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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부디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그날, 침몰하는 배 안에서 친구를 위해 기도했던 고 김시연(단원고 2-3)양의 자작곡이 음원으로 나온다. 시연양의 생일인 26일, 음악 감상 사이트인 '벅스'를 통해 공개된다.

시연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기를 즐겼다. 한때 작곡가를 꿈꿨고, 마지막으로 간직한 꿈은 음악교사였다. 시연양은 자작곡 '야 이 돼지야'를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핸드폰에 보관해두었다.

이를 본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가 친한 후배이자 작곡가 윤일상씨에게 음원 작업을 부탁했다. 윤일상씨도 흔쾌히 허락했다. 지난 7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시연양의 목소리를 추출해 디지털 음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 노래는 총 두 곡이다. 한 곡은 추출한 시연양 음성에 시연양의 여동생인 이연(15)양이 피처링한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인디 가수 박근혜씨가 부른 버전이다.

'제주도 가서 살겠다'던 아이, 결국 제주도 땅 밟지 못한 채...

지난 4월 16일 침몰하는 배 안에서 친구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던 단원고 희생자 고 김시연양의 자작곡이 음원으로 나온다. 음악선생님을 꿈꿨던 시연양은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걸 즐겼다. 노래는 시연양의 생일인 26일 정오에 '벅스'에 공개된다.
▲ 고 김시연양의 디지털음반 지난 4월 16일 침몰하는 배 안에서 친구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던 단원고 희생자 고 김시연양의 자작곡이 음원으로 나온다. 음악선생님을 꿈꿨던 시연양은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걸 즐겼다. 노래는 시연양의 생일인 26일 정오에 '벅스'에 공개된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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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시연양은 손에 핸드폰을 꼭 쥔 채로 부모에게 돌아왔다. 참사 6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 시간 아버지 김중렬씨는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 연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연양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생방송 도중 딸에게 달려갔다. 이 소식을 전하는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시연양의 핸드폰에는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었다. 최초 신고 시각 직전인 오전 8시50분부터 50분 동안 간헐적으로 촬영된 이 영상은 여학생들의 비명소리로 시작된다. 심하게 기운 배 안에서 학생들이 몸부림치는 모습도 그대로 담겼다. 그 속에서 시연양은 오전 9시 41분에 모두를 위한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앨범 자켓에는 시연양이 그려둔 자화상이 들어간다. 커트머리에 큰 뿔테를 쓴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귤의 요정 깨박이'라고 이름 붙였다. 깨박이는 시연양의 애칭이다. 귤을 좋아했던 시연양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이가 들면 제주도에 살면서 꼭 귤 농장을 할 거예요." 하지만 시연양은 제주도 땅을 밟지 못했다.

음원은 26일 정오에 공개된다. 음원 수익은 전액 진도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 벅스는 유통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


태그:#김시연, #단원고, #세월호, #윤일상, #장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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