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서 반달이를 연기하는 최미령.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서 반달이를 연기하는 최미령. ⓒ 쇼플레이


한국 공연계에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나 <쓰릴 미><김종욱 찾기>처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공연이 있는데, 그 중의 한 편이 오늘 소개하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다.

동화를 각색한 이야기라고 해서 어린이용 뮤지컬로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칠 정도로 감정선이 풍부하다. 자칫하면 여성 관객은 눈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귀가할 수 있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겪는 뮤지컬이다.

최미령이 연기하는 반달이는 원작 동화와는 달리 일곱 난장이 가운데서 유일하게 백설공주를 짝사랑한다. 극 중 백설공주가 나쁜 계모의 계략으로 인해 깊은 잠에 빠지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 반달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가 백설공주를 위한 명약을 구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백설공주는 이런 반달이의 짝사랑을 눈치 채지 못해 반달이의 애를 태운다. 반달이야말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주인공 중 '짝사랑의 끝판왕'인 듯 싶다. 한 술 더 떠 극 중 반달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반달이를 연기하는 최미령은 대사가 아닌 몸짓 언어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무대에서 고백하고 있었다. 눈물이 나지 않으면 관객에게 미안한지라 공연하기 전에 짝사랑의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다는 최미령. 그가 이야기하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어떨까.

"'백설공주 좋아한다고 말해' 조언하는 어린이 관객도"

최미령 "실제로 반달이처럼 짝사랑을 지독하게 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생각만 자꾸 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극 중 반달이의 심정에 백분 공감한다."

▲ 최미령 "실제로 반달이처럼 짝사랑을 지독하게 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생각만 자꾸 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극 중 반달이의 심정에 백분 공감한다." ⓒ 쇼플레이



- 2009년에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뮤지컬이 아니라 연극이었다. 연극과 뮤지컬은 감정선이 다를 법한데.

"뮤지컬은 연극과는 달리 음악이 있다.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음악이 있는 뮤지컬이 감정을 잡는 데 있어 연극보다 더 낫다. 지금은 연극을 하던 2009년보다 5년이 흘렀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연기적인 면에 있어 보다 풍부해졌다."

- 난장이 반달이는 백설공주를 남 몰래 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짝사랑으로 속앓이만 한다.
"연기라고는 하지만 명치가 꽉 막힌 느낌이다. 한 술 더 떠서 반달이는 다른 난장이들처럼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까 가슴에서 응어리가 맺힌다. 실제로 반달이처럼 짝사랑을 지독하게 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생각만 자꾸 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극 중 반달이의 심정에 백분 공감한다."

- 헤엄치는 장면에서는 남자배우들이 많이 들어야 한다. 무게를 덜 나가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저녁을 거르는 건 아닌가.
"체구가 자그마해서 남자배우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일정한 몸무게를 벗어나면 몸이 무거워지는 걸 스스로가 느껴서 먹는 만큼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기계체조를 했다. 다른 배우보다 근육량이 많다. <점프> 공연할 때에도 무술을 배워서 근육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미령 "백설공주는 반달이의 마음을 모르고 입맞춤을 한 왕자와 결혼한다. 백설공주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반달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다. 반달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백설공주가 야속할 때가 있다."

▲ 최미령 "백설공주는 반달이의 마음을 모르고 입맞춤을 한 왕자와 결혼한다. 백설공주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반달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다. 반달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백설공주가 야속할 때가 있다." ⓒ 쇼플레이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연기하면서부터 그동안의 백설공주와는 다르게 바라볼 것 같다.
"반달이는 인간세계에 잡힐 것을 걱정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을 것을 각오하고 백설공주를 깨어나게 할 약을 애써 구해온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반달이의 마음을 모르고 입맞춤을 한 왕자와 결혼한다. 백설공주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반달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다. 반달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백설공주가 야속할 때가 있다."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성인 커플만 보는 공연이 아니라 어린이 관객도 많다.
"어린이가 이 공연을 볼 때 넋을 놓고 본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끝나고 배우들이 통로에서 돌아가는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 때 어느 어린이가 아빠 품에 안겨서 펑펑 울고 나온 적이 있었다.

잘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울던 아이가 저를 보고는 울음을 잠깐 그쳤다가 다시 펑펑 우는 것이었다. 극 중에서 반달이가 죽은 걸 제가 실제로 죽은 줄로 알고만 있다가, 제가 죽지 않고 살아 무대에서 내려와 인사를 하니 아이가 놀라 운 것이었다.

어떤 어린이는 저에게 다가와서 '고백하라'고, '좋아한다고 왜 말을 하지 않았냐'고 제게 조언을 건네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제가 말을 하는 걸 보고는 말을 못 하는 줄 알고만 있다가 '말 할 줄 알아요?' 하고 아주 놀라는 아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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