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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9월 8일 심씨가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다.
▲ 마지막 순간까지 애타게 불렀을 엄마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9월 8일 심씨가 딸의 아침밥이 담긴 가방을 메고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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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주검을 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이야기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있지만, 진도 팽목항에서는 매일을 4월 16일로 살아가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수색이 장기화되고, 지난 7월 18일 이후 두 달이 넘게 추가 실종자 수습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가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던 우리의 약속 한편으로는, 그 '마지막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이 존재한다.

철저한 수색이 우선이다

지난 추석 직전 해양수산부의 차관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색을 책임지는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는 처음 인양을 언급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그 후 기다렸다는 듯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인양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이는 추석 밥상에서 이야기될 세월호 관련 민심을 '특별법'에서 '세월호 종결'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였다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수색을 오래했는데도 못 찾느냐"며 "유실됐을 테니 이제 인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수색상황을 보면, 아직은 철저한 수색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하루 중 수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밀물과 썰물이 바뀌면서 조류가 느려지는 정조시간이고, 이는 하루 중 네 번, 약 1시간씩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조기(물살이 약한 시기), 중조기, 대조기에 따라 정조시간의 수객 여건이 달라지는데, 수색에 가장 최적이라고 하는 소조기는 한 달에 8일에 불과하고, 이 소조기 때라야 하루 네 번의 수색이 가능하다. 중조기, 대조기 때는 한두 번도 할까 말까이다.

즉 벌써 5개월이 지났지만, 수색을 할 수 있었던 날은 절반도 안 되며, 그 절반의 날들도 하루에 몇 시간밖에 수색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오랫동안 충분히 수색을 다했는데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지금까지도 세월호 각 격실에 대한 수색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최근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도입된 해수 성분분석 시스템인 '전자코'에 의해, 열 곳의 격실에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추정구역에 대한 집중수색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이대로 세월호 종결을 선언하고자 하는 이들에 맞서, 철저한 수색이 우선이라고 촉구해야 한다.

발 딛을 틈도 없던 진도체육관은, 이제 돌아오지 못한 열 명의 실종자의 가족들과 소수의 자원봉사자들만 고립된 섬처럼 남겨져 있다. 체육관 실내의 맨 앞에는 대형 모니터가 24시간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은 수색이 진행되는 날에는 바지선에 올라 수색상황을 지켜보고, 수색이 진행되지 못하는 날에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반 년 가까이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서 애태우며 살아가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누나를 기다리던 동생은 폐렴이 악화되어 폐의 2/3를 잘라냈다. 뇌에 종양이 발견된 엄마는 딸을 기다려야 한다며 수술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게 매일 4월 16일 참사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10월 3일, '기다림의 버스' 타고 팽목항으로

지난 봄, 노란리본을 달고 생존자를 기다리던 국민들의 간절함은, 언제부터 주검만이 돌아오고 더 이상의 생존을 기대할 수 없는 물리적 시간이 흐르면서, 팽목항은 그렇게 점점 사람들 속에서 잊히고 있는지 모르겠다.

깊어지는 고립감 속에서 사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는 마음을 전하며, 그간 서울과 광주에서는 매주 금요일 '기다림의 버스'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전국에서 '기다림의 버스' 10월 3일 진도로 출발한다.
 전국에서 '기다림의 버스' 10월 3일 진도로 출발한다.
ⓒ 기다림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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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팽목항에서 함께 기다림의 촛불을 밝히며,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른다. 팽목항 방파제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밤바다를 바라보면 고요 속에서도 억울한 속울음이 들리는 듯하다. 그 앞에 서서 진실만은 침몰하지 않게 함께하겠다고, 억울한 죽음들과 실종자들에게 약속한다.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 전국에서 기다림의 버스가 팽목항을 향한다. 최근 정부는 10월 2일까지 4층 선미의 수색을 완료하겠다 발표했다. 그것이 철저하고 신속한 수색으로 실종자들을 찾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빨리 종결하겠다는 것인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팽목항으로 가 실종자들을 함께 기다리자. 철저한 수색을 촉구하자. 진실을 밝히는 특별법 제정으로, 열 명의 실종자들을, 희망을 건져 올리자. "잊지 않을게" "끝까지 기다릴게" "끝까지 밝혀줄게"…. 봄에 한 그 약속과 마음을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10월 3일 전국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기다림의 버스'에 오르자. 함께 기다리며, 돌아오지 못한 열 명의 이름을 부르자.

* 9월 27일 현재 실종자 10명. 0명이 되는 그날까지 이름을 불러주세요 :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 단원고 교사 양승진, 고창석 / 일반인 실종자 이영숙, 권재근, 권혁규

덧붙이는 글 | 이원호님은 '팽목항, 기다림의 버스 준비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태그:#팽목항, #실종자,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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