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기자 말

지난 9월 5일, KBS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인호씨
 지난 9월 5일, KBS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인호씨
ⓒ KBS

관련사진보기


이인호 신임 KBS 이사장의 돌출적 언행이 갖가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사장으로 선출된 직후 지난 17일 열린 첫 이사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방송은 독립성 공공성을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평도 비평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말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물론 그는 "편성과 보도는…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이고 이사회가 거기에 직접 관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른바 '면피성' 발언을 덧붙였지만,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평과 비평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런데 이사장의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과 비평이 사장과 부사장을 통해 KBS 내부에 전달될 때, 그것은 바로 편성과 보도에 대한 이사장의 '간섭'으로 작용될 것임은 너무나 뻔하다. 이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방송법 제4조제3항)"는 실정법 규정에도 역행하는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이인호의 문제는 조부 아닌 본인의 친일 역사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친일파라고 비난하지만, 필자는 연좌제 논리로 이인호 이사장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조부의 친일행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고 감싼 그의 아전인수식 역사인식이 진짜 큰 문제라고 본다.

조상의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이니까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것은 객관성과 역사정의를 기본적 가치로 삼는 역사학자의 기본적 덕목을 내팽개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간 이인호 이사장이 보인 KBS에 대한 비뚤어진 비난 전력을 살펴보면, 과연 그가 KBS 이사장으로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 8일 <동아일보>에 실린 'KBS의 이승만 왜곡'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KBS의 <한국사傳> '이승만 2부작'(2008년 8월 방송)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측면은 묵살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거대한 역사왜곡을 감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승만 2부작'은 "독립투사" 청년 이승만의 감옥생활과 일제 말 미국의 단파 라디오방송을 통한 "전설"적이고 "영웅"적인 독립운동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이승만 미화방송" 아닌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승만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시킨 그 KBS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을 묵살했다"며 극히 편향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또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이 하나님 뜻"이라고 말한 바 있는 문창극 전 총리후보에 대해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6월19일 TV조선의 <시사기획 판>에 출연해서 (문 후보의) "강연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면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제발 그 방송(강연) 전체를 방영해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문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 사람(문 후보)을 반민족이라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다", "비이성적 사람, 양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며 망언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문 후보가 "낙마한다면… 저는 솔직하게 이 나라를 떠날 때라고 강하게 느낄 것"이라고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인호, 그간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대답할 '의무' 있다

비록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주 핀란드 대사나 주 러시아대사를 지냈고 또 서울대 명예교수 직에 있는 지식인이라 할지라도, 자연인 이인호씨가 어떤 역사관과 어떤 소신을 갖고 있는지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국가기간방송 KBS의 이사장이 되는 순간 그에 합당한 합리적 이성을 갖추고 있는지, 또 양심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 여부는 사회적·공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KBS의 문창극 후보 검증 보도는 민언련에서 선정한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 방송기자연합회와 방송학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 전현직 중견 방송기자들의 단체인 방송기자클럽의 '보도상',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등 언론단체가 수여하는 상을 모두 휩쓸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인호씨는 KBS 이사장이 된 지금도 과연 이 보도가 잘못된 보도라고 생각하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난 6월의 언행에 대해 어떻게 성찰하고 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또한 2008년 당시 신문칼럼을 통해 틀린 사실을 근거로 KBS <한국사傳>을 마구 비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성찰하고 있는지를 밝혀야 마땅하다. 이 정도의 성찰은 "제 정신인 사람", "비이성적"이지 않은 사람, 또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연히 요구되는 기본적 태도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창극 전 총리후보가 이미 낙마한 상태인 지금 이 순간까지, 이인호 이사장은 왜 아직도 이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힐 것을 요청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 홈피(e-시민과 언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이인호, #KBS, #뉴라이트, #방송장악, #민언련
댓글5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