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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실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학생회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1일부터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실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학생회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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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가 큰일은 아닌데, 어른들이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피우는 것을 보면, 오히려 당황스러워요."

강은수(15) 의정부여중 학생회장의 말이다. 강은수 회장은 1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어른들은 학생들이 미성숙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중학생이 되면 알아서 등교를 한다, 등교시간이 늦춰져 불편한 점은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9시 등교에 만족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일부터 9시 등교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경기도내 초·중·고등학교의 90.1%가 9시 등교를 실시했다. 특히,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지난 6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9시 등교 정책을 제안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8월 25일부터 가장 먼저 오전 9시에 등교했다.

"9시 등교, 몇 년 뒤에 시행될 줄 알았는데..."

의정부여중 학생들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9시 등교를 제안한 것은 1학기 사회 수업시간에서 비롯됐다. 강 회장은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교육주체인 학생들이 직접 교육정책을 만들어보고 정책 결정에 참여해보자는 내용의 수업을 받았다"면서 "3학년 학생들이 모둠별로 원하는 정책을 경기도교육감 인수위원회 게시판에 올렸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니, 9시 등교 정책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면서 "'회사원도 9시에 등교하니 학생들도 9시에 여유를 가지고 등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회장이 친구들과 함께 인수위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청소년들이 아침잠이 부족합니다. 학교와 가깝지 않은 아이들은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되고 멀리 사는 아이들의 잠이 부족하게 되어서 학교에서 집중을 못하고 학교에서 잘 수가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어른들보다 더 많은 잠을 자야 수업에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연구결과에선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글을 올리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9시 등교가 이뤄진다고 해도 몇 년 뒤에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면서 9시 등교가 실시돼 놀랐다"면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9시 등교를 제안한 의정부여중은 가장 먼저 9시 등교를 실시하기로 했다. 학교의 여론조사 결과, 학생의 70.9%, 교사의 74.5%, 학부모의 66.7%가 9시 등교에 찬성했다.

"학생이 미성숙? 학생 위주로 교육 정책 생각해 달라"

9시 등교 후 한 달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강 회장은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를 할 때에는 아침잠이 부족해, 아침을 먹지는 않고 최대한 아침잠을 자는 쪽을 택했다"며 "오전 9시에 등교하니 아침잠도 자고, 아침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등교 준비도 훨씬 여유로워졌다"면서 "특히, 포천 등 멀리서 통학하는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오전 수업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오전 수업 때 매우 졸렸는데, 9시 등교 이후부터는 크게 졸리지 않다"면서 "조는 친구들도 줄었다,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9시 등교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교 시간이 30분 늦어지는 점 때문에 9시 등교에 반대하는 친구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학원도 학교 스케줄에 맞춰 변경됐다, 무엇보다도 30분 늦게 하교한다고 해서 밤늦은 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맞벌이 부모들의 반대와 관련해, 강 회장은 "부모님은 제가 만족하니 9시 등교에 찬성한다, 학교 학부모들 중에서도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뉴스에서 9시 등교하면 부모들이 아이의 등교 준비를 도와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럴 경우에 평소처럼 일찍 등교해서 수업 준비를 하면 된다"고 전했다.

9시 등교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9시 등교에 찬성하는 학생은 미성숙하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강 회장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등교를 혼자 못할 만큼 미성숙하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교육 주체니까, 학생 위주로 (교육정책을)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 강은수 학생 인터뷰는 4일 방송되는 오마이뉴스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태그:#9시 등교 시행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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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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