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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4일 새누리당 기획위원으로 임명된 정성산씨(우)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난 24일 새누리당 기획위원으로 임명된 정성산씨(우)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의원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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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한민국을 '격하게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요즘 들어 매우 바쁜 것 같다. 뮤지컬도 연출하고, 통일연구도 해야 하며, 주말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함께 광화문에 나가 세월호 유가족도 조롱해야 한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기획위원으로 임명된 정성산이 바로 그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무성 대표와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 새누리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좌좀 소굴로 변한 대한민국 문화계 종북척결 정책을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문화융성은 문화종북좌좀 척결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7월 낙마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SNS 막말'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새누리당은 그의 과거 막말은 물론 '일베 활동'은 아랑곳없었던 걸까. 정성산씨가 그간 어떤 글을 배설해 왔는지 보면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정복 현 인천시장을 지지했다던 그의 최근 말을 한번 보자.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필리피노들의 싸구려 퍼포먼스로 만든 장진 감독이나 태극기를 든 자랑스런 대한민국 8인 중에 이자스민 같은 실패작 국회의원을 넣은 거나, 좌우간 유정복 시장은 개막식을 싸구려로 만든 장진, 임권택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겁니다."

새누리당은 왜 폭식투쟁 후원자를 기획위원에 임명했나

지난 2006년 3월 26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관람하기 위해 26일 오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을 방문, 탈북자 출신인 정성산(우측 두번째) 감독의 안내를 받고 극장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26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관람하기 위해 26일 오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을 방문, 탈북자 출신인 정성산(우측 두번째) 감독의 안내를 받고 극장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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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의원에게도 반말을 섞어가며 '실패작' 운운하는 정씨 같은 인사를 문화계 외부 전문가로 위촉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북한 출신의 정씨는 1995년 남한에 정착한 이후 북한 관련 영화에 자문이나 각색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뮤지컬 <요덕 스토리>, 영화 <량강도 아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는 NK문화재단 이사장 직함으로 주로 종편에서 북한 관련 토론자로 출연하기도 한다.

이런 정씨를 기획위원으로 임명한 새누리당 기획위원회는 민생·정치 현안 논의 및 당 대응전략 수립, 20대 총선 및 19대 대선 중장기계획 수립 등 당내 브레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위원회는 위원장인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12명의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됐다.

외부 인사로는 정씨를 비롯해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신박제 세계상공회의소연맹 부회장,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가 부디 정씨의 '좌좀'(좌익빨갱이좀비) 척결 정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를.

기획위원 임명식에서 김종태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꼭 들어야 하는 민심이 무엇인지, 2040 세대를 품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2040', 즉 세대를 언급한 부분이다. 청·장년 표 확보야 여야 가릴 것 없는 당면 과제지만, 새누리당에서 정씨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문화가 아닌 청년 분야가 아닐까.

"9월 6일 광화문 대첩 때 제 돈 거의 200만원 이상 기부했습니다.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와~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의 속살이었거든요. 또 돈 벌어 볼랍니다."

그가 9월 초 적은 글의 일부다. "광화문 대첩"은 지난 추석 연휴 벌인 이른바 일베의 '폭식투쟁'을 뜻한다. 지난 6일 정씨는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치킨을 뜯고 맥주를 마시던 일베 회원들을 독려하며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면서 뮤지컬 <평양마리아>의 티켓을 뿌리기도 했다. 더불어 200만 원을 쾌척했다니, 폭식투쟁의 또 다른 후원자가 바로 정씨였던 셈이다.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위원 9월 9일자 트위터 갈무리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위원 9월 9일자 트위터 갈무리
ⓒ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위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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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6시 이후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 결집한 정성산씨와 일베 회원들.
 지난 6일 오후 6시 이후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 결집한 정성산씨와 일베 회원들.
ⓒ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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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지 마라 일베 애들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일베 사용자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작년 한 걸그룹 멤버가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SNS를 통해 직접 "기죽지 말라"며 훈훈(?)하게 격려하기도 했다. 작년 8월엔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일베 손동작을 강요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 정씨가 새누리당 기획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지자 25일 일베 회원들은 열렬히 환영하고 나섰다.

일베를 애호하는 취향을 새누리당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너그러이 이해했다고 치자. 하지만 폭식 투쟁의 중심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버젓이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고 있는 정씨를 기획위원에 임명한 것은 무능력하거나, 의도적이거나 둘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정씨의 막말을 넘어선 명예훼손에 해당할 만한 폭언은 간과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겁먹지 마라 (일베) 얘들아~ 할 수 있다. 얘들아~ 해냈다! 얘들아~ 북괴보다 80배 잘사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성근, 조국, 진중권 공지영 이외수 등 따위들이 폄훼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관심종자일 뿐이다! 긍정의 힘을 믿어라!!"

"강남좌파를 외치는 진중권, 조국, 공지영, 이외수, 누나로 열심히 따랐던 김미화, 성공회대 나꼼수 기획자라고 썰 푸는 탁현민, 문재인, 박지원, 백낙청, 황석영, 로무현대통영령님을 자살하게 만든 쓰레기들!"

"김영오씨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가장 잘아는 정치협잡꾼, 물론 새민연은 당대표직을 김영오한데 넘기는 게 맞죠. 사람이 먼저다, 북괴의 사상은 아무 능력도, 대처할 힘도 없는 근로인민대중에게 완장을 채워줘 혁명을 하게 하는 겁니다. 빨찌산은 현재도 존재합니다."

"김장훈같이 양아치일 수도 있는 가수가 세월호 단식을 통한 소통, 이 ××은 싸이한데 밀리고 나서 세상의 모든 본질이 악으로부터 파생된 거라 생각하는 절대 권위주의 희생양이 되버렸네요. 김장훈, 이 넘도 참 불쌍해요. 가라 김장훈, 노래로!"

지난 24일자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의원 트위터 갈무리
 지난 24일자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의원 트위터 갈무리
ⓒ 정성산 새누리당 기획의원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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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맥 쌓는 정성산의 막말, 도 넘었다

그 사이에 정씨는 정치·종교·언론을 망라한 보수계 인사들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자신의 뮤지컬 <평양마리아>를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다. 지난 4월 초연 이후 뮤지컬을 관람했다며 정씨가 기념사진을 게재한 리스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인제·김을동 새누리당 의원,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 방송인 장원재, 고성국 정치평론가 등 보수 인사들로 빼곡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노골적이다. 그는 한 종편에서 역대 지도자 중 가장 진정성 있게 통일에 접근한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았다. 그런 정씨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은 즉각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를 천명했다. 정씨야말로 검찰이 칼을 빼든 사이버 명예훼손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 아닐까. 어쩌면 정씨에게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묻게 될 쪽은 새누리당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지난 7월 초 정씨가 새누리당을 겨냥해 적은 글을 보면 그럴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제 주변분들 중에 정치 쪽에 있는 간신배적인 형이 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 당대표 쪽 보좌관인데 이×× 정치 출마하면 내가 도시락 싸들고 안티할 겁니다. 오늘 그러더군요. 당에서 정성산 및 변희재, 황장수, 김성욱 등 우파논객들 조심하라고 했다네요.

(줄임) 요즘 보면 배신과 반대는 우후죽순이더군요. 조만간 저처럼 새누리당 안티들이 많아지겠죠. 자업자득입니다. 꼴에 꼴값들 하시더군요. 진짜 요즘 정국은 진짜를 외면하는 가짜를 추앙해야만 지지율이 오르는 시대인듯합니다."


태그:#정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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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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