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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을 위한 추모의 밤' 행사에서 윤 일병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윤 일병 어머니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을 위한 추모의 밤' 행사에서 윤 일병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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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훈련소에 보낼 때 저는 제 아들이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의젓한 사나이가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믿고 또 군을 믿었는데…. 군에 들어 갈 때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려주지도 못 할 거면서 왜 제 아들을 데려간 겁니까?"

마흔 넘어 얻은 귀한 아들을 황망히 떠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줄곧 떨렸다. 28사단 구타 사망사건의 피해자 고 윤 일병의 아버지 윤아무개(61)씨가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윤 일병의 어머니와 두 누나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66번째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9월 30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에는 100여 개의 촛불이 어둠을 밝혔다. 군 인권센터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 11개 인권·시민단체들이 결성한 '군대 내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주최로 '윤 일병과 또 다른 윤 일병을 위한 추모의 밤'이 열린 것.

이 자리에는 윤 일병 유가족을 비롯해 지난 해 10월 상관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사단 고 오혜란 대위 유가족, 군에서 뇌종양을 앓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11사단 고 신성민 상병 유가족과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 생명 보호하는 게 국가 책무인데..."

신 상병과 오 대위의 유가족이 촛불을 이어붙이고 있다.
 신 상병과 오 대위의 유가족이 촛불을 이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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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해동 목사는 추모사를 통해 "천하를 줘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그렇게 때려 죽일 수 있는 야만의 문화가 바로 군사문화"라면서 "이번 비극은 윤 일병에게 가해를 한 개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일보다 더 큰 민생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목사는 "윤 일병 사건은 군대 안의 생명 경시 가치관이 빚어낸 비극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윤 일병이 또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 일병 사건 경과보고를 한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이 사건 공판 진행 과정을 비판하면서 군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소장은 "윤 일병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 살인죄로 공소장이 변경됐지만, 군 검찰관이 살인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오히려 가해자 측 변호인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질문을 하면 (군 판사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서 '그것은 왜 물어보느냐'고 방해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군 검찰이 (상해치사죄에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을 했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인데, 그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결국 유가족들이 수사책임자들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15사단 고 오혜란 대위의 고모와 고모부, 11사단 고 신성민 상병의 누나도 참석해 고인을 기리며 쓴 편지를 읽었다.

"24시간 떠난 동생 생각... 가해자 보면 억장 무너져"

신 상병 누나가 무대에 올라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신 상병 누나가 무대에 올라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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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상병의 누나 신아무개씨는 고 신 상병이 뇌종양을 앓고 있었지만 생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대장의 미움을 사서 휴가도 못가는 등 제대로 된 항암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울먹였다.

신씨는 "가해자인 중대장은 동생의 장례식 날 축구를 하고 파티를 벌였다"라면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승진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해자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라고 절규했다.

그는 '일상 생활하다가 문득문득 동생이 생각나면 어떡하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24시간 동생을 생각하다가 문득문득 다른 일을 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유가족은 이렇게 살고 있다"며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아픔을 그 어느 가족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군의 특수성이 시민권과 생명권을 비롯해 군인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용도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를 위해 앞으로 군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군인인권기본법을 비롯해 군대 내 인권 관련 법 개정과 제정운동, 군대 내 인권침해를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 외부 감시기구 설립 운동 등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군폭력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군폭력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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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 일병,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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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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