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데빌>에서 X 역할을 맡은 배우 이충주.

뮤지컬 <더 데빌>에서 X 역할을 맡은 배우 이충주. ⓒ 클립서비스


올 여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발바닥에 땀 나도록 무대를 신나게 누볐던 배우 이충주가 올 가을에는 이지나 연출의 창작 뮤지컬 <더 데빌>로 쉴 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8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더 데빌>은 독일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더 데빌>은 유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존 파우스트와 그를 타락으로 몰아가는 X, 그리고 X로부터 존을 지키고자 하는 존의 연인 그레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충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존 파우스트를 파멸로 몰아가는 X를 연기한다. 주인공의 거울과 같은 존재 X는 존 파우스트에게는 유혹과 쾌락에 빠뜨리는 악마로, 그레첸에게는 신으로 보인다. 악마와 신, 두 가지 극단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다.

"<더 데빌> 막내로서 최고의 배우들의 태도와 마음가짐 배웠다"

"저는 이 작품에 참여할만한 인지도나 필모그래피가 전혀 되지 않아요. 처음 이 작품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걸 제가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정말 제가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 할 정도였죠. 근데 참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공연 준비 기간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과제들이 너무 컸죠. 노래가 가장 힘들었어요. 전 성악을 공부했는데, X의 창법도 달랐고 록을 해야 했죠. 새로운 장르의 노래를 배운다는 것, 내 한계의 음역을 넘어서 노래를 해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가 잘 하는 장르가 아닌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어려움이 컸어요."

이지나 연출의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에는 배우 마이클 리, 한지상, 박영수,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차지연, 장은아 등 실력파 배우들의 총출동해 기대를 모았다. 이충주는 <더 데빌>에서 가장 막내 배우다. 그는 쟁쟁한 선배들을 보며 그들의 성실한 태도와 열정에 감탄해 마지않았음을 밝히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더 데빌>을 시작하던 초반에는 그냥 힘들기만 한 작품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행복해요. 저 정도의 위치의 배우가 누리지 못할 엄청나게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주목받는 창작 뮤지컬에 참여한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공연 연습을 하면서 2달, 무대 위에서 3달동안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엄청나요. 처음에는 이 작품에 들어가면 최고의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등을 배우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어요. 최고의 배우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이었죠.

그분들은 연습시작이 10시면 9시부터 와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새벽 4시에 전화해도 가사를 외우고 있고 악보를 외우고 있었고요.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독기가 있었어요. 정말 치열하게 작품을 준비하더라고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대해야하는구나', 제가 앞으로 지녀야 할 배우관이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인데 어느 정도 이루었으니 편안하게 임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어요. 함께 연습하는 매 순간이 저에게 귀한 배움의 터였습니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연습 기간 내내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다시 못 올 귀한 곳에 와 있구나'라고 늘 감사합니다."

 <더 데빌>에서 존 파우스트와 X 역할을 맡은 윤형렬과 이충주.

<더 데빌>에서 존 파우스트와 X 역할을 맡은 윤형렬과 이충주. ⓒ 클립서비스


그동안 발랄하고 쾌활한 역할로 무대에서 젊은 에너지를 뿜었던 이충주는 <더 데빌> X역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신과 악마를 오가는 연기의 폭은 물론, 무대 위에서의 아우라와 감정선을 더욱 농도 짙게 표현해야 했던 것.

"이번 작품으로 단단해지고, 더욱 깨졌던 것 같아요. 신과 악마 두 극단을 오가야 하고, 또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역할이라 표현할 수단이 노래와 눈빛,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뿐이었어요. 배우의 아우라와 내공만으로 가져가야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만, 흰 의상을 입고 등장해 그레첸에게 신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하나님이 그레첸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고, 악마 역할을 할 때는 '악마가 존 파우스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더 데빌> 공연에 한창인 이충주는 미스터리 추리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이하 <셜록홈즈>)에도 주연으로 캐스팅 돼 연습에 한창이다. 2011년 초연된 <셜록홈즈>는 국내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무려 11개 트로피를 휩쓸며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완성도를 입증한 작품. 영국 명문가 앤더슨가에서 2발의 총성과 함께 사라진 상속자 약혼녀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셜록홈즈의 활약상을 그린다. 이충주는 명문가의 쌍둥이 형제 아담과 에릭으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극 중에서 아담 앤더슨과 에릭 앤더슨, 1인 2역을 맡았어요. 제가 여태까지 맡아본 역할 중에 제일 멋있어요. 외면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정말 멋있는 남자입니다. 진심으로 이 캐릭터를 사랑하게 됐어요. 정말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잘 해 낼 거예요."

배우 이충주가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 

"<더 데빌> 출연하면서 함께 무대에 선 차지연 누나, 팬으로 좋아했었는데 공연은 처음이에요. 저를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시고, 배우로서도 배울 게 많은 존경하는 선배님이세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더 데빌> 하면서 늘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에프에스티의 장명식 대표님 역시 저를 늘 응원해주시고 많은 힘이 되어 주세요. 너무 바쁘셔서 직접 공연장을 자주 찾아 주지는 못 하시지만 늘 저의 행보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충주 차지연 마이클 리 한지상 셜록홈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