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새로운 역할에 도전 의식이 없는 배우는 아마 없겠지만 차태현의 행보는 같은 도전이라도 그 방향이 독특하다. 소위 남들이 하지 말라거나 흥행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작품을 최근 골라서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성공했다. <헬로우 고스트>(2010)가 289만 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가 490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물론 말을 소재로 한 영화 <챔프>(2011)의 흥행 실패(51만 명)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높은 타율이다.  

정작 차태현은 흥행에 있어서는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보였다. 오는 10월 2일 개봉하는 <슬로우 비디오> 출연에 대해서도 "연출을 맡은 김영탁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처럼 대단한 믿음이 가는 것도 아니고! (웃음) 다만 그분만의 개그코드가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음기 뺐지만 웃겨야 했다"...<슬로우 비디오>의 감상 포인트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영탁 감독님과는 <헬로우 고스트> 때 만났지만 친분을 떠나서 죽이 잘 맞아요. 감독님 시나리오가 글도 많고 세밀해서 읽는 게 불편한데 <슬로우 비디오>는 또 다른 면에서 신선하더라고요. 서정적인 면도 있고 멜로의 성격도 있었어요. 그간 제가 안 해왔던 장르기도 해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이런 저런 설정을 많이 하고, 소품 하나에까지 신경을 써요. 스태프 입장에선 피곤한 스타일이죠. 농담으로 감독님에게 다음 작품 할 때 부를 배우 없으면 다시 제게 달라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제 티켓 파워요? 한 100만 명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을 생각하면 그래요. 근데 <챔프>를 겪어 보니 100만 넘기도 힘든 일이라고 절실히 느꼈죠. 입으로 겸손 떠는 게 아니라 피부로 체감한 거예요."

앞서 그가 언급한 <슬로우 비디오>의 신선함은 코믹과 멜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중심인 차태현이 맡은 여장부라는 캐릭터엔 웃음기가 싹 빠졌다는 점에 있었다. 동체시력, 즉 남들보다 사물의 움직임을 느리게 보는 능력을 지닌 청년 여장부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짝사랑 했던 봉수미(남상미 분)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품고 있기도 하다.

"<슬로우 비디오> 시나리오를 주변 사람들이 찬성하진 않았어요. 아내도 '난 잘 모르겠는데 어차피 할 거잖아?'이랬죠. 나중에 시사회 때 아내가 보더니 '당신이 왜 선택했는지 알 거 같다'며 좋아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웃음기를 뺀 연기가 힘들다면 힘들었어요. 감독님은 차태현스럽지 않은 연기를 요구했는데 '그럼 날 왜 캐스팅했을까' 생각하면서도 촬영장 안에서 나름 변화를 주려했어요. 차태현이 너무 진지하면 관객 입장에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미지 변신? "하고 싶지 않다! 죽을 때까지 밝은 영화했으면..."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이요? 내 연기 욕심 때문에 일부러 변신하고 싶진 않아요.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밝은 영화를 하고, 관객들이 그걸 좋아해주시면 좋겠어요." ⓒ 이정민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뻔뻔하게 해내면 그럴싸하지 않을까" 이게 차태현이 작품을 선택할 때 주로 하는 생각이었다. 드라마 <전우치>도, 영화 <복면달호>도 여러 관계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던 작품이었지만 차태현은 그 지점에서 도전의식이 생겼고, 충실하게 해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 내 연기 욕심 때문에 일부러 변신하고 싶진 않아요.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밝은 영화를 하고, 관객들이 그걸 좋아해주시면 좋겠어요. 다만 연기자로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숙제도 있죠. 제 입장에선 그게 결국 악역일 텐데 언제 어느 작품으로 어떻게 제안이 올지 생각을 해볼 때가 있긴 해요."

이미지를 계산하면서 도전하진 않지만, 그는 남들이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일 때 스스로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 예능 프로와는 거의 인연이 없던 차에 KBS <1박2일>에 고정 출연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차태현은 "<헬로우 고스트> 이후 연달아 두 작품을 해야 했기에 좀 쉬려고 했는데 섭외가 들어왔다"며 "여행에도 관심 없었는데 나같은 사람이 출연하면 어떨지 궁금해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 출연이 영화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리얼 버라이어티라 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면 다 티가 납니다. 그걸 감출 수 있으면 진짜 최고 연기자예요. 배우들이 실제와 이미지가 다른 분들은 예능 출연이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전 특이한 경우 같아요. 운도 좋고요. 국민 예능 프로라는 걸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제약없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또 누가 있을까요. 진짜 특이하긴 하네요(웃음)."

밝은 가족 영화에 출연하든, 놀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예능에 나오든 차태현은 그 안에서 마냥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임을 고백했다. "특히 예능은 웃겨서 분량도 뽑아야 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며 그는 "속마음은 그런데 잘 노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다"고 고백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의 배우 차태현이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선하고 솔직한 매력의 차태현은 "내가 유부남인데도 <전우치> 때 12살이나 차이 나는 유이가 (상대역을) 해줬고, <슬로우 비디오>에서도 남상미씨가 맡아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그는 "호흡 맞는 게 뭐가 중요한가. 그저 함께 해주는 게 감사한 것"이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슬로우 비디오>에 이어 그는 쉬지 않고 달린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에 합류하기로 한 그는 10월 초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전지현과 차태현을 스타덤에 올렸던 2001년도 작품의 속편이다. 차태현은 "전지현씨 없는 그 영화를 상상할 수 없어서 거절했는데 문득 간절하게 견우(차태현 분)의 10년 뒤가 보고 싶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여전히 따뜻한 모습으로 차태현은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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