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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표지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표지
ⓒ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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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 제일 쉽고 정확한 건 '기록'이다. 후대를 위해 현재를 기록으로 남긴 이가 과연 얼마나 있겠냐마는, 덕분에 그땐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지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사실을 일깨워주는 기록을 남긴 이는 아마도 동시대를 위해서 그러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함으로 자신을 반추해보는 계기로 삼았을 게다.

기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비단 글만 있는 게 아니다. 따져보니, 지금은 예술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들이다. 문서를 비롯해, 미술품, 건축물, 조형물 등이 언뜻 생각난다. 큰 범위 안에서 보니 '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미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최고의 수단이 아닌가?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르네상스)가 세계사를 설명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굳이 미술 작품을 수단으로 한 게 이해 가는 바다. 이 책은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을 중심으로, 딱딱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세계 역사를 친구로 삼기 위해 또 더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사건들과 연관된 미술 작품을 안내자로 삼았다. 아무래도 한 눈에 들어오는 미술품이 더 친근하다.

이 책, 다른 시점으로 세계사를 뒤집는다

목차를 보아하니 구석기와 신석기부터 68 혁명까지 그야말로 굵직한 사건들만 다루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10여 년 이상 교육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주입 받아온 내용'이 이 책에서도 계속되는구나 싶다. 분명 저자는 이 통념에 도전하며 다른 방향에서 다가간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읽어보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석기 사람들의 원시공동체에서 지금의 우리 삶을 돌아보고, 로마제국의 몰락에서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도출 시킨다. 또한 진시황의 중국 통일을 통해, 그 과정에서 평화가 아닌 백성의 고통을 보기도 한다.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이슬람'은 어떤가? 저자는 미술품을 통해 이슬람에 덧씌워진 '폭력'과 '테러'의 이미지를 버리고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밖에도 저자는 나폴레옹을 통해 '제국주의'를, 사회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를, 68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재고찰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다. 저자의 세계사 읊기와 더불어 기존의 통념을 부수기 위한 노력이 눈부시다. 여기에 어김없이 그 역사적 사건들을 포착한 미술품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고 있다.

미술품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

반면 명백한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어떤 주장을 하고 논리를 펼치든지 미술품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을 테고 논리와 주장의 범위가 더 넓었을 텐데 말이다.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기에 감수해야 했을 부분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편 이 책에 나오는 120여 미술 작품 중 대다수가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구석기와 신석기, 그리고 20세기 사건을 말할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특히 4장 '로마제국은 왜 멸망했는가'에서는 10장의 작품이 나오는데, 그 중 7개의 작품이 1800년대 그려진 그림이다.

다른 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유럽을 설명하는 그림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그림들을 갖고 역사를 설명하는 것에 큰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투철한 고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해도, 그림이다 보니 최소한 어느 정도의 왜곡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들의 경우는 실제보다 잘 생기고 예쁘고 키도 크게 그리는 등,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의(비교적 현대의) 눈높이에 맞춰 그려졌을 것이 아닌가? 그런 그림들을 통해 역사를, 그것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조금은 실망의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기획한 바대로 쉽고 재미있다

물론 이 책의 진짜 콘셉트는 앞서 말한, 그리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통념을 뒤집는 데 있다. 미술 작품은 그저 통념을 뒤집는 데 수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수단 자체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목적을 이룰 수 있겠는가? 비록 책 전체는 아닐지라도 몇몇 장에서 쉬 믿을 수 없는 그림을 통한 설명은 재고해볼 여지가 있을 듯싶다.

책은 기획한 바대로 쉽고 재밌게 읽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의 68 혁명에 관한 글은 굉장히 유용하게 읽었다.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이자, 더군다나 '혁명'이 주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알게 모르게 금기시되었던 게 사실 아닌가. 이 12장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박홍순 지음, 르네상스 펴냄, 480쪽, 22000원, 2014년 9월)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박홍순 지음, 르네상스(2014)


태그:#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세계사, #기록, #미술,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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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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