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만원 관중이 찾아온 문학경기장의 한일전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만원 관중이 찾아온 문학경기장의 한일전 ⓒ 심재철


상대적으로 어린 일본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고전한 경기였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4만3221명의 대관중이 운집한 한일전이라는 경기 외적인 부담감도 선수들에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노리기에는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공 다루는 것이 너무 투박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남자축구 아시안게임대표팀이 28일 저녁 5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8강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종료 직전에 주장 장현수가 차 넣은 페널티킥 결승골로 1-0으로 이겨 4강에 올랐다. 이광종호는 이틀 뒤(30일 20시) 문학경기장에서 요르단을 2-0으로 이기고 올라온 태국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뜨거웠던 한일전 분위기

예상했던 것처럼 전반전에는 세트 피스 기회가 많이 나왔다. 일본 선수들의 거친 압박과 걷어내기 위주의 수비가 프리킥, 코너킥, 던지기 공격의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반전 한국의 공격은 이재성과 김진수가 뛰고 있는 왼쪽 측면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거기서 이어진 다음 공격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가운데 쪽에서 이용재나 김승대를 더 강하게 밀어내고 있는 일본 수비수들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28분에 이용재의 짜릿한 슛이 골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일본 수비수들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간 골잡이 이용재는 각도는 비록 거의 없었지만 일본 문지기 니에카와 아유미를 피해 절묘한 굴려넣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문지기 대신 커버 플레이에 나선 일본 수비수들이 그 공을 방관하지 않았다. 아찔하게 골 라인 위에서 걷어냈다.

 전반전,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슛을 시도하는 오른쪽 수비수 임창우

전반전,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슛을 시도하는 오른쪽 수비수 임창우 ⓒ 심재철


확실히 일본은 이전에 붙었던 팀들과는 압박의 수준이 달랐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어서 뛰어난 순발력으로 커버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은 측면이든 위험 지역 근처든 공을 잡고 편안하게 돌아설 수도 없었다.

이를 대비하여 더 빠르고 유연하게 공격 방향을 전환시키는 전술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일전, 엇갈린 주장의 운명

전반전 종료 직전에 김영욱이 다치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이종호를 들여보냈다. 이광종 감독은 후반전에 오른쪽 측면에 둔 이종호를 활용하는 공격 전술을 주로 펼쳤다. 이용재가 바람을 잡아주듯 일본 수비수들을 끌고 움직이면 이종호가 그 빈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식이었다.

왼쪽 측면의 이재성도 K리그 클래식 전북에서 베테랑 동료들과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공격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동료들까지 공을 매끄럽게 다루지 못했다. 엄청난 관중들 앞에서 치르는 한일전의 부담감이 선수들의 어깨와 발목에 힘을 잔뜩 들어가게 만든 것처럼 보였다.

 후반전, 미드필더 이재성의 드리블 순간

후반전, 미드필더 이재성의 드리블 순간 ⓒ 심재철


승부의 갈림길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양팀 주장의 운명이 묘하게 엇갈리고 말았다. 86분, 일본의 간판 미드필더 겸 주장  오시마 료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이종호가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공을 간수한 덕분이었다.

이 공을 11미터 지점에 내려놓은 주장 장현수는 엄청난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일본 문지기 니에카와 아유미가 지키고 있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문학경기장이 들썩였다.

이렇게 준결승전에 오른 이광종호는 9월 30일(화) 저녁 8시 문학경기장에서 이번 대회 남자축구 종목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태국과 만나게 된다.

사실 이 정도면 이광종호의 대진운은 비교적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8년만의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경기력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의 체력도 걱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 팀의 스피드와 조직력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부상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김신욱만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용재와 김승대를 각각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이며 이종호와 이재성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술도 제2, 제3의 대안까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한편, 이보다 앞서 낮 2시부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북한과 아랍에미리트의 8강 경기에서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정일관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준결승전(9월 30일 1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이라크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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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8강 결과(28일 17시 문학경기장)

★ 한국 1-0 일본 [득점 : 장현수(87분,PK)]

◎ 한국 선수들
FW : 이용재(90+1분↔이주영)
AMF : 이재성, 김승대, 김영욱(45분↔이종호)
DMF : 박주호, 손준호
DF : 김진수, 김민혁, 장현수, 임창우
GK : 김승규

★ 북한 1-0 아랍에미리트 [득점 : 정일관(90+2분)]

★ 태국 2-0 요르단

★ 이라크 3-0 사우디아라비아

◇ 준결승 대진표(9월 30일 화요일)
☆ 북한 - 이라크 (1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한국 - 태국(20시 문학경기장)
축구 한일전 인천아시안게임 이광종 장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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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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