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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14 단체교섭 임투 출정식을 하는 현대차노조. 현대차노조는 9월 23일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6월 2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14 단체교섭 임투 출정식을 하는 현대차노조. 현대차노조는 9월 23일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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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 문제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가 지난달에 이어 23일부터 26일까지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노조는 23일 (주간 연속2교대) 1, 2조 전 조합원이 각각 2시간 부분파업하는 것을 시작으로 24일 2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5일과 26일에는 파업 강도를 높여 전 조합원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잔업과 주말 특근도 거부키로 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와 '해고자 복직' 문제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노조는 지난 8월 22일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8일에는 6시간 파업을 하며 본사 상경투쟁을 하여 회사 측에 압박을 가했다.

이같은 부분 파업 이후 예의 '현대차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에 노조 측은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추석 연휴를 쇤 후, 9월에는 파업 없이 회사 측과 협상을 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지역 언론에서는 '임단협 합의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8일 오전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터와 건물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회사 측이 감정가 3조3346억 원의 3배가 넘는 '통 큰 입찰'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여론은 싸늘했고, 노조는 자극을 받았다.

'통큰 입찰' 사회적 비난에 현대차노조도 강경 입장 선회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쟁점은 통상임금 확대 문제였고, 그동안 현대차 회사 측이 불가 입장을 밝히며 내놓은 것은 '비용' 문제였다. 경제계의 지원에 힘 입은 회사 측은 이 문제에 있어서 예년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노조의 6시간 파업을 앞둔 27일, 현대차는 사내 소식지인 '함께 가는 길'을 통해 "파업으로 우리가 얻을 것은 국민의 비난과 원성뿐"이라며 "이대로는 국민기업 현대차가 아니라 공공의 적 현대차까지 될 위기"라며 여론에 호소했다.

특히 지난달 첫 부분파업이 진행된 뒤 3일 뒤인 25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담화문을 내고 "통상임금 확대안은 법적인 문제이자 기업 생존이 걸린 비용의 문제"라면서 "국가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고 했고, 보수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 담화문으로 회사측은 여론의 힘을 얻은 데 반해 노조측은 매년 되풀이 되는 파업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에 위기로 내몰렸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8일,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을 들여 한전 부지를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물론 각계에서 경악의 목소리가 나온 것.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이를 땅투기, 돈잔치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차공장서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통상임금을 갈취해 나온 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현대차노조 내 현장조직인 민주노조재건투쟁위원회(들불)도 성명을 내고 "10조 원 이상 날릴 돈이 있다면 18~19일 불법파견 정규직 판결을 이행하고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부터 하라"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위해 사측이 결단해야 한다, 노조는 협상 타결 시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선회하면서 "부지 매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회사측을 압박했다.

사실 그동안 현대차노조는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노총 일각으로부터 비정규직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8월 18일 비정규직의 '현대차 근로자 지위 인정' 법원 선고를 3일 앞두고 소 취하를 전제로 회사 측과 특별고용에 합의하면서 법원의 선고가 연기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 측은 이번 현대차 회사 측의 한전 부지 매입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목소리를 내면서 그동안 받아온 지적을 만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노조 "단체협상 조정수준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23일 발행한 노조 소식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23일 발행한 노조 소식지
ⓒ 현대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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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는 23일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낸 입장에서 회사 측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전 부지 매입으로 회사 측의 자금이 충분한 것이 입증된만큼 올해 단체협상 조정수준이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대로 사내 모든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도 내놨다.

또 노조는 "이 금액이면 비정규직해소와 안정적 임금체계를 완성하고 30년을 운영할 수 있는 액수"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회사 측은 법적 판결을 존중하고 사내 모든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화"하라며 "동일환경, 동일노동 조건에서 노동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틀에서 이번 판결은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정의를 보다 더 명확히 판단했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대차 회사 측은 한전 부지 매입이 불거지면서 사회 각계로부터 돈잔치라는 지적을 받는데 더해 임단협 협상에서도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태그:#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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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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