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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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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이 확 바뀌었다.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진행하는 메인 뉴스 <JTBC 뉴스9>이 100분 편성과 심층 취재를 중심으로 한 <JTBC 뉴스룸(아래 뉴스룸)>으로 22일 오후 8시 첫 모습을 드러냈다. "한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는 것, 그 방법에 있어서 사실을 공정하고 품위 있게 다루자는 것"이라던 손 앵커의 포부. <뉴스룸>은 과연 그 포부에 얼마나 다가갔을까?

시작은 신선했다. 증세 없는 복지, 박근혜 대통령 국정 운영,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첫 보도로 배치했다. '담뱃값 인상' 이슈의 기저에 깔린 '증세' 이슈를 여론조사를 통해 정면 분석했다.

같은 날 SBS <8뉴스>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회동을 시작 기사로, MBC <뉴스데스크>가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단체전에서 우리 여자 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을 시작으로 배치한 것과 대조된다. 촬영 구도 역시 눈길을 끌었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장면이 기자의 리포팅 장면으로 한 번에 이어지는 '롱 테이크'식 구도가 그 예다.

심층 보도 강화된 100분 구성

100분 편성 덕에 한 가지 이슈를 다룬 보도 역시 중요도에 따라 추가로 시간이 할애됐다. SBS <8뉴스>와 MBC <뉴스데스크>가 '한-캐나다 FTA' 이슈를 한 꼭지밖에 다루지 못한 것에 비해 <뉴스룸>은 총 두 꼭지를 보도했다. 또 'FTA 수혜자는 누구인지', '가장 큰 피해는 누가 보는지' 등 다양한 시점에서 보도했다. 탐사보도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알찬 구성이다.

현장에 더 다가가 사건의 주인공을 직접 접촉하고 다양한 의견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뉴스보도의 본질이다. 이 보도 원칙에 손석희의 <뉴스룸>은 충실했다. '영현비 지급 규정 위반' 보도를 위해 <뉴스룸>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군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 50여 명을 면접 조사했다. 단순 통계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통계치 뒤에 있는 뉴스 당사자들을 보여주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탐사 보도'였다. 손석희 앵커는 1부에서 "뉴스 개편 이후 시청자 여러분께 지속적으로 제시할 어젠다로 '폭력의 추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 뉴스룸은 이와 '조직 내 폭력'과 관련된 탐사보도를 보냈다. 이는 언론의 의제설정을 통한 '공론 형성'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기존의 뉴스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캠페인'이 있었다.

MBN의 '안전 대한민국 GO!GO!' 관련 기획보도가 그렇다. 하지만 이는 앞서 말한 JTBC <뉴스룸>의 의제 설정과는 매우 다르다. MBN의 '안전 대한민국 GO!GO!' 기획 보도는 모기업인 매경미디어 그룹에서 추진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만 활용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을 '목표'로 삼은 JTBC 뉴스룸과, '도구'로 보는 MBN의 시각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팩트 체크' 코너였다. 사회 유력 인사들의 발언의 사실 관계를 다시 한 번 체크하자는 코너였는데, 방송 첫날인 22일에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된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의 발언을 팩트 체킹(사실 확인)했다. 사실 관계와 통계치가 주관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현 시점에서 의미 있는 코너였다. 또 '팩트 체크'라는 과정을 통해 발언을 재해석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JTBC <뉴스룸> 기자회견 현장
 JTBC <뉴스룸> 기자회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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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한 뉴스 보여주길

물론 아쉬웠던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존 60분 뉴스에 익숙해선지 100분의 뉴스 보도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1부와 2부에 같은 내용의 보도가 배치된 점이 여기에 기인했다. 1부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2부에서 다시 한번 심층 보도 되는데, 이는 1부와 2부를 이어보는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22일 오전에 있었던 <뉴스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손석희 앵커는 <중앙일보>와 협력해서 인력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보 공유를 통한 새로운 기사가 더 절실해 보인다. 2부의 주요 코너로 '탐사 플러스'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기존 뉴스의 '심층 취재' 코너와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도 참신했다. 손석희 앵커와 같이 <뉴스룸>을 진행하는 기자들에게 긴장을 느낄 수 있었고, 말을 더듬는 베테랑 앵커에게서 결의가 느껴지기도 했다. 국민 다수가 언론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선 '언론 야만의 시대'에서 손석희는 <뉴스9>을 통해, 그리고 <뉴스룸>을 통해 저널리즘 본연의 직무를 되찾으려 했다.

언론인 손석희는 이제 '1시간짜리 뉴스'라는 조직에 '100분 뉴스'로 반기를 들었다. <뉴스룸>만의 시각과 자부심, 깊이를 갖고 자신을 드러내기로 한 지금, <뉴스룸>이 신기원이 될지 혹은 '그저 그랬던' 시도 중 하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태그:#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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