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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인천시장들은 인천의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미명 아래 송도와 영종, 청라 경제자유구역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는 사이 인천시민의 절대 다수가 살고 있는 구도심 지역은 더 낙후됐다. 구도심 지역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령층이 집중화되고 성장 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선 3·4기 인천시정을 이끈 안상수 전 시장은 구도심을 활성화하겠다며 구도심 지역 대부분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시했다. 2006년 153곳을 시작으로 임기 말인 2010년엔 212개소로 확대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구역 지정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은 당초 기대와 다르게 진척을 보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문제지만, 경제자유구역과 신도시 등에 쏟아진 신규 공동주택 물량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취임한 송영길 전 시장은 정비예정구역 80곳을 해제했다. 2012년 1차 구조개선을 통해 46곳을 해제했고, 2차 구조개선을 통해 34곳을 또 해제했다.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도 6곳에서 진행 중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139곳 761만 2458㎡만이 정비 예정구역이지만, 이곳들의 주민 일부는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정비구역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정비구역 해제에 따라 발생하는, 그동안 집행한 비용 문제도 심각하다. 인천시가 추정하는 비용은 약 3400억 원에 이른다. 조합이 설립됐을 경우 구역 당 평균 25억 원(추진위 단계의 경우 평균 9억원)의 비용이 지출된 셈이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때 현 새누리당이 재미를 본 일명 '뉴타운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매몰비용 지원이 대두됐다.

매몰비용 지원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등에서 집행한 자금의 일부를 지원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돕기 위한 제도다.

구도심 지역이 정비(예정)구역 지정으로 건축행위가 제한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막히고, 이로 인해 구도심의 슬럼화가 가속화돼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임대차나 매매 등 거래 부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구도심 지역의 골목상권까지 침체되게 만든다.

현 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지가 상승과 분양가 하락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으로 주민 의견이 나뉘면서 이해당사자 간 극심한 대립과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과도한 주민분담금과 낮은 재정착율도 문제다. 이로 인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돼 공동체성이 파괴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매몰비용 지원에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도 좀처럼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재산 증식을 기대하고 추진한 각종 개발 사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도 구해야한다. 현재 매몰비용 관련 법안 9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매몰비용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란 말을 한두 차례 듣는 것이 아니다. 인천시의 경우 자산까지 매각해 저층주거관리사업에 예산 450억 원을 투입했지만, 향후엔 매각할 자산조차 없다"며 "어떤 재원을 가지고 매몰비용을 충당할지,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주민 간 갈등만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찾지 못하면, 주민 간 극한대립 예상

<시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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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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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인천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4000만~5000만 하던 빌라 한 채가 1억 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거품에 마을공동체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 대표적 사례는 인천시 부평구 부개2주택재개발 구역이다. 부개2구역은 1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평범한 동네였다. 인천에 재개발 열풍이 불면서 이곳 주민들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를 희망했고, 결국 2008년에 지정됐다. 집값이 오르는 듯했지만, 몇 년 후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재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결국 2012년 12월, 조합원 53.8%의 동의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주민들이 재개발 사업을 포기하자, 시공사는 조합에 빌려준 19억 원을 돌려달라고 전직 조합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연대 보증한 조합 이사 5명과 감사 1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전직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 89명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증채무금의 사전 구상금 청구권으로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압류한 것이다. 어림잡아 조합원 당 2000여만 원의 매몰비용을 갚아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곳 주민 김아무개씨는 "신도시에 집을 산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벌었고, 우리도 늦었지만 '다 같이 잘살아보자'고 시작했던 재개발 사업이, 이젠 주민 간에 칼부림을 낼 상황까지 만들었다"며 "돈 잃고 사람도 잃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2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주민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네가 재개발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나니, 이젠 동네 사람 간에 말도 잘 안 하는 원수지간이 돼버렸다"고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인천시가 출구전략인 매몰비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주민 간 이런 극한대립은 인천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경제자유구역, #재개발, #재건축, #매몰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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