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의 배우 유연석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의 배우 유연석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유연석을 두고 많은 이들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칠봉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좀 더 부지런한 이들이라면 영화 <건축학개론>의 '압서방'과 <늑대소년>에서 지태를 생각할 수도 있다. 두 캐릭터 모두 가녀린 여주인공을 괴롭힌 악역이었다.

주연과 조연, 그리고 선함과 악함을 넘나들며 그는 연기의 완급조절이 무엇이고, 작품 속에 녹아드는 배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11년 연기 경력에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개봉을 앞둔 <제보자>에서는 한 번 더 힘을 뺐다. 그가 맡은 인물은 양심을 저버리지 않은 젊은 과학도.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를 공표하며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의 대국민 사기극을 제보하는 과학자 심민호는 언론에 드러나지 않고 보호받아야 할 인물이었다. 영화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서 그는 베일에 가려진 채 외롭게 양심의 불을 밝혔다.

"많은 장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극의 사건을 발전시켜 나가고, 그 안에서 설득력 있게 진실을 얘기하는 게 중요했어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가려고 했죠. 잔재주를 부릴 필요도 없었고, '진실을 얘기하려는 사람은 어떤 감정일까'에 집중했어요. 물론 심민호가 위기에 처했을 땐 좀 더 힘을 주어 호소력을 전달하려 했죠."

벼랑 끝에 몰린 아버지와 제보자 사이..."진실 외면하지 않길"

 영화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의 배우 유연석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단순히 양심적 과학도가 아니었다. 불치병을 앓는 딸이 있는 가장으로서 심민호는 누구보다 내적 갈등을 심하게 느끼는 인물이다. 그의 제보를 받고 고발 프로를 제작하는 윤민철 PD(박해일 분)가 외부의 보이지 않는 권력과 압력에 맞섰다면, 심민호는 내부의 갈등 요소(아내와 딸)와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투쟁해야 했다. 감정 연기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생명 공학과 관련한 지식도 숙지해야 했고, 해당 종사자들의 생리 또한 이해하려 노력했다.

"우선 10년 전 실제 사건(기자 주- 황우석 사태)을 모티프로 한 만틈 기본적인 사건 개요를 숙지했어요. 수의대 연구원들과 만나 실습도 같이 하고 대화도 했죠. 실제 그 사건 속에 있었다면 어땠을지 물으니, 대부분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제보자가 되기 힘들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당시 제보자 분이 교수님이 됐더라고요. 만감이 교차했어요.

딸을 가진 아빠의 모습도 표현해야 했지만 오히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큰 걸 잃었을 거예요. 제보자가 품고 있는 고민과 진실을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전할지 고민하다보니 오히려 부성애 연기에 대한 부담은 덜하더라고요. 심민호는 생명 윤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로 이해했습니다. 과학 발전을 위해 물론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실험을 하려 하니 떳떳하지 않은 거죠."

실제 당시 사건에 대해 유연석은 맹목적으로 한쪽 입장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요즘도 기사를 볼 때 헤드라인만 보고 넘기는 일이 많은데 정보를 너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미디어, 특히 언론을 바라볼 때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과 같은 배우의 삶...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거 같아요"

 영화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의 배우 유연석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딸을 가진 아빠의 모습도 표현해야 했지만 오히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큰 걸 잃었을 거예요. 제보자가 품고 있는 고민과 진실을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전할지 고민하다보니 오히려 부성애 연기에 대한 부담은 덜하더라고요." ⓒ 이정민


그렇다면 실제 유연석의 성향은 어떨까. 그는 "배우로서 갖고 있는 소신이라든지 원칙은 지키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꽉 막힌 원칙주의자는 아니란다. "살면서 꼭 지켜야할 덕목 한 두 개는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라며 그가 반문했다.

"제가 꼭 지키려는 덕목이요? 연기에 대한 변하지 않는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선배들 모습을 보면서 그게 제가 가야할 방향임을 느꼈어요. 오랜 세월 그 자리에 계시면서도 도전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있잖아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이걸로 큰 사랑을 얻고 말거야!'라고 생각하고 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지난 10년 간 했던 작품 중 하나의 결과가 특별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임하는 마음은 같아요. 예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열정을 겉으로 내비치지 않을 뿐이죠."

배우의 길이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유연석은 배우의 삶을 '여행'에 비유했다. 그는 연기를 하기 위해 무작정 경상남도 진주에서 상경해 경기고등학교로 유학을 강행했다. 근성 또한 대단했다. 당시 함께 배우를 지망했던 많은 학생 중 대부분은 다른 길을 택했고, 실제로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이는 유연석을 포함해 소수였다고 한다.

"맡는 역할이 커질수록 신중해지는 면이 있고 어깨도 무거워져요. 그런 만큼 중심을 잃기도 쉽죠. 제가 변했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보는 분들의 기대치는 변할 수 있지만 전 똑같아요."

3년 전 영화 <열여덟, 열아홉>, 그리고 2년 전 <늑대소년> 이후 그는 한층 내면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기자에게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다"며 다양한 작품 속에서 녹아들고 싶은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로 스타덤까지 올랐다지만, 유연석은 "칠봉이 한 가지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 계속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의 배우 유연석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새로운 모습에 대한 욕구는 충족이 되진 않는 거 같아요. 배우의 숙명 아닐까요? 절 좋아해주는 분들도 제가 다른 모습을 찾아가고 연기하길 원해요. 결과물이 나오고, 그 분들이 예전과 다른 절 발견해주실 때마다 즐거움을 느낍니다. <응답하라 1994> 이전엔 제가 한 작품에서 어떻게 제 특징을 보일 수 있는지가 고민이었다면, 이젠 여유를 좀 찾았어요. 작품을 큰 틀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제보자> 이후 유연석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 <상의원> <은밀한 유혹> 등으로 관객과 만난다. 모두 극의 중심에 선 역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 개봉하는 <제보자>를 두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몇 안 되는 요즘 <제보자>는 그 역할을 해줄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공익 제보자 분들이 온전한 삶을 못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 시대의 제보자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왜 우리는 진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미디어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진실을 추구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연석 제보자 박해일 임순례 꽃보다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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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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