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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킹스의 매혹적인 음악과 플라멩코는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집시 킹스의 매혹적인 음악과 플라멩코는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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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나 가볍다. 가벼운 게 문제는 아니었으나 가뿐한 몸놀림과 뛰어난 칼솜씨에도 '조로'는 못 미더웠다. 오히려 조로는 영웅이라기보다 '악동'에 가까워 보였다. 믿음직스러운 조로를 기대한 게 과한 바람인가?

2014년 리부트 조로(Reboot Zorro)는 2011년 초연과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조로>다운 액션만큼은 여전하다. 라몬과의 검술 대결 장면이나 360도 회전하는 달리는 기차 위에서 펼치는 최후의 결투 장면은 실감 나는 영상 연출까지 더해져 흥미진진하다. 뿐만아니라 집시 킹스(Gipsy Kings)의 매혹적인 음악과 플라멩코, 경쾌한 탭댄스는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여기서 만족하기엔 어딘가 석연찮다. <조로>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새로운 조로의 탄생을 예고하며 '우리가 알던 조로는 잊어야한다'고 했다. 전설은 접고서라도 또 다른 영웅상을 제시하는 건 아닐지 내심 기대도 했다. 그러나 정작 마주한 '코믹한' 조로는 새로움을 넘어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얼굴 표정이라도 가릴 수 있는)검은 가면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영웅에게 유머는 필수라며 별 트집을 다 잡는다 핀잔을 준다면 기꺼이 환영한다. 대신 다음 질문에 답해주길 바란다.

"그럼 코믹한 조로는 '왜' 부활했는가?"

조로의 활약상 위주의 전개는 그의 부활 배경과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조로의 활약상 위주의 전개는 그의 부활 배경과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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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이야기상 '조로'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눈속임 삼아 시민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여 대륙 횡단 열차 철도를 건설하고자 혈안이 된 라몬과 그의 진짜 속셈은 까맣게 모른 채 이용당하는 무능한 시장으로부터 시민들을 돕고자 부활했다. 남편과 집을 잃은 여인들이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하는 현실 속에서 조로의 일은 자명했다. 이네즈의 말처럼, 그들의 마음속 두려움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용기를 채우는 일. 이 때문에라도 조로는 단순히 '악동'에 머물러선 안됐다.

조로와 루이사의 첫 만남 장면이 인상 깊다. "진짜 당신이 조로냐"는 루이사의 물음에 조로는 흥분하며 "이 가면은 정품"이라고 맞받아친다. 극의 가벼운 터치와 웃음을 주는 것도 좋지만 심심찮게 맥을 끊어내는 이런 식의 대사 처리는 제 아무리 '정품 가면'을 쓴 조로라도 반갑지 않다.

극은 조로가 부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 명분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미션도 제공했다. 하지만 조로 캐릭터에 과하게 부여된 코믹성은 그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또 그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은 중요한 순간에 똑 떨어진 총알만큼 뻔한 전개로 긴장감을 상실했다. 나름의 반전이라 믿었던, 20년 전 사라진 조로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조차 느낀 배신감이란...

뮤지컬 <조로>는 10대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람에 적격이다. 이외 <조로>를 보려는 자, 그 가벼운 무게를 견뎌라!

가뿐한 몸놀림과 뛰어난 칼솜씨에도 ‘조로’는 못미더웠다.
 가뿐한 몸놀림과 뛰어난 칼솜씨에도 ‘조로’는 못미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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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 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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