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하는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꾸려졌다.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 40여 명은 인천에 상주하면서 남북공동응원을 이어 나간다. 대회 개회식 전부터 응원을 해온 터라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북한 선수단 응원 후기를 주요 경기별로 정리해 싣는다. - 기자말

[24일 체조] 북측 선수들과 악수하고 싶지만...

 29일 탁구경기장에서 찍은 북측 관계자 모습. 실제로는 사진보다 더 가까운 거리다.

29일 탁구경기장에서 찍은 북측 관계자 모습. 실제로는 사진보다 더 가까운 거리다. ⓒ 겨레하나


조금만 더 뻗으면 북측 선수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우리는 손을 내밀지 않고 단일기만 흔든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는 순간, 대부분 2층에서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데 응원단의 일부는 1층 버스 근처까지 순식간에 뛰어갔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멈춰서 더 이상 가까이 가질 못했다. 경찰이 접근금지 표시를 해놓거나 막아서가 아니라 그 이상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넘는 것처럼 여겨진 탓이다.

 국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북측 선수단과 아리랑 응원단 사이에 앉아있다.

국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이 북측 선수단과 아리랑 응원단 사이에 앉아있다. ⓒ 겨레하나


그동안 경찰과 국정원으로 보이는 관계자들이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접촉을 막아왔기에 굳어진 것도 있다. 북측 취재진이 아리랑 응원단에게 질문을 하자 국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와서 "대답하면 위법이다"며 엄포를 놨던 것도 영향을 줬을 터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북측 선수와 기쁨에 겨워 악수를 하기 위해서든, 격려의 포옹을 하기 위해서든 응원단이 북측 선수들에게 가까이 가면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북측 선수들과 우리 응원단 사이엔 보이지 않는 강물이 흘렀다. 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웠지만, 심리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먼 거리였다. 우리들은 북측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다독이며 가깝고도 먼발치에서 단일기를 흔들었다. 북측 선수들도 같은 심정인 듯싶다.

[25일 역도] 북녘 동포를 껴안은 역도 경기장  

 북한 선수단 뒤에 아리랑 응원단이 들고 있는 '최고다 김은주' 피켓이 보인다.

북한 선수단 뒤에 아리랑 응원단이 들고 있는 '최고다 김은주' 피켓이 보인다. ⓒ 겨레하나


북측 선수들이 들어서는 순간, 내게 역도 경기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다.

북녘 동포를 가까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 첫 순간이었다. 그 순간, 역도 경기장은 우리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북녘 동포를 따뜻이 껴안아주는 공간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열린 여자 역도 75㎏급에서 북측 김은주 선수는 중국 캉웨 선수가 실패한 164㎏을  번쩍 들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김은주 선수가 용상에서 세계신기록, 합계에서 대회신기록을 세운 순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역도가 기록 경기이기도 하지만 마치 역도 경기장 전체가 북측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 뒤에 김은주 선수도 "(남쪽의) 응원에 감사한다.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착각이라고 해도 한민족의 응원이 세계신기록을 만든 것만 같다. 북측이 무려 5차례 세계신기록을 낸 역도 경기장은 필경 단순한 경기장은 아닌 게다.

[26일 축구] "인도네시아에 질 수 없지" 목이 쉬어 버린 응원단 

 26일 축구 경기 응원 모습

26일 축구 경기 응원 모습 ⓒ 겨레하나


아침 양궁 경기가 집중력이 중요한 만큼 응원할 때 목청을 높일 수 없었던 게 다행이었던 하루였다. 오후에 연이어 펼쳐진 여자 축구 8강전과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자 축구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과 대결, 후반 28분 허은별의 결승골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어진 남자 축구는 인도네시아 응원단이 어림잡아도 1000여 명이 집결해 기세가 눌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응원단도 붉은 옷을 입어서 아리랑 응원단과 구별도 잘 되질 않았다.

인도네시아 선수들과 똑같진 않아도 '타국'인 우리나라에서 경기하는 북측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서 밀릴 순 없었다. 결과는 4:1 압승. 목이 쉰 응원단을 향해 북측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려와서 인사한다. 역시 응원에서 가장 기쁜 때는 이 순간이다.

[27일 레슬링] 우리에게 "북한 사람들인가?" 물은 할아버지

 외국 관계자들이 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촬영하기 위해 앉았다.

외국 관계자들이 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촬영하기 위해 앉았다. ⓒ 겨레하나


북측에 8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레슬링 정학진 선수를 응원한 경기. 북측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시민들이 유독 많았다. 우리 응원단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외국 관계자들도 있었고 반대편에 앉았던 시민들이 같이 응원하고 싶다며 우리 옆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한참동안 우리 응원단을 쳐다봤던 한 할아버지는 잠시 자리를 뜨더니 친구분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직접 묻기 민망해 한다며 친구분이 대신 우리에게 한 질문.

"혹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인가?"

북측 응원단이 내려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셨던 것일까. 우리를 북측 응원단이라고 착각한 이유를 여쭤보진 못했다.

"응원, 잘하는 일이여."

할아버지의 말을 응원단 모두가 어느새 웃으면서 귓속말로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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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아리랑 남북공동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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