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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바뀌면 기후가 바뀐다. 밥상이 달라지면 미래가 달라진다. 기후변화, 농업, 에너지 문제를 협동조합의 가능성과 함게 탐색한 통합적 시선.
▲ <밥상의 전환> 표지 농업이 바뀌면 기후가 바뀐다. 밥상이 달라지면 미래가 달라진다. 기후변화, 농업, 에너지 문제를 협동조합의 가능성과 함게 탐색한 통합적 시선.
ⓒ 한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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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아든 소행성과 충돌해 지구가 망할 가능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앙으로 인해 지구가 망할 가능성 중 더 높은 쪽은 어디일까? 단언컨대 후자다. 소행성 충돌은 현대 과학기술력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하지만 기후대재앙은 절대로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쌓아올린 무한 성장의 바벨탑은 '생태 위기'라는 전무후무한 재난을 만나 무너져 내리기 일보직전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46억년 쯤으로 추정한다. 이를 하루 24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인류가 존재한 시간은 약 0.75초 정도 된다. 그러니 우리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은 수 시간에 걸쳐 생성된 자연자원을 고갈시키는 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안녕'의 시대는 보장받을 수 없는 미래가 되었다. (32쪽)

<밥상의 전환>은 '기후변화와 농업(먹을거리), 협동조합을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보고서다. 기후변화 문제는 협동에 기반한 농업 생산방식 대신 경쟁에 기반한 산업 문명이 빚어낸 비극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협동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문제의식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농업, 협동조합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인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경제 영역에 국한된 협동조합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혀준다. 

가해자인가, 해결자인가? 기후변화와 농업의 복잡한 관계

기후변화와 농업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고, 새로운 해결자 역할도 할 수 있다. 농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5%를 차지하는데다 농산기업 중심의 관행농 증가에 따른 연료 연소, 즉 이산화타소 배출량까지 증가하고 있다. 가해자의 모습이다.

동시에 농업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가장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기후도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2100년까지 약 700조원의 피해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기온이 1℃ 높아질 경우 벼 생산량은 15만 2천톤이 감소해 2100년까지 총 60만 8천톤이 감소(70쪽)할 것이다. 농산기업 중심의 관행농법은 식량 생산량의 증대를 위해 농약의 사용, 기계화, GM작물 생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식품안전성이 악화됨은 물론 농업을 온실가스 배출의 원천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가 가중되면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몬산토, 카길과 같은 다국적 농산기업의 식량 독점이 심화되면서 식량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한 소요사태로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농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기후변화의 '해결자'가 될 수 있다. 농업은 이산화탄소를 흡수에 토양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벼 생산지의 경우 이모작을 한다면 토양의 탄소 고정 효과에 의해 흡수량이 배출량의 4배 가까이 된다. 옥수수의 경우에는 16배, 콩은 23배, 고구마의 경우 31배의 탄소를 토양에 붙잡아 둘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커지면서 농업 관련 국제단체들은 식량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농과 유기농 중심으로 농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업이 가진 기후변화 해결자로써의 자정능력을 극대화하면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써의 모습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각국 농민들의 연대단체인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 식품안전성, 식량 가격 및 접근성, 농법의 친환경성 문제가 동시에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유기농을 기반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이를 기후변화 대응책과 연계해 육성 지원하는 정책(94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소비로 차이를 발휘하는 능력

2008년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성명서에서 "협동조합은 기후변화에 도전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여러 국가와 부문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가치와 원칙 아래에 운영되며 그들의 공동체를 돌봐왔기" 때문에 협동조합운동은 지구를 구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들 스스로 단순히 값싼 물건을 구매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행위를 통해서 정치적 행동을 표출하는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유기농을 적극적으로 구매할 때 관행농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확대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농산물과 지역 먹거리, 생활재 등을 구입하고, 화석연료나 핵에너지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구매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일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소비로 차이를 발휘하는 능력, 즉 '윤리적 소비'가 '윤리적 생산'을 이끌어낸다. 이런 행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소비자이면서 정치적 행동과 참여를 추구하는 시민이기도 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이러한 소비-정치 행동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 사업체 운영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조합원들과 협동조합 고용 직원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교육하며, 조합원들이 정부에 보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정치적 행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농업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

식량위기와 기후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생명공생을 위한 협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이 가진 대안적 기능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관행농을 줄이고 농업 전반을 소농과 유기농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유기농업 지원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농민이 농업의 주인이 아닌 현실 속에서 기후 변화와 빈곤, 전 세계적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농업이 농민에게 주어지고 거대 농기업 아닌 지역의 소농들에게 농업의 권리가 주어질 때야말로 기후변화와 빈곤을 둘러싼 지구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많은 연구, 조사를 통해서도 증명된 것이다. 따라서 농업에 관한 '농민천부권' 개념을 전세계적으로 도입하고 농업의 주권을 농민에게 되돌려주어야 하며 식량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중략)

농업 생산에 있어서는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로컬푸드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역 먹을거리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농업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농민에게 환원하여 농업 체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새로운 식량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는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필요조건이자 지구 생태계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다. (2010년 9월, 식량주권실현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한국 시민사회협의회 성명서)

덧붙이는 글 | * <밥상의 전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모심과살림연구소 씀, 한티재 펴냄, 2013년 7월, 232쪽, 1만1000원
*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밥상의 전환 - 기후변화와 농업, 협동조합의 미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 모심과 살림 연구소 지음, 한티재(2013)


태그:#농업, #협동조합, #기후변화, #식량위기,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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