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펜싱이 천신만고 끝에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고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김지연, 이라진, 윤지수, 황선아가 나선 한국은 23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여자 사브르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2 부산 대회 이후 한국이 처음으로 따낸 금메달이다.

펜싱 단체전은 한 선수가 3라운드씩 피스트에 올라 총 9경기를 치른다. 5점을 먼저 올리면 시간과 상관없이 한 라운드가 끝나고, 만약 앞 선수가 5점을 못 내면 다음 선수가 남은 점수를 올릴 수 있다. 또한 팀 전체가 합계 45점을 올리면 승부가 완전히 끝난다.

한국은 이라진, 김지연, 윤지수가 차례로 첫 경기에 나섰고 황선아가 교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이라진이 첫 주자로 나서 중국의 셴첸과 맞붙었으나 먼저 5점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김지연이 두 번째 주자로 나서 첸자루이에게 날카로운 찌르기 공격을 퍼부으며 격차를 좁혔지만 윤지수가 부진하며 점수 차는 11-15로 벌어졌다. 한국은 다시 피스트에 오른 이라진이 또 3-5로 패하며 14-20으로 뒤져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5라운드부터 거센 추격을 시작했다. 윤지수가 내리 6점을 얻어내며 다시 따라붙자 김지연 역시 3점을 연속으로 뽑아내며 마침내 26-26 동점을 만들고, 내친김에 역전까지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윤지수와 이라진이 분전하며 41-33로 7점 차까지 벌렸고,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에이스' 김지연이 마지막 주자로 피스트에 오르며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찌르기와 베기 등 다양한 공격이 가능해 점수가 많이 나는 사브르의 특성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린 중국은 마지막 주자 셴첸이 김지연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순식간에 41-41 동점을 만들었다. 김지연은 당황한 듯 몸놀림이 눈에 띄게 느려지며 고전했다.

여자 펜싱, 12년 만에 극복한 중국의 벽

하지만 김지연의 저력은 위기에서 발휘됐다. 김지연과 셴첸은 수많은 동시타를 쏟아내며 접전을 펼쳤고, 검을 잡은 김지연보다 더 초조한 동료 선수들은 차마 승부를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리는 긴장의 순간이 계속됐다.

김지연이 뒤로 물러서는 셴첸의 어깨를 정확히 찌르며 다시 앞서나가자 경기 분위기는 다시 한국으로 넘어왔고, 다시 동점타가 쏟아지는 신경전 속에 김지연이 공격해 들어오는 셴첸의 목을 노련하게 찌르며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그제서야 여유를 되찾은 김지연은 가볍게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키며 45-41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2002 부산 대회부터 2006 도하 대회,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연거푸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국은 그동안의 패배를 한꺼번에 설욕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반면 아시안게임 4연패를 노리던 중국은 최근 급성장한 한국의 벽에 부딪혀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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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사브르 인천 아시안게임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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