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3000미터 장애물 경기에서 독주하며 1위로 들어온 제벳 루스(바레인)

여자 3000미터 장애물 경기에서 독주하며 1위로 들어온 제벳 루스(바레인) ⓒ 심재철


지난 27일(토)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대부분 관중이 인천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퇴장하는 사이에 육상 트랙 앞쪽에서는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영광의 주인공들도 나오고 메달과 꽃다발까지 준비되었다. 하지만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야 할 제벳 루스(바레인) 선수는 거기에 오를 수 없었다.

여자육상 3000미터 장애물 메달 수여식... "다시 할게요"

갑자기 시상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육상 여자 3000미터 장애물 경기중에 있었던 영상이 경기장 대형 스크린에 제시되었다.

1위로 들어온 제벳 루스 선수가 뛰던 도중에 한 발이 살짝 트랙 안쪽으로 벗어나는 듯한 장면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공식 멘트로 실격 처리가 되어 시상식이 일요일(9월 28일)로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어리둥절한 제벳 루스 선수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걸어 나와야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일부 관중들은 혀를 차면서 안타까움을 표할 정도였다. 그런데 밤사이에 반전 결과가 나왔다. 조직위원회에서 바레인 육상팀의 항소를 받아들여 28일(일) 저녁에 다시 시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토요일 밤 여자 3000미터 장애물 경기가 모두 끝난 시각(9시 35분 경)과 시상식이 열리는 시각(10시 10분 경) 사이에는 30분 이상의 시간이 있었지만, 육상 경기 운영진들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경기 영상이 고화질 화면으로 녹화되어 있기 때문에 9분~10분 동안 벌어진 달리기 동작들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지만, 이를 간과한 것이다.

이렇게 미숙한 운영 때문에 2위 리 첸추(중국, 9분 35초 23)보다 약 4초 가까이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한 제벳 루스(바레인, 9분 31초 36)는 일요일 저녁에 진짜 금메달을 받으러 다시 나와야 한다. 육상 종목에서 나온 두 번째 아시안게임 신기록이 이렇게 허무하게 인정되고 말았다.

 남자 5000미터 금메달을 딴 알 가르니(카타르)가 국기 위에 무릎 꿇고 앉아서 기뻐하고 있다.

남자 5000미터 금메달을 딴 알 가르니(카타르)가 국기 위에 무릎 꿇고 앉아서 기뻐하고 있다. ⓒ 심재철


남자 5000미터 1위 알 가르니의 각별한 세리머니

이보다 앞서 열린 남자 5000미터 경기는 마지막 바퀴를 돌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중위권으로 달리던 알 가르니(카타르)가 놀라운 막판 스퍼트 실력을 뽐내며 짜릿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결승선 통과 직전 직선 주로에서 바레인의 두 선수 베켈레, 키비치가 나란히 바레인의 금메달-은메달 주인공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카타르의 알 가르니 모하마드는 13분 26초 13의 기록을 찍고 펄쩍 뛰며 먼저 들어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알 가르니는 숨을 몰아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관중석의 동료 선수로부터 받은 국기를 펼쳐 놓고 무릎을 꿇으며 감격을 표현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도 그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아시아 기록(12분 51초 96)을 보유하고 있는 롭 알버트 키비치(바레인)를 3위로 밀어내고 세운 아시안게임 신기록(육상 종목 첫 번째)이기에 알 가르니의 감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남자 400미터 준결승 1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의 박봉고(가운데)

남자 400미터 준결승 1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의 박봉고(가운데) ⓒ 심재철


이어 벌어진 남자 400미터 준결승에서는 한국의 박봉고가 1조에 나와서 3위의 기록(46초 06)으로 결승전 직행했고, 2조에 나온 성혁제는 4위(46초 40)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기록이 나쁘지 않아 일요일(28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결승전에 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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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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