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골집에는 하얀 취나물 꽃이 만개합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 사이로 너울너울 춤을 추는 나비와 곤충들이 놀고 있어요. 그리고 농부가 수확한 땅콩을 가을 햇살이 토닥여주고 지나가는 바람이 호호 불어 말립니다. 가을 햇살에 말린 땅콩 껍질을 까면 분홍색 속살이 드러납니다.
게으른 농부 집에는 여름내 무성한 풀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꽃을 피우던 다알리아가 이제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주황색 여주와 진보라색 나팔꽃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다알리아 뿌리는 이웃에 마음 착한 농부가 나눔 해 주신 거예요.
다알리아의 예쁜 꽃이 지고나면 고구마처럼 생긴 알뿌리를 캐다가 서늘한 곳에서 겨울을 나죠. 그리고 내년 봄에 농부가 뿌리를 흙 속에 살포시 묻어주면 다시 꽃을 보게 됩니다. 여름내 산소를 뿜어주던 풀 냄새 덕분에 농부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가 있었어요.
고양이 미미는 농부의 인기척에 달려와 품에 안겨요. 미미는 농부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자기와 놀아달라고 하네요. 감나무 위에 펄쩍 뛰어 올라가 야옹거리며 사람과 눈을 맞춥니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도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관심받고 싶어 자기 존재감을 표현합니다. 꽃은 예쁜 자태로, 동물은 귀여운 행동으로 표현하죠. 사람은 어떻게 자기 존재감을 표현해야 좋을까요?
돼지감자가 사람 키보다도 더 크게 자라서 노란 빛깔의 예쁜 꽃을 무수히 피웁니다. 늦가을 혹은 한겨울에 뿌리를 캐다가 생으로 먹거나 말려서 차로 달여서 마십니다. 돼지감자는 체지방분해와 노폐물을 배설하고 당뇨에 좋다고 합니다.
파란 애호박이 단비와 햇살을 먹고 맷돌호박으로 자랐어요.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해바라기가 길손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해요. 사람은 오늘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얼마나 미소 짓고 인사했을까요?
시골집에는 한지붕 아래 토끼랑 닭오리들이 함께 살아요.
해질녘에 풀을 뜯어 한아름 안고 갔더니 구석에서 숨어 놀던 아기 토끼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옵니다. 세어보니 다섯 마리네요. 아기들은 엄마 토끼 입에 들어가는 것도 뜯어먹고 오리들도 풀을 먹습니다. 최근에 인근 식당에서 잔밥을 얻어다 먹여서 그런지 두 달 사이에 아기 오리들이 훌쩍 자랐어요. 숫오리는 목에 하얀 테두리를 두른 멋진 모습입니다.
오리들은 무리를 지어다니길 좋아해요. 반면에 수탉은 암탉을 거느리고 당당한 포스를 뽐내죠. 오리들은 물을 좋아해서 닭이 먹을 물 속에 들어 가서 물을 다 흘리게 만들어요. 작은 웅덩이라도 만들어 오리들이 신나게 놀게 해주면 좋겠네요.
아기 고양이 미미는 농부가 가는곳마다 따라다닙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시골집 대문 앞에는 해바라기 삼 형제가 웃고 서 있어요. 빨갛게 그을린 넝쿨콩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 농부는 최근에 씨앗이 잔뜩 달린 풀을 틈나는 대로 거두어서 말렸었죠. 오늘은 마른 풀을 거두어다가 불을 놓아 태웠어요.
수많은 풀씨가 흙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풀이 올라오기 때문에 농부가 약간의 꾀를 내어 불을 질러 태웁니다. 불 지필 때는 바람 없는 날에 지펴야 위험하지 않아요. 다 태운 재는 흑으로 돌아가 토양의 영양분이 되지요. 대파 심은 곳에 재를 뿌리면 소독이 되어 좋아요. 농부는 불날까봐 조금씩 검불을 넣어 태웁니다.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농부는 여름내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들을 얻어먹었습니다. 텃밭에서 수확한 보라색 양파와 토종마늘, 대파, 오이, 토마토, 깻잎에 물오징을 삶아 넣고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시골집 텃밭은 제초제나 농약을 안 하고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아내어 만든 유기농 채소백화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