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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은 주간 근무, 이어 또 이틀은 야간 근무를 합니다. 주간근무의 경우에는 회사 직원식당이 있으므로 점심은 사 먹어서 좋지요. 가격도 착해서 한 끼에 고작 2500원입니다.

그렇지만 음식의 질과 양이 푸짐하기에 언제나 만족합니다. 또한 쌀부터 대부분의 음식이 신토불이로 구성되어 있어 금상첨화입니다.

그런데 야근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가 넘으면, 식당 직원들은 서둘러 청소와 설거지 따위들을 마치고 퇴근합니다. 그 까닭에 저녁밥과 야식까지 따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야식'이라고 하니까 제법 근사한 뉘앙스를 풍기는 듯 보이니 서둘러 '해명'하겠습니다. 야식이라고 해봤자 늘 냉동밥에 컵라면이 전부입니다.

저녁을 냉동밥에 컵라면으로 떼우는 이유... 박봉

그럼 '냉동밥'의 정체부터 살펴볼까요? 집에서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을 하루가 지나면 주걱으로 퍼서 1회용 밥 용기에 담습니다. 이어 그 밥이 식으면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지요. 그렇게 하여 꽁꽁 언 밥이 바로 '냉동밥'인 것입니다.

이를 가방에 넣어 출근한 다음에는 경비실의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가 시간이 되면 전자레인지에 3분간 가열하여 먹는 것이죠.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제 직업인 경비원의 급여가 워낙에 박봉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늘 약에 의지해서 사는 아내의 뒷바라지만으로도 힘에 겹습니다. 고삭부리 아낙이지요. 이처럼 자린고비 행각을 보이는 것은 분명 알뜰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알뜰하다'는 어떠한 일이나 살림을 정성스럽고 규모 있게 하여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는 의미도 있죠. 반면 이 '알뜰'의 대척점엔 '청승(맞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궁상스럽고 처량하여 보기에 언짢은 태도나 행동' 말이죠. 그래서 저와 같이 몹시 청승을 떠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바로 '청승주머니'입니다.

'청승주머니'인 나, 결혼 33주년 기념 여행 갈 수 있을까

지난 8월, 막역한 선배가 사무실을 내고 삼고초려 부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쉬는 날엔에는선배의 사무실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일종의 투잡이지요. 그렇게 하여 오늘까지 약 30만 원의 가욋돈을 벌었습니다.

여기에 20만 원을 얹어 이사를 하느라 친구에게 빌린 돈 50만 원을 드디어 갚았습니다. 때문에 그 빚의 변제 중압감으로 다소 억눌렸던 마음도 다리미로 편 듯 반듯하네요.

오는 10월에는 아내와의 결혼 33주년 기념일이 있습니다. 최근 이사를 한 아들의 집에도 찾아가 봐야 합니다.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가능할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내와 여행을 하자면, 또한 아들의 집들이에 뭐라도 사다주자면 알바를 열심히 해서 돈을 더 모아야 합니다.

따라서 청승의 짓거리를 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밤 10시에 냉동밥을 데워 컵라면과 먹노라면 먹먹한 자괴감까지 드는 것을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하는 수 없는 노릇인지라 앞으로도 청승맞을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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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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