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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26일 오전 10시 55분]

 다큐 <다이빙벨>의 한 장면
 다큐 <다이빙벨>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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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얘기, 혹시 지겨우십니까? 지겹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도 '왜'라는 질문은 넘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 배가 왜 침몰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9월 24일)이 벌써 162일째인데도 말이지요. 지겨워도 직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말마따나, 지겹다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진짜 지겨운 건지, 지겹다는 프레임에 획책된 건지 그들 자신도 모르는 것 같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있다. 또 그 이유를 밝혀낼 수는 있는 건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일수록 '왜'라는 질문 자체가 소중해진다. 10월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매한가지일 터.

맞다, 그 '다이빙벨'. 세월호 참사 초기,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이종인 대표의 얼굴과 함께 잠시 대안으로 떠올랐던 그 잠수 기구. 영화 <다이빙벨>은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만든 안해룡 감독과 팽목항에서 직접 현장을 취재했던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공동 연출을 맡아, 세월호 참사 구조 작업을 보름간 기록한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려졌다'는 데 있다. 제작진과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을 비롯해 소수의 관계자들만이 보았을 뿐인 이 미개봉작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니, "좌파영화계"니 철지난 이데올로기 논쟁이 또다시 재탕되고 있다. <다이빙벨>을 무서워하는 자, 그 누구인가.  

누가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가

사고해역 투입 못한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세월호 침몰 사고 10일째인 25일 오후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투입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이 작업 시작을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0일째인 지난 4월 25일 오후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투입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이 작업 시작을 못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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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대면하기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똑바로 마주보아야만 하는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이상호 기자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이후 보름 동안 벌어졌던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상황이 낱낱이 드러남에 따라..."

영화제 홈페이지에 나온 영화 소개 글의 일부다. 상식적으로, 4월 16일 이후 15일 간을 다룬 영화를 통해 '팽목항의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들은 상영 금지를 요구하고, 이를 보도하며 영화제 잡음내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정서와는 전혀 상관없이 소수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죠."

지난 23일 <채널A>와 전화 인터뷰 한 차세대문화인연대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작품을 놓고 "국민적인 정서"를 운운할 수 있는 근거와 패기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다이빙벨> 상영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차세대문화인연대는 어떤 조직인가. 이 조직의 대표인 최공재 감독은 '한예종 채용 비리'로 결국 구속된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운영자인 (사)한국다양성발전협의회의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잘 알려진 대로, MB정부가 임명한 조희문 위원장 시절은 영화계의 대표적인 암흑기로 꼽힌다. 당시 조 위원장을 등에 업고 잘 운영되던 독립영화전용관을 접수(?)하며, 때 아닌 영화계 좌우 논란에 열심이었던 것도 바로 그다.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제영화제에 그가 "노골적인 정치색" 운운하는 일은 가당치도 않다.

영화제측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영 논란을 일축하려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진짜, "정치적 이유"가 있는 이들에 의해서다. 이 논란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사자로 뛰어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뒤흔드는 하태경 의원과 서병수 시장

최근 '일베'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하태경 의원. 부산국제영화제 근거지인 해운대 인근 기장을 지역구 의원인 그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제 주최 측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것인 만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게 되면 온 국민을 속인 한 업자의 '사기극'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될 것이다"는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를 초청작으로 결정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측과 프로그래머는 응당 논란의 책임을 지고 국민과 유가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영화제 측을 겁박하기도 했다.

반면, 이상호 감독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하태경 의원을 영화제 상영에 초청(?)하기도 했다. 직접 와서 영화를 보라는 뜻일 터다. 만약 영화의 내용이 '사기극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해도 그것 또한 관객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작품성이 터무니없었거나 가치가 없었다면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측이 부담을 지며 초청을 했을 이유도 없다.

소재만 놓고 진영 논리나 정치적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개 국회의원이 "상영 취소" 운운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상영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국제영화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때 논란이 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일반 개봉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기 종영되는 비운을 겪은 바 있다. 그러한 전례를 인식했을지 모를 하태경 의원은 이제 영화제 자체를 뒤흔들려는가.

<다이빙벨> 상영, '세월호 참사' 직시 노력 아닌가

 다큐 <다이빙벨>의 한 장면
 다큐 <다이빙벨>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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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진짜 적은 내부에서 출현하는 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 말이다. 새누리당 사무총장 출신 서병수 부산시장은 25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을 상영 안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병수 시장의 이런 입장 천명은 실질적인 압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부산시는 올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123억 5000만 원 중 절반에 60억 5000만 원을 지원한다. 문화관광체육부 예산 15억의 4배에 달한다. 조직위원장이 반대하며 논란을 키우고,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등 살림꾼들이 상영취소 불가로 맞서며 영화제의 위신을 지키는 형국이다. 서병수 시장의 임기는 4년, 19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명성을 이어갈 것이다. 

'왜'를 묻지 않는 방송이 '기레기'로 전락한 이 때, 상업영화가, 극영화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관객들의 울분과 의구심을 다소나마 해소해 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근혜' 정부 들어 달라진 풍경이다. 굳이 영화제 상영까지 막으려는 저의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작품의 해석은 스크린에 비춰지는 순간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다이빙벨>의 영화제 상영과 주제에 관해서는 분명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굳이 표현의 자유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이 다큐 영화 한 편을 영화제에서 온전히 상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얼마만큼 직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의 상흔을 치유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태그:#다이빙벨

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기고, 원고 청탁은 사랑입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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