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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방파제 쪽에서 바라본 설악대교.
 바닷가 방파제 쪽에서 바라본 설악대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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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청초호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호수도 드물다. 청초호는 호숫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줄 때도 있고, 때로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줄 때도 있다. 물가에 기다란 수초가 자라고, 수면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걸로 봐서는 영락없는 호수다. 그 호숫가 한편에 민물이 있는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철새들이 터를 잡고 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호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초호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청초호는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부두가 나타나고 그 부둣가에 집채만 한 어선들이 닻을 내린 채 떼를 지어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또 이곳이 의심할 여지없이, 바닷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항구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는 소규모 조선소도 있다. 조선소에서는 고장이 난 선박들을 정비하는 기계음이 요란하다. 부둣가에서는 또 비릿한 갯내가 코를 찌른다.

청초호, 설악대교 밑에서 바라다본 풍경.
 청초호, 설악대교 밑에서 바라다본 풍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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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청초호에서는 여느 호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속초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시간을 내서 일부러 청초호를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속초 해변'처럼 청초호 주변에 있는 다른 여행지들을 찾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심지어 청초호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아바이마을'과 '갯배선착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조차 청초호를 건너뛰고 그냥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모두 청초호를 잘 모르는 탓이다. 청초호는 청초호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풍경을 간직한 만큼, 청초호를 감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청초호를 여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산책'이다. 호숫가를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청초호를 감상할 수 있다. 호수 서쪽과 남쪽에 공원과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 그곳에 산책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청초호 산책의 백미는 호수 동쪽에 있다.

호숫가에 서서 바라보는 거대한 설악산

방파제를 지나 청초호 안으로 들어가는 어선들.
 방파제를 지나 청초호 안으로 들어가는 어선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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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동쪽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부두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그런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부둣가에 서서 바라보면, 호수 너머로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초호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설악산이 마치 망원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설악산의 거대한 위용 때문일 것이다. 설악산 산줄기가 청초호 주변 낮은 세상을 압도한다.

그처럼 거대한 풍경 한가운데 '울산바위'가 우뚝 서 있는 광경도 꽤 인상적이다. 한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 청초호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처럼 아름다운 풍경도 없다. 온통 눈을 덮어 쓴 새하얀 산이 그 밑으로 검은 빛을 띠고 있는 호수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묘한 풍경이다. 산은 검은 호수 위로 더욱 더 새하얀 빛을 띠게 되고, 호수는 그 하얀 산 아래로 더욱 더 검은 빛을 띠게 된다. 그 처연한 광경이 몹시 아름답다.

설악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아바이마을.
 설악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아바이마을.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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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호수 둘레는 약 5km.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산책을 하기에 딱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바이마을을 들러 갯배까지 타려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긴 거리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게 피곤하다 생각하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청초호 유원지 부근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청초호에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다.

동쪽 부둣가 끝에 설악대교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청초호가 바다로 연결되는 구간에 설치돼 있다. 이 다리 아래로 청초호를 항구로 이용하는 고깃배와 낚싯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 설악대교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청초호는 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다. 이 다리 위에 서면, 한쪽으로는 호수와 산이,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짙푸른 동해가 내려다보인다. 청초호를 여행하는 데 이 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성업' 중인 아바이마을 갯배.
 여전히 '성업' 중인 아바이마을 갯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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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부둣가 끝 다리 밑에, 설악대교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설악대교를 걸어서 올라가는 게 불편하면,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이 다리를 넘어가면, 속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꼭 들러서 가는 갯배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사람들이 이곳을 유독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이곳에 속초를 대표하는 토속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까닭도 있다.

청대산에서 내려다본 청초호, 눈을 뗄 수가 없어

청초호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등산'이 있다. 청초호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 떨어진 지점에 속초시가 속초 8경 중 하나로 꼽는 '청대산'이 있다. 청대산은 상당히 낮은 산에 속한다. 산 높이가 해발 230m에 불과하다. 산에 푸른 소나무가 무성해 청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이름의 연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2004년 바닷가 쪽 사면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상당수 나무들이 불에 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청대산 등산로, 그 너머로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청대산 등산로, 그 너머로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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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산은 산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그다지 봐줄 만한 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속초시가 청대산을 여전히 속초 8경 중 하나로 꼽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청대산에서 바라다보는 설악산과 바닷가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동쪽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 울산바위가 바라다 보인다. 청대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청초호는 설악대교 위에 서서 바라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풍경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청대산에서는 내려다보는 청초호 주변의 야경도 상당히 멋진 풍경 중에 하나다. 청대산은  높이가 낮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산이다. 정상까지 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등산로에서 겪는 고통은 잠깐이다. 청대산 정상에 팔각정이 있다. 그 정자 위에서 맞는 바람이 매우 시원하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풍경 또한 바닷바람 만큼이나 시원하다.

청대산에서 내려다본 청초호.
 청대산에서 내려다본 청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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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는 다채로운 멋을 간직한 곳이다.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청초호는 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서, 그때마다 또 다른 풍경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크게 마음먹고 청초호까지 찾아가서는 엑스포타워가 서 있는 청초호유원지 주변만 맴돌다 오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청초호가 간직한 숱한 아름다움 중에 극히 일부분만을 보고 온 사실을 알지 못한다.


태그:#청초호, #청대산, #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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