의 악용을 통하여 잘못된 결론을 정당화하는 행태가 문제될 것입니다.

4. 애프터 서비스 ③ - 원세훈의 알리바이성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이 대목은 방송에서도 다루어졌는데, 조금 설명이 미흡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좀 쉬우실 듯 합니다. 조폭 두목 A가 있습니다. 어느날 거리에서 경쟁 조폭의 행동대장 B와 어깨를 부딪혔습니다. B가 조금 불손하게 굴어 기분이 나빠, A는 조직원들에게 온갖 욕설을 하면서 B를 혼내주라고 합니다. 이에 A의 부하인 C가 B를 죽입니다. 흔히 있는 일입니다.

A와 C는 살인과 살인교사로 기소됩니다. 여기서 A는 "난 B를 죽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조직원들에게 조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 좋으니 늘 행동을 바로 하고 위법행위 저지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라고 법정에서 항변합니다. 그리고 A가 평소 그런 말을 하였다는 점은 증거로도 제출되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이 상황에서 A의 항변을 받아들여 A의 살인교사행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A의 "B를 혼내주라"라는 말을 C와 조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또한 "늘 행동을 바로 하고 위법행위 저지르지 말라"라는 말이 문제된 B에 대한 살인행위 당시에 C 등 조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을 만큼의 규정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문제일 것입니다.

가상의 사례이기는 합니다만, 유사한 사건에서 우리 법원이 이런 점들을 세밀하게 심리함은 물론입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를 실현(하는 경우)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와 같은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라는 확고한 입장을 판례로 구축하여 두고 있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이범균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아예 작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결하려 했구나 하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의 중요한 이유로 첫째, 선거운동의 징표인 능동성, 계획성의 측면에서 피고인 원세훈은 특정 후보자 지지 또는 반대를 지시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둘째, 오히려 피고인 원세훈이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전부서장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2012. 2. 17.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한해 아닙니까.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가지고 어떻게 해든지간에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러고, 여러분들의 보고서에서도 봤겠지만 지금 북한이 총선에서 야당되면 강성대국은 완성된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했어요... 북한이 공갈치니까 달래야지 우리가 또 안 다칠 것 아닙니까, 이런 국민들이 다수가 되고 그게 2010년도 지방선거의 전쟁과 평화에서 봤잖아요. 그런데도 지금도 거기서 정신 못차리고 또 아직까지 그러고 있단 말이야. 그런 거를 우리가 좀 확실하게 조치를 하고 대응을 하는 금년 한 해가 돼야 되요. 우리 국가정보원은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가정보원이 없어지는거야 여러분들 알잖아."

이것이 선거운동의 지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앞서 본 조폭두목 A의 "혼내주라"는 말도 B의 살인교사가 아니라고 하여야 합니다. 또한 전 부서장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는 말을 이범균 재판부는 받아들였는데, 그럼에도 국정원 심리전단이 박근혜 후보를 칭송·미화하고,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을 비난하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비난, 저주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5. 애프터 서비스를 마치면서

이범균 재판부의 이 판결이 가지는 문제점은 이미 방송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자유심증주의의 오용 등이 그것입니다. 애프터서비스를 마치면서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아든 원세훈, 이종명, 민병주가 이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원세훈 등은 이 판결에 대하여 (진심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어준 이범균 재판부에 대하여 고마워할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빙신! 우리의 바보같은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다니... ㅋㅋㅋ"가 아닐까요? 아니면 "이범균! 우리편이었군"일지도 모르지요.

이만 애프터서비스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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