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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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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빅텐트를 마련하는 장이 돼야 한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지난 9월 29일 혁신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 말이다. 김무성 당대표도 "흔히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자기들만 옳다는 주장 때문에 불통으로 망한다"라며 보수진영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수혁신특위(아래 혁신위)가 주도해 바꿔주길 희망했다.

그러나 혁신위 구성 면면을 보자면 이같은 말이 무색해진다. 혁신위원 구성이 '우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만 옳다는 불통 타개'와 '외연 확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나경원·김영우·김용태·조해진·황영철·강석훈·민병주·민현주·서용교·하태경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 내부 혁신위원 11명을 인선하면서도 말이 나왔다. 내부위원 중 상당수가 '친(親) 김무성 인사'인 혁신위가 얼마나 변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실제로 김영우 의원은 현재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고 안형환 전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서용교 의원은 김 대표의 과거 지역구(부산 남구을)를 물려받았다. 서 의원과 조해진·강석훈·하태경 의원은 국회 선진화법 등 각종 현안에서 당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지 않은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멤버이다. '아침소리'는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정국과 관련, '국회 해산'을 주장하는 등 당내 강경파 그룹이다.

결국 혁신위의 성패는 외부위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당시에도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외부인사들이 혁신을 주도했다. 이들은 당시 경제민주화와 정당 개혁을 추진하면서 새누리당의 혁신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번 혁신위 외부위원 면면을 살펴보면 그때와 같은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MB정부 '좌파색출대'부터 반 경제민주화 선언 참여 인사까지

당 혁신위는 소설가 복거일씨,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서경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김정미 베트올(주) 대표 등 총 6명을 외부위원으로 임명했다.

우선, 복거일씨는 문단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암투병 중에도 한국의 미래와 정치에 대해 깊은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이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문제는 복씨의 '사명감'이 무엇인가다. 복씨는 지난 9월 25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대부분이 중도좌파"라며 "먼저 정체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뉴라이트 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의 대표이기도 하다. 문화미래포럼은 지난 2008년 '문화미래포럼 2008 매니페스토'에서 "앞으로 또 다시 지난 촛불 시위와 같이 포퓰리즘을 등에 업고 구차스럽게 잔명을 이어가는 좌파 세력들의 책동이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무엇보다 문화미래포럼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계의 '좌파색출대'로 꼽히기도 했다. 문화미래포럼은 지난 2008년 9월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에게 '문화 예술계 현안과 과제'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출한다. ▲ 영화계 좌파 세력의 청산 ▲ 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의 개혁 ▲ 한국예술종합대학의 개혁 ▲ 국·공립 예술단체 전속제 철폐 및 계약제 전환 등이 해당 문건의 주요 골자였다. 문화미래포럼의 주장은 곧장 실천됐다. 한예종은 때 아닌 '구조조정' 논란을 겪었고, '좌파세력의 근거지'로 지목된 영화진흥위원회도 파행을 거듭했다. (관련기사 : 뉴라이트의 예술 말살 책동 '한예종을 도살하라')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계 인사이긴 하나 오래 전부터 친(親)새누리당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다. 그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선언했던 '장석춘 집행부'의 부위원장을 지냈다. 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도 경제사절단 중 한 명으로 동참했다. 문 전 위원장은 순방 당시 대니얼 애커슨 GM회장의 '통상임금 해결' 요구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업에 대해 협력하는 것도 노조의 본분"이라고 박 대통령을 거들었다가 노동계로부터 "자중하라"는 지적까지 받기도 했다.

김영용 교수는 박 대통령의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인사다. 전국경제인연합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출신인 그는 2012년 10월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공약 철회하라'는 지식인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자유경제원'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에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기본정책'에서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인사가 혁신위원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나머지 인사들도 여권과 무관하지 않다. 서경교 교수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창립멤버다. 송정희 회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정보기획단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KT 부회장 재임 당시 '오세훈 라인'으로 꼽혔다. 

나경원 "보수 논쟁에 앞장섰던 분들 말고 생각 다른 분 얘기 들어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보수혁신위원 및 자문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파이팅 외치는 새누리 보수혁신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보수혁신위원 및 자문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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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같은 혁신위 구성으로는 2012년 총선 이후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중도로 확장을 꾀했던 새누리당이 '역주행'할 여지마저 있는 셈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9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부위원 구성 때도 보수혁신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답이 안 나온다"라며 "당내에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까지 구성된 바 있고 일부 지자체장들은 야권과 '연정'을 하겠다는 시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나경원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우리가 보수 논쟁에 늘 앞장섰던 분들 이야기만 듣지 말고 우리하고 좀 생각이 다른 분들 얘기를 더 많이 듣자라는 제안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구성 문제 논란은 저희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여러 생각을 담아내는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위원도 조금 보충할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 의원은 "위원을 추가하는 것이 어렵다면 생각을 좀 달리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폭넓게 듣는 노력이 제일 필요하다"라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안희정 충남지사·이광재 전 강원지사·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그 대상으로 꼽았다.


태그:#김문수, #새누리당,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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