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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노동자회 울산위원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울산과학대 조합원들의 모습.
 좌파노동자회 울산위원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울산과학대 조합원들의 모습.
ⓒ 안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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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대학교(이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3일 파업 100일을 맞이해, 4시 울산대학교 앞에서 원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는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6월부터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생활 임금과 CCTV를 비롯한 노동 통제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학 본관 로비 1층에서 시작한 농성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2014년의 경우 시중노임단가는 시급 7910원인데,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너무 열악해서 내놓은 대책"이라며 "시중 노임단가는 공신력 있는 정부가 청소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생활임금 수준을 규정한 것으로, 사실상의 공공기관인 대학교에서도 이러한 정부의 지침을 이행해야 마땅하다"고 적절한 수준의 임금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시중 노임단가보다 못한 6천 원에도 협상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당초 임금을 현 시급 5천210원에서 7천910원으로 인상할 것과 상여금을 300%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요구를 내려 시급 6천 원과 상여금 100% 지급으로 바꾸었다.

이정도면 물러설 곳이 없을 만큼 양보한 거라 여겼지만, 울산과학대는 4백억이나 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임금인상이 무리라면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울산과학대와 비슷한 일을 하는 서울 14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6200원에 2014년 임단협을 마무리 했고, 이중 울산과학대(학생수 5274명)와 비슷한 수준인 인덕대학교(5872명)와 비교하면 2013년 적립금 규모는 과학대가 13배나 많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임금은 시급 5210원에 기본급 108만 원이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을 받는 셈이다. 그나마 기본급이 100만 원 넘는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은 "10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100만 원 남짓, 이 돈으로 50~60대 성인이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냐"며 "혼자 사는 이도, 부양할 가족이 있는 이도 있어 생활임금을 요구하면서 일해도 빚지는 삶을 거부한 것"이라고 이번 파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CCTV를 통한 노동통제는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조합원들은 "울산과학대와 용역업체 측은 농성파업 기간의 행적에 대해 자세하게 나열한 일지 수준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것은 CCTV를 통한 일상 감시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한 지 두 달 보름이 넘었지만 이들 여성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업무방해에 의한 경찰 연행,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이었다. 비록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활고 등 추가적인 어려움이 시작되고 있다.

9월 18일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에 대해서, 법원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근로자지위를 확인해줌으로써 불법파견, 하청 업체에 관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엄단을 내리는 고무적인 판결이 있었다. 파견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투쟁의 정당성이 사법부의 판례로 더해진 셈이다. 울산 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지만, 그에 반해 국민들의 관심은 적어서 고립되어 있다.

좌파노동자회 허영구 대표는 청소노동자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임금 인상투쟁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인상이 아니라 밀린 임금, 자본이 빼앗아간 임금을 돌려달라는 게 맞다. 원래 지급해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되갚아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채권자이고 자본은 채무자이다. 정말 낮은 임금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며 "두 달 넘는 파업에도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는 조합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각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5·60대 청소 노동자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5·60대 청소 노동자의 자녀들은 2·30대이고, 한국 사회에서 2·30대는 '삼포세대' 라고 일컬어질 만큼, 유례없는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에 노출되어 있는 세대이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가정이 무너지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인 울산의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태그:#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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