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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한 지도 한 달이 되어 가지만 광화문광장에는 아직도 동조단식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부분 1~3일 정도 단식한다. 여전히 국민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

광화문광장 한켠에 있는 천막이 눈에 띈다. 그곳엔 30일 넘게 단식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홍술 목사다. 김 목사는 부산 빈민운동의 대부로 통한다. 빈민운동가인 그가 왜 부산도 아닌 광화문광장까지 올라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을 하는지 궁금했다.

지난 23일 광화문 광장을 찾아 김 목사를 만났다. 다음은 김홍술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 측은한 마음으로 변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김홍술 목사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김홍술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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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단식을 시작했는데 건강은 어떠신가요?
"힘이 좀 없는 상태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몸도 마음도 편안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요."

- 왜 편안하세요?
"제가 여기 올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과 기득권층이 너무 폭압적으로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를 하는 것에 분노했죠. 그러나 결국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시고, 그가 하시는 일 때문에 저들이 철옹성처럼 굳게 문을 닫고 있어도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할 겁니다. 분노가 측은한 마음으로 변했어요. 역사의 분기점에서 결국은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주 불행한 (이들이라는) 측면에서 측은해요. 그런 사람들이 역사를 왜곡해 고통스럽지만, 극적으로 반전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마음이 안정됐어요."

- 부산이 아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김영오씨가 오랜 단식을 하고 힘겨운 걸음으로 청와대 앞까지 가서 거절당하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봤어요. 어떤 형태로든 뭔가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결단을 못하던 중에 김영오씨가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즈음 광주의 후배 목사에게 "전국 열두 명의 목사가 결단을 가지고 모이기로 했다.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하겠다고 답변하고 8월 25일 아침에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왔죠.

열두 명이 특별하게 계획을 잡은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일주일이나 2주 정도 (단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는데 의견이 모아지지도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떠나니 몇 명 안 남는 거예요. 그런데 8월 27일에 방인성 목사님이 40일 단식기도를 작정하고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방 목사님께 '긴 마라톤 하는데 같이 뛰어 드리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어요."

- 광장에서 무슨 생각을 하세요?
"부산하고 다른 게 바로 앞에 청와대가 보이잖아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과 역사에 비극이고 부끄러움이죠. 정치철학이나 역사의식이 있어서 국민들 앞에 선 것이 아니라, 아버지 시대 때 권력을 쥐락펴락 하던 세력들이 다시 몰려들어 거의 '인형'으로 내세운 건데... 연극을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못 지워요.

모든 거짓이 덕지덕지 쌓여서 우리 사회의 진실이 실종되었어요. 과거에는 통일세력과 반공세력이 (요즘처럼) 극적으로 부딪히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총만 없지 '무혈전쟁' 상태죠. 경제뿐만 아니라 이념적인 양극화가 심각하게 드러나는 이유가 뭔가 하면 '거짓과 참'의 세력이 극렬하게 맞부딪히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한다는 건, 죽어서 가는 나라가 아니라 (현실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겠어요? 그런 나라를 실현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과 도덕적 가치가 밑바탕에 있는 것이 튼튼한 나라가 되는 길이라고 봐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이잖아요. 경제, 경제 하면서 풍요로운 나라나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데요. 사실상 강대국에 전작권(전시작전권)을 맡기고 엄청난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 튼튼한 나라인 걸로 생각하지만, 다 허깨비예요. 인간의 존엄성이나 신뢰성이 밑바탕이 된 국가가 나라다운 나라 아니겠어요? 지금 우리 사회는 절박해요."

- 부산은 여당 텃밭이기 때문에 부산에서 느끼는 민심과 광화문광장에서 느끼는 민심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여기에서도 그렇지만 부산에서는 바로 '빨갱이'죠. 정부를 반대하면 '반정부'가 아니라 '반국가'로 보는 거예요. 정부가 국가인 거죠. (부산의 많은 민심은) 반정부 의사표시 하는 걸 나라 좀 먹는 행위로 봐요. 그것이 지역에서의 운동을 힘들게 하고 있지요."

"거짓세력과 한판 승부, 마지막 전선 구축됐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김홍술 목사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김홍술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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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목사가 목회나 해야지 왜 세상일에 참여하느냐'고 단식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데요.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일 거예요. 자기 일에 충실한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편견이 어디에서 왔느냐면, 건국 이후 권력층이 줄곧 해온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국민이 정치 주체요, 주인인데 말이죠.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잖아요. 국민은 국가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원초적인 힘을 제공하는 주체들이란 말이죠. 주체의식을 잘 심어줘야 민주의식이 생기는데, 지금까지 국가권력이 교육은 물론 모든 부문에서 이것을 왜곡시켰다는 거죠. 민주주의를 잘못 가르친 거예요.

목회자가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주권행위요, 성경적으로도 세상 권력에 대한 하나님의 예언자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선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 15일 목회자 철야기도회가 열렸는데 어땠나요?
"소중한 일이었어요. 행사가 열리기까지 약간의 어려움도 있었죠. 여러 운동 조직이 있잖아요. 근데 그런 단체에서 논의해서 열린 것이 아니라 여기 두 목사가 단식하는 현장에서 제안되었어요. 처음엔 '기드온의 300용사' 이야기가 나왔어요. 근데 세월호 희생자가 304명이라 304명을 목표로 잡고 광화문에서 밤새고 동틀 때까지 기도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전파되어서 304명이 아니라 600여 명이나 모였어요. 엄청난 역사를 이뤘는데, 중요한 것은 시국기도회에 진보와 보수가 함께했다는 거예요. 한국 교회 역사에 획을 긋는 일이죠. 근데 일반 언론사는 물론 CBS등 기독교 언론에서 안 다뤄서 안타까웠어요."

- 목회자들이 많이 모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마음과 마음을 공유하는 문화가 SNS를 통해 전파된 것이라 생각해요. 제주도에서 오신 분도 있었어요. 조직적으로 동원하면 뜨거움이 없죠. 이번에는 감동과 뜨거움이 있는 기도였어요."

- 세월호 문제에 한국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일부고, 대부분 무관심한 게 사실입니다.
"사회나 교회나 같아요. 교회가 더 보수적이죠. 사회는 지난 대선에서 보다시피 거의 5:5였어요.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는 보수 대 진보가 5:5가 아니라 7:3 심하면 8:2가 될지 몰라요. 기독교가 훨씬 보수적이죠. 초기 기독교는 사회를 훨씬 앞서서 리드하고 좀 더 변화된 세상을 위해서 기여를 했어요. 그러나 이젠 거꾸로 됐어요. 일반 사람들이 교회를 볼 때 배울 게 없다고, 아니 오히려 해악이라고 돌을 던질 정도예요. 그만큼 교회는 퇴보했죠. 그러니 기독교가 '개독교'란 말을 듣죠."

- 지난 20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촛불집회에서 "신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악마의 손에 잡혀 있는 저(박근혜 정권) 권력이 하나님의 선한 세력에 의해 넘어질 것"이라 하셨는데요(관련 기사 : 세월호 유가족 "손 잡아주세요"... 시민들 "힘내세요").
"저는 마지막 전선이 구축되었다고 봐요. 전쟁도 전선이 있잖아요. 지금은 거짓 세력과 한 판 승부의 마지막 전선이라고 봐요. 전선을 구축한 건 예전 운동권에서 잔뼈가 굵은 재야세력도 아니고 학생세력도 아니에요.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진도 팽목항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권좌가 있는 청와대 밑까지 와서 전선을 친 거예요.

전선을 친 유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딛고 거룩한 분노를 깨달았어요. 온 국민이 304명이 고스란히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았고, 대통령이 진도를 찾아와 여러 약속을 했잖아요. 그러나 청와대만 돌아간 뒤 약속이 뒤집어졌어요. 그러면서 국민이 실체를 본 거죠. 그래서 유가족들은 '내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저들이 철옹성처럼 건고해 보이지만, 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 훤히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 마지막 전선이란 거예요. 김영오씨가 여기서 보여준 것은 진정성이죠. 그게 온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김홍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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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세월호' 침몰사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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