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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시작된 '오전 9시 등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라북도 교육청도 10월부터 '등교 시간 늦추기'를 시행한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선거에서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이었던 '아침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 실현을 위해 일선 초·중·고등학교의 등교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오전 9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30분 이상 늦추기로 한 것. 다만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제외했다.

때마침 정옥희 전북교육청 신임 대변인이 임명되어 대변인에 발탁된 배경 등과 함께 등교시간 늦추기 등 교육계 현안에 대해 들으러 지난 25일 전북 교육청을 찾았다.

다음은 정옥희 전북교육청 신임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

정옥희 잔븍교육청 신임 대변인
 정옥희 잔븍교육청 신임 대변인
ⓒ 전북교육청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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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교육청 대변인에 임명되었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대변인이라고 하면 전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일반적으로 대변인은 관공서 등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말해준다는 의미도 있잖아요.

처음 이 일을 맡고 대변인이라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냥 교사로 생활해왔기 때문에 낯선 일이었거든요. 현재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제가 맡은 일을 계속 고민하면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발탁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저는 장학사였으니 발령권자가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고 하면 갈 수밖에 없는 처지죠. 다만 처음에 교육감님께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말은 했어요. 이에 교육감님께서 '항상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냐, 그리고 믿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현장에서 쌓아왔던 활동을 나름 인정하고 믿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대변인이시다 보니 언론과의 관계도 중요할 텐데요.
"어릴 때 꿈이 기자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소에 언론인들을 굉장히 존경해 왔어요. 근데 현장에 와보니 '정말 언론을 대하는 게 어렵구나'를 실감하고 있어요. 특히 전북교육청과 지역 언론이 초기에 대립각을 세웠던 부분이 실제 있었어요. 그건 과거의 관행들을 타파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잡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들도 교육감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시는 것 같고, 교육감님께서도 언론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2기에서는 건전하고 타당한 비판은 받아들이면서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관해서는 같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등교시작 늦추면 아침 학원수강?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

- 아무래도 현안을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최근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아침 등교 시간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9시 등교', 혹은 '등교시각 늦추기'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경기도교육청은 '9시등교'라는 말을 쓰고 있고, 저희는 '등교시각 늦추기'라고 합니다. 이런 말을 쓰게 된 이유는 저희 교육감님이 헌법학자시잖아요. 현재 등교시각 결정에 관한 권한은 단위 학교장에게 있습니다. 교육감님이 아무래도 법에 민감하니까 '등교시각을 몇 시에 하라'는 표현은 하지 않고, '등교 시각 결정은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 능률 향상을 위해서는 지금보단 늦추는 게 좋겠다'는 의미에서 '등교시각 늦추기'라는 정책명을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등교시각을 10분 늦추는 것도 늦추기라서 세부사항에 '현행보다 30분 이상은 늦추는 게 좋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 경기도가 이번 달부터 시행했지만 찬반이 엇갈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의 성과를 보고 시행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도 있고, 또 교총 같은 단체는 한 해 계획을 연초에 짜는 학교로서 2학기에 시작하는 이런 정책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합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총에서 '2학기 시행하는 게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말을 하는 거 같은데 실은 제가 학교에 있을 때 일정 시간 변경이 자주 있어요. 왜냐면 학교 행사랄지 불가피하게 시험을 본다든지 할 때도 일정 변경은 조금 있어요. 그런 걸로 본다면 너무 지나친 기우가 아닌가 싶어요.

'아침등교시각 늦추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보통 1교시는 초중고 학교별로 조금 다르긴 하지만 9시 전후에서 시작을 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등교시간보다 20분~1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실은 자율학습을 하죠. 저희는 이런 자율학습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둘째로 고등학생의 경우, 빠른 학교는 오전 7시 40분에 아이들이 등교하거든요. 그리고 보통 1교시 시작 시간이  8시 10분이나 8시 20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아침도 못 먹고 허겁지겁 학교에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1교시를 정상화시켜야 되겠다는 의미가 더 커요. 그래서 학교현장에서 등교 시간의 문제가 생겨 혼란스럽다는 주장은 너무나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혼란스런 부정적인 상황이 있다면 앞으로 3개월 정도 시행 과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3개월은 시범적인 성격인 건가요?
"저희가 처음부터 이것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다양한 반응들이 있는 걸 고려할 수는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일부이기 하지만 너무 급한 거 아니냐', '맞벌이 가정 문제점은 고려하지 않았냐'는 등 여러 가지 반응들이 적은 숫자라 하더라도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건 행정당국이 마땅히 해야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 어떤 학부모들은 9시 등교가 수능시험 입실 시간과 맞지 않아 수험생들의 생체리듬을 깨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주 <시사인>에 마침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관련된 인터뷰 자료가 실렸어요. 그중에 수능시험 입시와 등교시간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아이들 반응은 '그게 그렇게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또 고3에 한해서는 유예기간을 줬고 단위 학교에서 고3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지침도 줬거든요. 그래서 이건 너무 지나친 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옥희 잔븍교육청 신임 대변인
 정옥희 잔븍교육청 신임 대변인
ⓒ 전북 교육청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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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그 시간에 맞는 학원이 나올 것이라는 반론도 있어요.
"아침 학원수강은 정말 이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수면시간 같은 것들이 학습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다양한 통계를 통해 증명되고 있어요. 근데 아침학원이 나온다면 적어도 1시간 이상의 시간이 나와야만 수강이 가능할 텐데,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을 더 당겨 학원에 보낸다는 건 솔직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그 학원수강은 실질적인 학습능력과는 무관한 시간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학원 관계자들도 협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아무리 사기업이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라지만, 아침 학원수강만큼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교육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등교 시간이 늦어지면 하교 시간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전북의 경우엔 어떻습니까? 실제로 그렇습니까?
"정규교육과정만 놓고 본다면, 고교의 경우 일부 하교시간이 교사의 근무시간을 조금 늘이는 데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하교시간이 늦춰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원칙적으로 하루 7교시 기준으로 봤을 때 교사의 근무시간 연장은 실질적으론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율학습이나 방과후 학습, 보충학습 시간들을 지금 현행대로 유지하는 부분에서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충학습과 자율학습 부분에 대한 단축 등을 병행한다면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우려할 만큼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대입 제도 때문인 것 같은데 교육부와 협의해서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장 근본적인 건 대입제도의 개선이죠. 교육 과정에서도 교과서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양도 많아요. 시험에 대한 아이들의 부담감을 최소화 시키고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대입시험이 출제되는 방향으로 개선이 된다면 야자나 선행학습,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율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더 근본적인 것은 이 학벌사회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변화들도 수행이 되면 더 좋겠지만요. 그러나 이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고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해야 될 일이라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애도는 산 사람들을 위한 것, 충분한 시간 줘야"

- 지난 19일 서울 고법은 과거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내린 '법외노조(합법노조 아님) 통보'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는데요. 이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처음부터 법외노조 통보가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계속 내왔어요. 그러나 법적 결정에 대해선 존중합니다. 저희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서 전교조 전임자에 노조 복귀 부분은 수용할 예정입니다."

- 전교조 관련된 부분에서 교육부 지침에 대해 많이 반대했지만 업무복귀 명령을 수용한 부분과 직권면직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교육감님은 법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거부했지만 법 판결이 나왔어요. 그러면 따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죠. 문제는 이미 전교조 노조원들과 휴직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정해졌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끝난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데,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지금 하라는 건 법률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판결이 나온 후에는 판결에 따른 행동은 취했어요. 대신 행동을 내리기까지 그 사람들이 가진 권리는 보장해주자는 거죠. 12월 말까진 노조 전임자로서 우리와 맺은 계약을 보장하고 그 후 미복귀 시에는 징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죠. 법률적 검토를 통해 위법한 행위는 반대 판결 후에 따랐고 그 권리는 최대한 보장을 해줬어요."

- 교육부가 판결 전 행정대집행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에요?
"위법한 지침에 대해선 따르지 않겠지만, 법률에서 판결이 난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하는데 다만 그 과정에서 해당 대상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부분은 검토할 수밖에 없죠."

교육부가 지난 16일,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노란리본 규제' 공문.
 교육부가 지난 16일,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노란리본 규제'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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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교육부 세월호 참사 관련 공문이 내려왔었잖아요(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노란 리본' 착용을 금지하며 '세월호 참사 관련 수업과 노란 리본 달기 등이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밝혔다). 물론 교육부가 철회하기도 했습니다만, 교육부가 정권의 홍위병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알다시피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건 단순한 애도의 문제가 아니에요. 특히 교육계에 던져진 충격이 커요. 그건 우리 교육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던 문제였어요. 이런 아이들을 우리가 길러냈다는 대한 반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런 반성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을 길러 갈 것인가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하는 교육부가 이런 공문을 보내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에요. 왜냐면 우리가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도 있지만 산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잖아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고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히 애도하고 충분히 반성하는 행위라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취임하면서 현재의 검인정 방식의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사교과서뿐 아니라 공통교과에 대한 국정교과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들었는데 정말 우려스러워요. 국정교과서에 대한 폐해를 너무나 많이 알고 있지 않나요, 교과서만큼은 국가의 기조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분야의 학자들 그리고 교사들이 자유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교과서 체제 전환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만 만약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에는 우리 자체적으로 교과서 개발할 계획도 있어요."

- 끝으로 각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변인 자리를 처음 맡았기 때문에 낯선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각오를 밝힌다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다만 교사 생활을 27년 했거든요.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게 아이들 교육에 바람직한 것이고 우리 교육이 어떻게 가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을 늘 같이 해갈 수 있는 대변인이고 싶어요. 또한 어느 순간 저도 행정에 매몰돼서 아이들을 잊지 않을까, 현장을 잊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런 두려움을 간직하는 대변인이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옥희, #전북교육청, #등교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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