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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윙-윙-윙-윙-.

나무들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일 것이다. 최근까지 인간의 접근을 막아왔던 가리왕산에 거친 기계톱 굉음이 메아리친다. 그때마다 나뭇잎이 몸서리를 친다.

중장비에 짓밟힌 수백 년 고목의 눈물

 녹색연합 임대영·박표경 활동가가 양팔을 펼쳐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94.2cm 가량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녹색연합 임대영·박표경 활동가가 양팔을 펼쳐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94.2cm 가량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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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 예정지인 가리왕산(해발 1561m,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공사현장 인근에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개발저지를 위해 대거 포진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사 예정지 인근에는 '환경단체 물러가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 21일, 안개가 자욱한 시간, 야영을 하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하나둘 텐트에서 나와 밤새 얼어붙은 몸을 녹이느라 햇살을 찾아 헤맨다. 오전 7시,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몸을 실은 한 활동가는 추위가 밀려오는지 어서 차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

아침 햇살이 가득한 강변을 끼고 30여 분을 달려 가리왕산 휴양림 입구에 도착. 차량은 털털거리며 산길을 조심조심 오른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타고 오르자 솜사탕처럼 뭉글뭉글 피어오른 구름이 발밑에 그림을 그리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렇게 1시간 가량 산길을 힘겹게 올라 해발 1100m에 도착했다.

이들은 숙소에서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지름길을 두고서 시간이 두 배 가까이 걸리는 반대편 산 쪽으로 우회해서 왔다. 시공사가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환경단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서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이들과 부딪치기 보다는 우회길을 택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맡고 있는 강원도청 담당자는 "(공사 현장까지) 걸어서 가는 경우는 막지 않지만 차량은 막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시공사와 (강원도) 발주처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벌목하는 현장이라 위험하고 상황이 민감하다"며 "주민 이주가 늦어지고 환경단체가 찾아오면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거대한 나무들이 벌목되어 해발 1100m 산 중턱에 쌓여 있다.
 거대한 나무들이 벌목되어 해발 1100m 산 중턱에 쌓여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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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도착한 그곳은 기계톱 소음으로 가득했다. 막 베어진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쌓여있다. 참나무에 매달려 울던 도토리도, 거대한 아름드리 고목도 기계톱 앞에서 생을 마감한다.

중장비에 뿌리까지 파헤쳐진 고목은 그렇게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더불어 살아가던 식물들은 중장비의 톱니바퀴에 짓밟힌다. 벌들은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윙윙거리며 달려든다. 거대한 수목이 잘려나간 자리 인근에는 수목 이식을 위한 어린 나무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보호구역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면서 수종, 수량이 다양하고 희귀식물이 많은 곳이다. 2008년 정상부를 포함해 2475ha를 희귀식물자생지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가리왕산은 너덜지대가 많고 대규모의 풍혈지역이 있다.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식물과 주목, 왕사스레나무, 마가목 등 한국 희귀수목의 분포지이며, 나무의 연령대도 다양해 산림가치가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산의 등급을 문화재로 본다면 가리왕산은 국보 1호로 지정하고도 남는다고 극찬한다. 

하지만 가리왕산은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해 정상부에서 시작해 사면과 계곡을 따라 벌목과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리왕산 아니어도 된다" vs. "유치위에서 실사 받아 결정"

 거대한 나무들이 벌목돼 해발 1100m 산 중턱에 쌓여 있다.
 거대한 나무들이 벌목돼 해발 1100m 산 중턱에 쌓여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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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비가 투입되어 벌목된 나무들을 정리하고 있다.
 중장비가 투입되어 벌목된 나무들을 정리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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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개발에 대해 임대영 녹색연합 활동가는 "환경 훼손을 막고, 귀한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럼에도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을 파헤치는 것은 정부와 강원도가 가리왕산을 지키려는 국민의 바람을 끝내 저버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임 활동가는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건설을 위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공사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나무는 5만 그루에 달한다. 그러나 강원도가 이식하겠다고 한 나무는 단 181그루에 불과하다"며 "대체 무엇이 친환경 올림픽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국제스키연맹은 활강스키경기에 대해 투런(2Run) 규정을 두고 있다, 표고차 350m~450m의 경기장에서 두 번에 걸친 완주 기록 합산으로 활강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750m 규정도 허용하고 있다"며 "표고차 700m인 용평스키장에 50m 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치른 전례는 이미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가리왕산도 보전할 수 있는 방안과 환경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 평창에서 진행되는 동계올림픽은 아직 4년의 시간이 남았다. 가리왕산을 보호하고 예산을 절감하고, 동계올림픽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추진하는데 이 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즉각 가리왕산 벌목 중단하고 '투런'이나 '표고차 750m'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담당자는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500년 표현'은 맞지 않다, 조선시대에 출입을 금한 것은 주변의 인삼재배 때문이었다"라며 "여기는 과거에 화전민이 살던 곳으로 집터도 확인했다, 식생 전문가들은 수령을 최대 7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입시 시험을 쳐도 기관에서 표준을 정하는데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규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며 "유치위원회에서 실사까지 받아서 결정이 되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투런 규정'에 대해서는 "조직위에 공식적으로 질의해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투런'은 입문자들이 하는 것으로 올림픽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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