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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영화 '변호인'을 보고 한국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를 알았어요.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치른 한국 국민이 홍콩의 민주화를 더 많이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30일(현지시간) 홍콩정부청사 부근 타마르공원에서 만난 도리아 허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한국과 홍콩의 민주화 과정이 유사하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회원인 그는 '변호인'이 홍콩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집회에서 일부 연설자들이 영화 변호인을 언급하며 홍콩 시민이 독재정권에 저항한 한국 국민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기사가 현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사흘째 반(反)중국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시위대는 이날 오전만 해도 숫자가 많지 않았으나 업무와 수업이 끝나는 오후가 되자 정부청사 부근 도로를 중심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더욱이 중국 국경일 휴일(10월1일)을 하루 앞두고 있어 이날 오후 시위 참가자는 전날에 이어 1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청사가 있는 어드미럴티에서 동쪽으로 완차이를 지나 코즈웨이베이까지 퍼져 있다. 이에 따라 금융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으로의 이동이 차단돼 HSBC 등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평소 대형은행 건물들이 비추는 네온사인 등으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센트럴 지역은 마치 유령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정부청사 부근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 본부에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 구보나 운동을 하는 군인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이날은 여러 개의 운동장이 텅 빈 상태였다.

반면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인 코즈웨이베이에는 쇼핑객 대신 시위대로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홍콩의 상황이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홍콩 사람들이 민주주의 위해 노력해'라고 한글로 쓴 피켓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철회와 정치개혁 논의 재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연설자들에게 손뼉을 치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던 지난 28일보다는 평화로운 모습이었지만, 중국군의 진압 가능성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접하고 긴장하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코즈웨이베이에서 만난 홍콩대 학생 켈빈 셤은 "홍콩 경찰이 28일 시위대에 고무탄을 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중국이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도록 홍콩의 상황을 한국 등에 많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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