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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인천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팀 정유연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 인천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팀 정유연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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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인천 서구 백석동에 있는 드림파크 승마장. 이곳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장마술은 가로 60m, 세로 20m의 평평한 마장(馬場)에서 기수와 말의 호흡과 동작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아시안게임에서 동물과 사람이 한 팀을 이뤄 치르는 유일한 경기다.

이날 한국팀은 상위 3명의 평균 점수에서 71.737%를 얻어 일본(69.842%)과 대만(67.386%)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5회 연속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 가운데 유독 '아버지'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크게 주목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셋째 아들인 김동선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 정유연(18)씨다. 

금메달 목에 건 정유연 "논란 신경 쓰지 않아"

특히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던 정유연씨는 금메달 획득에 활짝 웃었다. 그는 SBS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 "(특혜 의혹 논란 등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 기분이 어떠세요?
"실수가 좀 나와서 1등 못할 줄 알았는데 1등 해서 기분 좋네요.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 때문에 말이 약간 긴장한 것 빼고는 컨디션은 아주 좋았어요.

- 대회 전에 어떤 목표를 세웠어요?
"꼴등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잘 돼서 기분 좋습니다."

- 개인전 금메달도 따고 싶어요?
"당연히 욕심은 있지요."

-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던 같아요. 논란이 있었잖아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공주라는데 기분 좋죠, 뭐? 그리고 진짜 공주(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손녀인 시리와나리 나리랏을 가리킴 - 기자주)를 이겨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지만 정유연씨에게 부모의 존재는 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버지인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한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그를 직접 보좌한 인물이다. 그러한 경력 때문에 현재 정치권과 청와대 안팎에서 '최고의 권력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박근혜 7시간 미스터리'에 정씨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까지 크게 불거졌다.

정유연씨의 어머니는 박 대통령의 과거 멘토였던 최태민(작고)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다. 최씨와 정윤회씨는 지난 5월 비밀리에 이혼했다. 두 사람은 강남 등에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최태민 목사가 비리를 통해 축적한 부를 이들 부부가 물려받았다는 의혹을 줄곧 받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4살 때부터 시작한 승마  

정유연씨는 현재 청담고 3학년생이다. 청담고(강남구 압구정로 소재)는 지난 1990년 설립된 공립학교다. 그는 사립 초등학교와 예술중을 거쳐 청담고에 진학했다. 정유연씨는 예술중에서 성악을 공부했지만, 네 살부터 시작한 승마에 강한 열정을 보였다. 

"4살 때부터 승마를 시작했다. 아버지 따라서 승마장을 다니다 보니 말과 금방 친해졌다. 선수 데뷔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7년에 했다. 아버지의 권유도 있었지만 내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 타는 게 다른 어떤 것보다 적성에 맞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2012년 6월, <일간스포츠>와 한 인터뷰 중)

정유연의 승마 스승은 서정균씨다. 서씨는 한국 마장마술의 산 증인이자 명인으로 평가받는 인물로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6개)을 보유하고 있다. 정유연은 당시 <일간스포츠>와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스승이 서정균 선생님이라서 마장마술을 많이 볼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장애물도 해보고 싶지만 마장마술이 다양하게 말을 다루는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마장마술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마장마술은 말과 같이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나도 말에게 배울 수 있는 게 있다."

정유연은 청담고 1학년생이던 지난 2012년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대한승마협회에서 수여하는 신인상을 받았다. 승마계에서는 '무서운 여고생'으로 불렸다. 승마훈련장도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금안회'로 바꿨다. 금안회는 승마명문가인 '김철규-김형칠-김균섭'이 3대에 걸쳐 운영하는 곳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승마장(60년)이다.

하지만 금안회의 한 관계자는 23일 "정유연씨가 이곳을 이용하지 않은 지 좀 됐다"라고 전했다. 정유연씨가 새롭게 옮긴 승마훈련장은 'TNK 승마스쿨'(경기도 이천시 소재)로 알려졌다. 슐로스 헤르, 웰트마이어 카운트다운 등의 말을 애용해왔던 그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로얄 레드2'와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딸과 승마를 향한 정윤회의 애착... 말목장까지 계획


아버지인 정윤회씨는 딸이 가진 열정 이상으로 승마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딸에게 승마를 권유한 사람도, 딸을 열심히 뒷바라지한 사람도 정윤회씨였다. 정유연씨가 이용했던 승마훈련장인 금안회의 한 회원은 지난 2012년 11월 "정유연 선수가 매주 3~4차례 말을 타러 온다"라면서 "(정유연씨가) 가끔씩 어머니와 올 때도 있지만, 보통은 아버지가 데려다 준다"라고 <오마이뉴스>에 증언한 바 있다.

정윤회씨가 승마에 강한 애착을 보였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강원도 평창 말목장 건설 계획'이었다. 정씨는 박근혜 의원 보좌관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 2004년부터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의 땅을 사들였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의 추적에 의해 드러난 땅 규모만 18필지 23만431㎡(약 6만9828평)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23만431㎡ 가운데 11만8589㎡(3만5936평)가 목장 부지라는 점이다. 당시 정윤회-최순실 부부로부터 의뢰받아 측량과 인허가 업무 등을 진행했던 한 인사는 "두 사람이 이곳에서 말목장을 하려고 했다"라고 증언했다(관련기사 : 최태민 목사 딸 부부 소유 평창 땅 더 있다).

지난 2009년 측량과 인허가 등을 진행한 뒤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금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 강남 등지에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 등을 소유하고 있던 정씨 부부가 자금 문제로 말목장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게다가 정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얀슨은 지난 1994년 사업자등록증에 '커피 및 커피기계의 수입·판매' '체육관련용품 수입·판매' '휴게실업' 외에 '승마장업'을 업종으로 신고해 눈길을 끈다. 그가 업종을 승마장업으로까지 확대한 데서 딸과 승마를 향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 후광 입어 대표 선발? 금메달로 '일축'

정유연씨는 지난해 하반기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지난 1년간 대회 성적을 합산한 결과(4위)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올해 6월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4위(202.675%)를 기록하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정유연씨가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인 지난 4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의 지시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아무개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가 돼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유연씨의 국가대표 선발로 또 다른 승마 유망주였던 김혁이 국가대표 선발에서 탈락했다는 사실과 연결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대한승마협회 등은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정유연의 성적을 근거로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정유연씨는 그런 부담들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 두 번째 선수로 나선 그가 69.658%를 얻어 일본 선수를 제치면서 금메달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대표 선발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정유연씨 앞에 당장 남은 것은 대학 진로다. 청담고의 한 교사는 23일 "승마선수를 받아줄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정유연 학생은 학교 수학여행도 같이 가는 등 친구들과 잘 지내왔다"라면서 "다만 올해는 계속 훈련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라고 전했다.


태그:#정유연, #정윤회,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 청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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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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